[Songvely] 인사동 전통 카페, '수요일'

in #tasteem6 years ago (edited)


| @songvely September. 6. 2018. |




「   수   요   일   」


|  첫 데이트의 추억   |


인사동 전통 찻집, '수요일'에서.



첫 데이트, 인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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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풍경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을 때면 꼭 한 번씩 간다는 그 곳, 인사동. 이번 테이스팀 주제들 중 하나인 '외국인들에게 소개하고픈 한국의 맛'을 떠올리자마자 나는 인사동의 찻집 하나가 떠올랐다. 첫 데이트의 추억이 담겨있는 그 곳, 인사동 전통 카페 '수요일'.


디귿자 모양 구조


2층 전체가 카페로 쓰인다.



  인사동 길을 걷다보면 기념품 가게 못지 않게 많은 카페들이 보인다. 그 중에서도 '수요일'은 무심결에도 보일만큼 상당히 큰 카페여서 아마 아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 사실 첫 데이트 날, 서로 쭈뼛거리다가 그 누구도 어디로 가자 말하지 못한 채 한참을 걸었다. (의사결정장애 부부의 첫데이트니 당연한 일.) 그러다 눈에 보인 큰 길가의 저 카페에 그냥 들어가게 된 것이다. 지금같으면 검색도 해보고, 골목의 숨겨진 힙한 카페로 가자고 했을텐데 그 땐 그런 것조차도 신경쓸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 땐 카페 따위,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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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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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저곳 나무와 빛이 가득하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면 은은한 나무의 색감과 조명이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거기에 전통 차의 향기까지 더해지니 숨만 쉬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분명히 가게가 꽤 넓은데도 아기자기한 느낌을 준다. 물론 테이블이 조금 좁게 붙어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와 볼만한 좋은 목에 자리잡은 카페이니 어쩔 수 없는 자리배치인지도 모르겠다.






  카페 내부는 신기하게도 디귿자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입구가 디귿자의 가운데 토막이고 양쪽으로는 앞으로 툭 튀어나온 카페 공간이 있다. 모두 통유리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창 밖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기에 참 좋은 인테리어다. 우리는 처음 수요일을 찾았을 때에는 왼쪽 창가 자리에 앉았는데, 그 다음에는 오른쪽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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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창가에서 바라본 풍경



전통 차와 먹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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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메뉴판 속 한국적인 메뉴들.



  수요일의 메뉴판은 전통 차와 전통 먹거리들로 가득하다. 오미자차, 수정과, 오미자 수박화채, 냉호박 식혜 등 우리나라만의 맛이 듬뿍 담겨 있다. 맛 뿐만 아니라 자연 재료들의 빛깔을 바탕으로 한 색감 또한 예쁘다. 호박의 치자색, 오미자의 맑은 석류색, 수정과의 은은한 갈색... 그리고 카페 수요일에서는 식용 꽃을 이용한 장식을 많이 쓴다. 연둣빛 새싹같은 녹차빙수 위의 붉은 꽃 한 송이는 완벽한 화룡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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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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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차



  퓨전 음식들도 종종 보인다. 냉모과 라떼라든지, 녹차 초콜릿 등이다. 일반 현대식 카페처럼 에스프레소 등의 커피와 딸기 쥬스같은 과일 쥬스도 판매하지만 역시 수요일에서는 전통 차를 마셔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메뉴판에는 국화차, 감잎차, 이슬차 등 다양한 차들의 효능을 간단히 적어주어서 선택에 도움을 주고, 전북 완주, 경북 안동 처럼 재료의 원산지를 표시하는 섬세함을 보여준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워낙 많은 인사동이다보니 메뉴는 당연히 영어로도 표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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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는 길에 줄줄이 세워진 차 담그는 단지들




더위를 씻어내는 차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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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간 오미자 차와 맑은 매실차



  글을 쓰는 지금은 바람이 많이 분다. 날도 제법 풀려서 저녁 바람이 서늘하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말 무더웠다. 인사동을 찾았던 날도 참 더웠는데 그래서인지 우리는 시원하게 냉 오미자차와 냉 매실차를 주문했다. 가을이었던 첫 데이트 때에는 따뜻한 오미자 차와 매실차를 마셨었는데 그 기억을 되살리고자 이번에는 시원한 버전으로. :) 새콤달콤한 그 맛과 함께 수줍게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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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잣 세 알이 동동 떠있는 오미자차. 얼음 사이로 유영하는 꽃잎 하나가 마치 나비같다. 조금 작은 밥그릇 같기도 한 도자기 찻잔에 이렇게나 예쁜 오미자 차를 받아들다니. 내가 외국인이라면 이걸 보고 어떤 맛을 상상할까. 미국인이라면 왠지 딸기 시럽 같은 걸 상상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오미자의 새콤달콤함이 차가운 찻물에 우러나 입과 속을 상큼하게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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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햇님군이 주문한 살얼음이 가득한 매실차. 이번에도 역시 잣 3개와 꽃 한 떨기가 동동 떠 있었다. 매실은 찬 성질이 있다는데 그래서인지 여름에 매실차를 마시면 금새 더위가 가시는 기분이다. 게다가 소화는 어찌나 잘 되는지. 배부른 식사 후에 매실차 한 잔이면 부담스러운 포만감과 느끼한 뒷맛이 모두 함께 물러난다. 수요일의 찬 매실차는 텁텁함이 없는 자연스러운 단맛이 일품이었다.



인사동 카페에서 사람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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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풍경

  큰 유리창을 통해 보는 인사동 골목의 풍경. 역시 외국인들이 참 많이 보인다. 다들 여행의 설렘과 기대를 안고 신기한 듯한 얼굴로 걸음을 옮긴다.


차를 마시다 보니 사람이 북적북적


한가롭게 창 밖 보기



  신기한 듯 구경하는 사람들, 손에 든 선물 상자, 정겨운 한글 간판과 먹거리들. 바가지와 조잡한 한류 상품들 때문에 기분이 상할 때도 있지만, 같은 말도 영어로 쓰면 더 있어보인다고 믿는 한국 땅에서 한국적인 것이 가장 대접받는 곳이 아닐까 싶어 나는 인사동이 참 좋다.




외국인 친구에게 선물했던 한지 등


이렇게나 예쁘게 포장까지 해준다.


   미국에 머물 때, 친한 미국인 친구 하나가 있었다. 한국에 잠깐 방문하는 나에게 오랫동안 못 본다며 이것 저것 선물을 챙겨준 그녀에게 나는 무엇을 줄까 한참을 고민했었다. 그 때 인사동을 뒤지고 뒤져 결정한 것이 바로 한지 등이었다. 격자 무늬, 꽃 무늬, 난 등 다양한 무늬 중에서도 나는 훈민정음이 쓰여진 한지 등을 선택했었다. 빛이 은은하게 투과되며 벽에 훈민정음을 비추는 모습이 좋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포장을 저렇게 예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던 기억이 난다. (110v 콘센트도 함께 넣어주셨다. 외국인들을 위한 센스!) 친구도 이 선물을 받고 얼마나 기뻐했던지...그 친구가 한국에 온다면 인사동 구경을 실컷하고 수요일에 들려 차 한 잔을 함께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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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정보

수요일

score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종로구 관훈동 23


[Songvely] 인사동 전통 카페, '수요일'

이 글은 Tasteem 컨테스트
외국인에게 추천하는 한국의 맛에 참가한 글입니다.


테이스팀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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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아직도 있나봐요!
워낙 휙휙 바뀌는 곳이라 아직 있을까? 가끔 궁금했는데...
창가에서 사람 구경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죠..
저도 여기 좋아했었어요.

오미자차의 색깔이 예술이네요.. 즐거운 주말보내세요~

빨간 맛이 제대로 느껴지는 오미자차군요.ㅎㅎ

인사동 안가본지 오래되었는데 아이들하고 나들이 한번가봐야겠어요
오미자 차 색너무 이쁘네요
시원한 오미자차 맛을 진짜 맛있는데

그 땐 카페 따위,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

가을이었던 첫 데이트 때에는 따뜻한 오미자 차와 매실차를 마셨었는데 그 기억을 되살리고자 이번에는 시원한 버전으로. :) 새콤달콤한 그 맛과 함께 수줍게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이 떠올랐다.

하나씩 단서를 흘리시며 조만간 7년 간의 러브스토리를 연재하실 듯한 예감이.... xD

송블리님은 진짜 태이스팀의 정석을 보여주시는 듯 합니다.
인사동과 전통찻집이야 말로 외국인들이 한번은 경험해야할 곳이 아닌가 싶어요 ^-^

ㅎㅎㅎ 지난번 첫만남에 이은 첫 데이트장소 공개인가요? 저희도 첫 데이트가 인사동에 있는 '우리나라만세'라는 집이었어요. 아직도 있을지 궁금하네요.

오미자차 색깔이 너무 예뻐요~~

특이해요... !!
오미자 아주 시원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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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계신가요! 외국인에게 추천하는 한국의 맛 콘테스트에 응모해 주신 @songvely님에게 감사를 드리러 방문했답니다. 멋진 포스팅에 감동했어요. 덕분에 테이스팀이 더 화사해졌어요! 콘테스트에서 승리하길 바라며, 보팅을 동봉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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