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임상심리전문가의 정신장애 이야기 #34] PTSD에서의 감각운동치료

in #kr-psychology5 years ago

PTSD를 지닌 사람은 일상의 사소한 자극에도 과거 외상 경험을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화상을 심하게 입었던 사람은 라이터 불에도 온몸을 통해 위기를 느끼기 쉽습니다. 이러한 상태는 과각성 상태입니다.

반대로 자기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 한 채 멍하고 주의집중이 어려운 모습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현실 속에 발 딛고 있지만 현실에 속해 있지 못 한 것 같은 비현실감을 경험하기도 하고요. 혹은 내 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느끼기가 어렵고 더 심하게는 거울 속의 내 모습을 알아보지 못 하는 이인감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를 두고 저각성 상태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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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s://www.sensorimotorpsychotherapy.org/articles.html

과각성과 저각성 사이에 최적의 각성 지대(arousal zone)가 존재합니다. 최적의 각성 지대에서는 자기 몸과 정신의 연결이 유지됩니다.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자각할 수 있고 정신을 통해 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몸의 변화가 정신의 변화를 야기할 수 있고, 이러한 과정을 자각할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와 몸을 쓴 Pat Ogden 등에 따르면 PTSD는 각성에 필요한 역치가 너무 높거나 너무 낮거나 둘 다 인 상태와 관련 있습니다. 역치가 너무 낮으면 쉽게 흥분하거나 놀라게 되고 역치가 너무 높으면 주변 환경이나 타인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경우든지 간에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감소되는 결과를 야기하죠.

이에 PTSD 치료에서는 적절한 수준의 각성 지대를 만들어내기 위해 몸과 정신의 연결성을 유지하는 것을 관건으로 하게 됩니다. 즉, 사소한 외부 자극에 투쟁이나 도피 반응을 보인다거나 마비되는 현상을 줄이고자 몸의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친부의 폭행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사람이 상사의 비판적 메시지에 과도하게 화를 내거나 마비된다면 치료자와의 관계에서 이런 상황을 되새겨보고 당시 몸에서 나타났던 반응(예, 심장이 지나치게 빨리 뛰고 얼굴이 붉어지며 무엇이라도 부숴버릴 것만 같은 초조함 / 혹은 심장박동수가 저하되고 졸음이 밀려오는 등의 마비 반응)을 체크한 뒤, 다음에 같은 상황이 벌어질 때 이러한 과각성/저각성 상태를 인지하여 적절한 수준의 각성 지대로 재진입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면 좋을지 논의하고 실천하게 됩니다.

이러한 감각운동적 치료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내담자와 치료자 사이의 유대 관계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PTSD를 지닌 내담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만큼이나 타인의 정체성을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내담자가 치료자를 믿을 수 있는 안전한 사람으로 지각할 때라야 분리되었던 자기 몸과 정신의 통합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자기/타인의 다양한 측면들을 통합시키는 과정은 늘 함께 갑니다.

참조)

Pat Ogden, Kekuni Minton, Clare Pain이 공저한 트라우마와 몸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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