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n's Diary] #74
Illustrated by @carrotcake
1
기숙사 복도에서 죽어가는 장수풍뎅이를 봤다.
이 애는 죽을 것이다.
내가 밖에 놓아주지 않으면, 오늘 새벽이든 아침이든 언젠가 힘없이 밟혀 죽을 것이었다. 물을 마시던 와중, 방으로 가던 내 길을 잠시 보지 않고 그 아이만 봤다. 잠시 그대로 있었다. 무언가에 숙연해져 그 자리에 있었다. 아마, 고통이 보였겠지. 사람이든 동물이든 세상의 모든 생명은 모두 고통으로 엮여있으니까.
생명의 경중을 따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생명이 더 중하고, 어떤 생명이 더 가벼운지. 사람이 그걸 판단할 수 있을까. 만약, 신이 내 부모와 친구의 죽음을 고르라고 한다면 난 그 어떤 선택도 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빌 것이다.
기숙사 복도에 누워 발버둥 치던 그 벌레를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한다.
2
즐길 수가 없는 상태다. 우울감이 지배하고 울음이 나올 때가 많다. 병원을 한 번 가보려 한다. 약만 주는 병원이 아니었으면 한다. 어떨까? 뭐라고 할까? 내가 아픈 사람이라고 하려나. 궁금하기도 하다. 마치, 난 내 상태가 뭔지 알고 있으면서 그 상태라고 확정 지으려고 병원을 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병이다.
3
난 내가 보고 싶은 영화들을 까먹지 않게 메모한다. 물론, 다른 것들도 메모한다. 기록이 습관이 되어버린 지금, 난 무얼 적고 싶을까. 메모장을 펼쳐보면 사랑, 우울, 아픔, 기쁨, 웃음, 행복들이 들어있다. 가끔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 지어진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는 '닉과 노라의 플레이 리스트', '레드 스패로', '버닝'이 있다. 버닝은 한 번 더 보고 싶다. 그런데 돈이 없다. 크크.
4
현상유지는 퇴보라면서, 왜 난 퇴보하기를 자처하고 있는 걸까. 피부가 좋지 않다고 피부과에 다닌다고 마음먹었으면서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며 늦게 잠자리에 든다. 미쳤다. 뭐가 중요하다고.
5
당케님이 일러스트를 그려주실 때,
위태로운 젊음 - 쓸쓸함과 외로움이 느껴지지만 쉽게 쓰러지지는 않는 아슬아슬함을 살려보고 싶네요.
이런 느낌으로 그리셨다고 하는데 요즘 나를 정확히 표현해주신 것 같아 감동이었다. 요즘 나를 정의해보자면, 아슬아슬함 그 자체인 것 같다. 항상 웃고 다닐 때가 많았지만 웃고 싶지 않다.
6
오늘도 우울한 글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이런 글들만 나오면, 그냥 내 안에 담아둘까도 생각해보게 된다. 오늘도 수고했어, 나야. 잘자.
시린님처럼 생각이 깊고 많으시기에 그런 다양한 감정들이 나오는거 아닐가요? 애써 담아두시지말고, 편한대로 함께 나누었음 좋겠어요!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요한띠..우리끼리 단톡 하나 팔까..
바로 실행하는 유스 실행력 어디갔나?
시린님, 대부분의 병원은 약을 주고 끝내는 것 같아요. 초진을 제외하면요. 저는 개인적으로, 시에서 주최하는 건강증진센터에서 상담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큰 힘이 되었거든요.
큰 도움 감사합니다. 한 번 들려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네이버 웹사이트에 '정신건강증진센터'로 검색하시면, 구나 시에서 주최해 상담할 수 있는 홈페이지들이 나와요. 힘드시겠지만 상담을 신청해 용기내어 방문하신다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응원해요.
네, 진심어린 답변 정말 감사드립니다.
지금 시린님 뒷모습을 찍으면 저 모습이 아닐까 싶을만큼 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잘 어울려요- 완전히 결이 통한다고 할까요.
가끔은 슬픔과 고독의 카타르시스도 좋지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 가장 깊은 사색과 글은 그럴 때 나오더라구요. 그래도 너무 오래 그 안에 계시진 마세요. :)
오랜만이에요. 가끔은 괜찮은데, 요즘 좀 오래 있네요.ㅎㅎ 걱정 정말 감사합니다. 잠시나마 따듯하네요.
오늘도 참 수고하셨어요!!^^ 푹 주무세요 시린님!! 내일은 또 오늘보다 멋진날이 되겠죠?^^
으아..! 오랜만입니다. ㅎㅎ 감사해요. 정말요. 오늘은 화창한 날이었으면 하네요. 안녕히 주무세요!
시린님 프사가 바꼈군요.. 더 아련해지셨어요.. 뭔가 씁슬..ㅠㅠ
그런가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자꾸 업이될땐 작은일에도 쉽게 들뜨고 호들갑인것 같아 왜이러지 하고, 한없이 며칠째 무언가가 마음 한켠에 내려앉은듯 우울하고 기분좋은 때가오지않으면 이건 또 뭣때문이지 하고... 어쨌든 다 내안에 내가 만드는 감정인데 참 어려운것 같아요. 다시 좋은 기운이 도는 날이 곧 오겠지요~
다 흘러가는 중일 거라 믿습니다.
우울감을 알아챘을때 그 감정을 외면하지않고 한껏 풀어헤쳐보는것도 용기더라구요. 쓰러질듯 아슬아슬하지만 더 강해지실것만 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다 견뎌내고 일어서고만 싶습니다.
디폴트가 우울인 시기가 있죠 ㅎㅎ 그게 잘못됬다곤 생각하진 않아요
감사합니다. 잘못이 아니겠죠. 그냥 그런 거겠죠. 하하.
오늘도 수고 하셨어요
안녕히 잘 주무시기를...
감사합니다. 신도자님.
대문 넘 좋아요- 시린님과 잘 어울려요!
감사해요! 항상 사소하지 않은 긴 기록들 남겨주셔서 재밌게 보고 있네요. 앞으로도 자주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