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스팀:완뽕일기]대천 가서 회 안 먹은 보람-황해원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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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hiho입니다. 지난 주말 간만에 주5일 근무를 하게 돼서 아내와 함께 충남 보령시에 가서 쉬고 왔습니다. 대천항과 대천 해수욕장이 있는 바닷가 도시죠. 아직 성수기 전이고 날씨가 꾸리꾸리해서 비교적 한산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은 여행 후기가 아니라 먹스팀입니다. 대단한 노포에 다녀왔거든요. 횟집 외엔 맛집이 없는 고장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황해원을 소개합니다.

회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육,칠,팔 받침 있는 달엔 날것을 먹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씀도 있고, 널리고 널린 조개구이집에 가려 했으나 장모님께서 비브리오 패혈증 사망자 발생 사실을 알려주신 바, 우리는 메뉴 선택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그냥 짬뽕이나 먹을까? 바닷가에 짬뽕집 많잖아."

이 말을 들은 아내가 검색하던 중, 황해원이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황해원에 관한 글들을 이것저것 찾아보니, '한국식 짬뽕'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단다.(이 문장을 쓴 뒤, 간단한 취재를 해야 했다) 짬뽕의 원형에 관해서는 다양한 썰이 있는데 그 중 유력한 것은 중국 산둥성의 초마면이 바로 우리나라로 내려와 뻘건 국물의 짬뽕이 됐다는 썰과, 푸젠성의 탕육사면이 일본 나가사키에서 '잔폰'이라는 우리가 알고 있는 나가사키 짬뽕의 형태로 우리나라에 건너와 뻘건 국물이 됐다는 썰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 중에 후자가 좀 더 맞는 것 같지만 초마면이나 탕육사면이나 대충 나가사키 짬뽕이랑 비슷한 뽀얀 국물이다. 초마면의 경우 서역의 면 요리와 만나 매운 맛을 더하게 됐다는 얘기도 있지만, 매운 맛의 시뻘건 국물이 '한국식 짬뽕'을 설명하는 데에 빠져선 안 될 것 같다.

어찌됐든 나는 짬뽕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짬', '짜' 중에 고르라면 열 번 중 아홉번은 '짜'를 선택하는 류. 하지만 어마어마한 노포라는 설명이 있어서 메뉴 선택의 늪에서 허덕이던 우리는 눈이 번쩍 뜨였다. 게다가 아내는 짬뽕을 좋아한다. 한가지 기대된 것은 평생 먹어 본 중 최고의 짬뽕이었던 송탄 영빈루보다 맛일을까 하는 것. 영빈루도 이번처럼 우연히 가게 됐는데 말이다.

가게를 잠시 설명하자면, (이 부분도 개인적으로 간단히 취재했다. 국회부스에서 전화함...) 황해원이 처음 문을 연 것은 약 50년 전. 하지만 지금 주인이 창업주는 아니다. 현 주인은 약 3년 전 창업주의 모든 기술을 전수받아 가게를 인수했다고 한다. 형제도, 자식도 아니고 먼 친척도 아니고 창업주와 같은 동네사람이라서 그렇게 됐다는데, 여기에 관한 자세한 사연엔 특별히 관심도 없고, 특히 국회 부스에서 짬뽕집을 취재하는 소리가 부스 조선일보로 넘어가면 쪽팔릴까봐 더 이상 취재를 하지는 않았다. 빚 대신 가게와 기술을 받았다거나 하는 암울한 사연이 있을까봐 두려운 마음에 서둘러 통화를 마무리했다는 점도 밝혀둔다.

이 집 현 주인이 어떤 사연으로 가게와 기술을 인수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애니웨이 땡잡았다. 대박이 났으니까. 여기,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딱 세시간만 하고 장사 접는다. 이 얼마나 해피한 삶의 질인가. 하루 3시간만 검나 빡세게 일하고 부자되는 삶.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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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는 마을로 접어드는 길목에 있다. 근처에 가까이 갔더니 길가에 덩그러니 있는 가게 앞에 손님들이 줄을 서 있었다.

차는 앞에 농협, 뒤에 보건소 앞마당에 대면 된다. 가게 앞 도로가에 대지 마시길. 경찰 형들이 고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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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이렇게 주차관리를 하게 해선 안 되겠다.

한시쯤 갔는데 가게 앞에 줄 서서 기다리고, 앉아서 기다리고 도합 40분을 기다렸다. 짜장을 시키지 않으면 훨씬 빨리 나온다는 것, 팁이라면 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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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이 참 단출하다. 짬뽕, 짜장면, 짬뽕밥. 군만두, 탕수육 이딴 거 안한다. 이 얼마나 해피한 삶의 질인가. 가격은 최근에 올랐다고 했는데 이만하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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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점은 노랑 물을 들이지 않은 무 짠지를 쓴다는 것. 짜지 않고 맛있다. 옆에 항아리에 들어있다. 검나 먹었다.

주방 쪽을 향해 앉았던 아내의 지친 눈이 휘둥그래졌다. 드디어 나올 것이 나왔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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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이 먼저 나왔다. 비주얼은 가늘게 많이 썰어 넣은 돼지고기와 오징어. 그리고 손칼국수 같은 수타면발. 근데 면 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칼국수처럼 면을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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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나온 짜장. 옛날식 시골 짜장면의 모습 그대로다. 감자가 많이 들어가 있다. 집에서 어무이가 볶아 준 짜장 같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짬뽕은 '매우' 훌륭했고 짜장은 '그냥' 훌륭했다. 영빈루의 강렬한 맛은 아니었지만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 맛은 음... 매우 '정확한' 짬뽕의 맛이랄까. 맵지 않고 매콤했다. 짜지 않고 짭짤했다. 건더기가 먹어도 먹어도 나왔다. 곱배기가 있었는데 시켰으면 남겼을 뻔. 영빈루 바로 다음 자리에 놓고 싶다.

짜장도 맛있었다. 옛날 할머니댁에서 짜장면 시켜달라 투정부린 끝에 친척들 전원이 주문해서 배달이 가능했던 그 짜장면 맛...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하지만 짜장면은 중국대사관 앞에 열려있는 집들이 최고인 듯.

어쨌든 매우 훌륭한 축이기 때문에 완뽕, 완짜(?)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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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시 성주면 심원계곡로 6/041-933-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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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맛있어 보여요~~
저도 꼭 먹으러 가 봐야 겠네요^^
시원한 한 주 되세요~

넵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한 주 힘내셔요

옛날짜장 오랜만이네요

넵 그 노리끼리하고 약간 쫀득쫀득한 소스의 옛날짜장은 아니고 춘장을 볶는 식 짜장의 초기 형태랄까요.ㅋㅋ

맛있어 보이네여ㅎㅎ

맛있습니다. ㅋㅋ

기자가 쓴 맛집 후기는 이렇게 시선을 못떼게 만드는군요 ㅋㅋㅋ 재밌고 맛있게(?) 잘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ㅋㅋ 방금 다시 읽어보면서도 고칠점이 쉽게 찾아질 만큼 부족한 글입니다 ㅜ

✈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군요 ㅎㅎ 짬뽕은 비쥬얼만 봐도 성공적일 것 같습니다 ㅎㅎ 너무 맛있어 보이네요 ㅎㅎ

저는 참 맛나게 먹었습니다. 기장님 추천 붓싼 맛집 고고 하겠습니다 ㅋㅋ

안녕하세요 muksteem 전국 맛지도 등록 알림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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