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3 미국의 예멘 공습의 정치경제학적 의미와 러시아, 중국, 유럽 그리고 중동국가들의 손익판단

미국이 예멘을 공습했다. 미국의 예멘 공습은 여러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국제정치학자들은 중동지역의 정치적인 측면만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예멘사태는 매우 중층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단편적인 접근으로는 이번 예멘사태의 함의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의 예멘 공격을 홍해의 국제교역 수송로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경찰의 역할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예멘 공습은 미국의 입장에서 볼때 자국의 이익을 위해 매우 유리한 국면을 조성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중동사태는 미국이 하마스 사태이후 전개된 중동사태의 불안정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평가하는 이유는 중동지역이 지니고 있는 미국의 전략적 의미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페트로달러를 기반으로 달러의 기축통화기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미국에서 세일가스를 추출하면서 미국은 페트로달러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번거로워지게 되었던 것이다. 미국도 석유를 수출하는 국가가 된 것이다. 미국이 중동에서 석유를 수입하고 그 대금을 달러로만 받도록 함으로써 유지되어온 페트로달러체제를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에서 무역으로 번 돈으로 미국채를 사주던 중국도 더 이상 채권을 사지 않고 오히려 팔아버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달러의 기축통화기능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페트로달러체제가 무너진 것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위완화를 받기로 해서가 아니라 미국이 페트로 달러체제를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미국국채를 사주지 않게 된 것은 2019년이후 미국이 엄청나게 많이 달러를 발행했기 때문이다. 달러의 가치는 점점 더 떨어지니 각국의 중앙은행들도 더 이상 미국채를 보유하기 보다 팔아버리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엄청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미국이 러시아를 전쟁으로 유도한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도 미국이 보기에 그나마 약한 고리라고 할 수있는 러시아를 굴복시켜 경제적인 수탈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일환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완전하게 붕괴시킴으로써 러시아의 막대한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을 통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런 정도의 구상에는 미국 금융자본의 핵심들이 상당한 작용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즉 월스트리트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러시아를 전쟁으로 끌어들여 경제적인 파탄상태로 몰아가고 그 이후 러시아의 자원에 대한 효과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제국주의적 전리품을 수거한다는 것이다.

러시아를 전쟁으로 끌어들이고 경제적으로 파멸시켜 자원을 전리품으로 거두어 들인다는 구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미국이 다음에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석유가격의 인상과 홍해지역 물류의 차단이라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미국은 유럽을 시장으로 두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 수출국가가 되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장 많은 경제적 손실을 입었지만 미국은 반대로 유럽의 에너지 시장을 거의 독점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 산업생산능력을 거의 상실한 미국에게 있어서 에너지 수출이란 매우 중요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에게 에너지 가격이란 두가지 측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에너지 가격의 인상은 인플레이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미국의 국제무역수지에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이 높은 에너지 가격을 원하는가 아니면 낮은 에너지 가격을 원하는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미 미국은 높은 에너지 가격이 훨씬 도움이 되는 상황이 되었다고 하겠다. 미국이 높은 에너지 가격을 통해 많은 이익을 거두어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높은 에너지 가격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국제적인 에너지 시장에 혼란과 혼선 또는 불안정이 필요하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에게 4배나 비싼 가격으로 LNG를 팔아 먹을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이 또 필요한 것이다. 미국은 손해를 보지 않고 이익을 볼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지역은 다름아닌 중동지역이다. 중동지역의 분쟁과 혼란은 결정적으로 에너지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중동지역의 혼란으로 인한 손해와 이익을 보는 국가들도 비교적 분명하게 나뉠 수 있다. 중동지역의 정치 군사적 혼란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국가는 미국과 러시아라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은 러시아 보다 더 많은 에너지 수출로 인한 이익을 거두었다. 미국은 말로는 에너지 가격을 낮춰서 러시아의 전쟁수행능력에 타격을 가해야 한다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거둬들이는 국가가 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적어도 중동지역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경제적 이익은 서로 동일한 측면이 있다.

중동지역은 미국과 러시아에게 있어서도 지정학적으로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중동지역의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의미는 석유와 수에즈 운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동시작의 석유시장 교란은 미국과 러시아에게 또다른 기회가 될 수있다는 점은 이미 언급한바 있지만 수에즈 운하도 별로 미국과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수에즈 운하가 중요한 것은 유럽과 아시아의 연결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미국은 수에즈 운하를 사용할 필요가 별로 없다. 미국은 태평양과 대서양에서 바로 아시아와 유럽에 장애물 없이 접근할 수 있다.

러시아에 있어서 수에즈 운하는 그리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 러시아에게 수에즈 운하는 북극항로에 경쟁자일 뿐인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북극항로가 경제성을 지니게 되면 러시아는 수에즈 운하를 어떻게 여기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중동지역이 러시아와 미국에게 있어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과거와 같은 중요성을 지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중동지역의 분쟁에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이유라고 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중동지역은 과거 유럽의 발칸지역과 같은 지정학적 의미를 지니게 되어 버렸다. 발칸지역은 세력균형정책하에서 강대국의 흥정대상이 되는 지역이었다. 현재 중동이 바로 그런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중동에서 지금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면 어떤 국가들이 손해를 보게 될까? 유럽과 중국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국가들이 가장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유럽과 중국은 수에즈 운하의 봉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매우 곤란해진다. 엄청나게 비싸지는 물류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반대급부를 누리게 되는 국가는 미국과 영국이다. 영국은 엄청나게 올라가는 보험료로 수입을 얻게 될 것이며, 미국은 유럽과 중국간 교역비용의 증가로 인한 반대급부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은 중국의 교역을 제한함으로써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그런 장애물에 굴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중국은 유럽으로 접근을 위해 북극항로를 적극개척하려 할 것이고 유라시아 내륙의 물류 수송능력을 확충하려 할 것이다. 또한 아프리카로 진출해서 아프리카를 중간거점으로 활용하여 유럽으로의 접근통로를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유럽은 러시아와 관계개선을 하지 않으면 지금의 상황에서 탈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높은 에너지 가격과 중국시장으로의 접근을 차단당하게 되면 유럽은 더 이상 유럽이 아닌 상황이 되는 것이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걸프지역 왕조국가들도 과거와 전혀 다른 정치경제적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미국은 사우디 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하는 걸프국가들의 원유수출에 제동을 걸려고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나 어떤 나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면 못할 짓이 없다. 당연히 상당기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수출을 방해함으로써 에너지 가격을 올리려고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이번에 예멘에 공습을 가한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미국이 예멘을 통제하지 못해서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안하는 것인지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미국이 예멘을 공습하면, 예멘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미국이 손해를 볼 것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국은 오히려 그런 상황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이 사우디를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는 것이다. 미국이 언제까지 사우디아라비아 편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틀린 것이다. 이미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익은 서로 상반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멘과 이란이 홍해에서 교역을 차단하는 것이 유리할 것인지 불리할 것인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지금 세계의 강국들은 수싸움을 하고 있다. 앞에서 보이는 것만 봐서는 본질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핀란드, 노르웨이 그리고 스웨덴의 나토가입은 또다른 지정학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단순하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항의하는 정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다시 언급하기도 하겠다.

한국이 미국의 예멘공습을 지지하는 선언을 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보자면 한국은 어떤 입장을 견지해야 할까? 이렇게 보면 미국도 그리 호락호락한 나라는 아니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끌려다닌다는 평가도 그리 올바르다고는 하기 어렵다. 미국은 자국에게 무엇이 가장 이익인가를 평가하고 판단하며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삐끗했을 뿐이다. 한번의 실수가 돌이키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않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패배이후의 상황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보면 향후 미국의 패권의 향배를 좀 더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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