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행소화 시리즈-04-한필교 수사록 권4 문견잡지

in #kr5 years ago

연행소화 시리즈-04-한필교 수사록 권4 문견잡지

○ 웃기는 간차적(看車的) 서철루(徐澈婁)

○나의 수레를 모는 ‘칸처더〔看車的〕’인 서철루(徐澈婁)는 집이 봉성(鳳城)인데, 사람됨이 순박하고 부지런하며, 서투르지만 우리말을 배웠는데, 마두배(馬頭輩)들이 늘 ‘서대(徐大)’라고 불렀다. 대개 중국에서는 천한 사람을 부를 때에 반드시 ‘모대(某大)’라고 한다. 하루는 내가 수레 안에 있다가 서대를 불러서 중국어로 묻기를, “담배 줄까?”라고 하자, 서대가 우리말로 대답하기를, “좋지! 좋지!〔早治早治〕”라고 하여, 내가 웃으면서 그에게 주었더니, 서대가 두 손으로 받으며 말하기를, “담뱃대 없어!〔淡盃大業西〕”라고 하여, 크게 웃었다. 이 일이 있고서부터 나는 수레 안에서 잠이 올 때면 번번이 서대를 불러서 함께 이야기하였는데, 중국어와 우리말을 섞어가면서 도리(道里)를 묻거나 물명(物名)을 묻거나 하다 보니, 그것이 소일거리가 되어버렸다. 3일에 한 번씩 주방에서 찬합 하나를 준비하여 올렸는데, 이것을 수레 안에 놓아두고서 무시로 배가 고플 때마다 먹곤 하였다. 간혹 약과(藥果)나 어물(魚物)을 서대에게 주면, 서대가 맛있게 먹고 나서 매양 손으로 발을 걷어 올린 채 웃으며 말하기를, “배고파〔盃古把〕”라고 하였다. 또 말하기를, “노야(老爺)께서는 왜 똥시〔東西〕를 먹지 않습니까?”라고 하였다. ‘똥시〔東西〕’라고 한 것은 북쪽 사람들이 물건을 통칭하는 말이니, 그가 나에게 음식을 먹도록 권하거나 맛있는 것을 나누어 주기를 바랄 적에 하는 말이다. 나는 웃으면서 바로 그에게 주었고, 이렇게 하는 것이 하루에 3, 4번은 되었다. 유람할 곳을 만나면 그가 홀로 수레를 지켰는데 그럴 때마다 반드시 음식을 훔쳐서 먹었고, 심한 경우는 친구를 불러다가 나누어 먹어서 찬합을 다 비우기까지 하였다. 그리고는 스스로 자랑하여 말하기를, “이 똥시는 우리 노야께서 나에게 주신 것이다.”라고 하였다. 마두가 보고서 못하게 하면, 웃으며 말하기를, “노야께서 나를 아끼시니, 반드시 나를 꾸짖지 않을 것이야! 그런 일은 걱정하지 말라!”라고 하니, 마두도 또한 어찌할 수 없었다. 그러고 나서 내가 다시 수레를 타고 길을 가면, 서대는 종일토록 ‘똥시를 먹으라’고 권하지 않으니, 대개 그가 찬합 안에 먹을 만한 것이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이상해서 찬합을 열어 보면, 과연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결국 서대에게 물어보면, 서대가 웃으며 말하기를, “저는 모릅니다.”라고 대답한다. 내가 정색을 하면서 캐묻기를, “네가 내 수레를 보고 있는데, 누가 감히 훔쳐 가겠느냐? 너의 말이 어이가 없구나! 아는 사람이 누구냐?”라고 하였다. 그러자 서대가 이내 몸을 날려 수레에서 내려와서는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기를, “천리 고생길에 배가 고팠던지라, 찬합 안에 음식이 너무 맛이 좋아서 소인이 다 먹었소.〔小人伊多無巨所〕 노야께서는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그의 말을 듣고 하는 행동을 보면, 나도 모르게 배꼽을 잡게 되지만, 이내 화가 난 척하면서 말하기를, “지금은 너의 죄를 용서하지만, 만약 뒤에 다시 이런 일을 저지른다면 마땅히 중벌을 내리리라.”라고 하니, 서대가 머리를 끄덕이고 일어나서 수레 앞의 가로지른 판자에 걸터앉아서, 만면에 미소를 띠고서 말하기를, “노야께서는 노여움을 푸셨습니까?”라고 하고는, 또 묻기를, “담배 드릴까요?”라고 한다. 그리고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우리말로 마두를 불러 말하기를, “희종(喜宗) 【마두의 이름】 아! 담배 잡수어라.〔淡盃自浮水阿羅〕”라고 하고는, 이내 크게 웃으니, 나 또한 포복절도하고 만다. 서대는 이내 채찍을 휘두르며 담뱃대를 물고서 우리나라의 ‘〈오동추야월가(梧桐秋夜月歌)〉’를 부르는데, 그 음절이 마치 어린아이가 처음 말을 배운 것 같아서, 나도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서대가 빙 둘러보다가 나에게 말하기를, “이 노래를 잘 부릅니까?”라고 하여, 내가 말하기를 “그렇다.”라고 하니, 그가 또 말하기를, “이 노래가 귀국에서는 어떠합니까?”라고 하여, 내가 말하기를 “훨씬 낫다.”라고 하니, 그가 웃으며 말하기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감당할 수 없습니다.”라고 한다. 매일 이처럼 하면서 간혹 여행길의 피로를 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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