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주가조작 - 로스차일드의 대박
로스차일드의 대박, 누군가의 쪽박
1815년 6월 18일 지금은 벨기에 영토인 워털루 벌판에서 벌어진 워털루 전투는 유럽의 운명을 결정짓는 일대 격전이었다. 전술의 대가인 나폴레옹이 과거 아우스터리츠에서처럼 웰링턴의 영국군과 블뤼허의 프로이센군을 각개격파 한다면 다시금 나폴레옹의 문장(紋章)이 전 유럽을 뒤덮을 것이다. 반면 나폴레옹이 이 전투에서 패한다면 더 이상 긁어모을 군대가 없는 그는 회생의 기회조차 없게 된다. 병력 수도 현저한 열세였다. 하지만 전투 초기에 먼저 승기를 잡은 것은 나폴레옹이었다. 프로이센군을 완전히 와해시키지는 못했지만, 프로이센 장군 블뤼허에게 중상을 입히는 등 심대한 피해를 안긴 것이다.
나폴레옹은 우직한 부하 그루쉬에게 병력 일부를 떼어 주며 프로이센군을 추격하게 하고 자신은 영국군을 부수러 전진한다. 한편 영국의 지휘관 웰링턴은 프로이센군의 합류를 기다리면서 철저한 방어 작전으로 나왔고 나폴레옹과 그 휘하 용장들의 파도와 같은 돌격을 필사적으로 막아 낸다.
나폴레옹에게는 승리를 낚아챌 몇 번의 기회가 있었다. 프랑스 기병대가 피해가 막심했던 무모한 돌격으로 기어코 영국군 전열의 일부를 무너뜨렸을 때 때맞춰 보병대만 투입했더라도 나폴레옹은 승리의 환호를 울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프로이센군을 추격하던 그루쉬가 부하들의 충언에 따라 워털루 전장으로 일찍 돌아왔더라면 비참한 모습으로 도망가야 했던 것은 영국군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보스러울 만큼 우직한 그루쉬가 “황제 폐하의 명령대로!” 보이지도 않는 프러시아군을 쫓아 엉뚱한 곳을 헤매는 동안 바로 그 프러시아군이 나폴레옹군을 덮쳤고 그것으로 승부는 끝났다.
일진일퇴, 일희일비의 격전이 펼쳐지는 동안 전 유럽은 조마조마하며 전투의 향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나라의 운명도 운명이었지만 전투의 결과에 따라 변화될 국제 정세와 국내 역학 관계 속에서 자신의 이해관계를 면밀히 따지는 축도 적지 않았다. 그 가운데 유태인 금융가인 로스차일드 가문도 있었다.
워털루 전투가 벌어지기 전 나폴레옹이 유배지인 엘바 섬에서 탈출했을 때 로스차일드 가문은 나폴레옹이 일으킨 전쟁이 예전처럼 장기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금을 잔뜩 사 두었다. 난리가 지속될수록 믿을 것은 금밖에 없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지혜가 아닌가. 그런데 예상과 달리 워털루는 건곤일척의 대회전이 되었고 워털루 전투의 결과가 어떻게 나든 금의 가치가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되어 버렸다. 이제 군대는 해산할 것이고 그 군대에게 지급할 급료인 금도 효용 가치를 잃을 것이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자신들이 깔고 앉았던 ‘금방석’이 ‘가시 방석’으로 돌변하는 느낌에 적잖이 당황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셋째 아들 네이선은 판단 미스를 만회할 수단을 찾아냈다. 그것은 영국 공채였다. 그는 영국 공채를 잔뜩 사들였다. 영국이 워털루에서 승리한다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겠지만 패배한다면 휴지로도 못쓸 존재가 되는 영국 공채.
네이선은 워털루 전투 현장에 유능한 정보원을 곳곳에 배치하고 있었다. 일설에 의하면 그가 직접 전투 현장에 있다가 전쟁의 폭풍우를 뚫고 건너왔다고도 한다. 웰링턴이 승전을 선언하기 이틀 전에 이미 전투의 승패는 결판나 있었다. 웰링턴이 사망자와 부상자의 수를 확인하며 승리의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동안 워털루 승리를 영국에서 처음으로 확인한 것은 네이선 로스차일드였다.
19일 오전, 무표정한 얼굴로 증권거래소에 나선 그는 공채를 팔기 시작했다. “로스차일드가 공채를 판다.” “영국이 패했다!” “나폴레옹이 영국 프러시아군을 전멸시켰다.” 비명 같은 아우성이 거래소를 휩쓰는 가운데 영국 공채 100파운드짜리가 5파운드로 떨어질 정도로 폭락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아무도 몰랐다. 이미 로스차일드가 무려 3천만 파운드를 들여 대리인들에게 은밀히 공채를 구입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을.
운명의 6월 20일 워털루의 승전보가 해일처럼 밀어닥쳤다. 전날 공채를 팔아넘긴 사람들에게 그 승리는 승리가 아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자신의 전 재산을 잃은 사람들도 흔했다. 반면 로스차일드 가문은 무려 2억3천만 파운드나 되는 돈을 단 하루에 버는 대박을 맞았다. 흔히 이 일화는 정보의 중요성과 그를 따내는 부지런함의 미덕을 강조하고자 할 때 인용되곤 한다.
물론 로스차일드가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한 것은 칭찬받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고급 정보를 가진 그가 헛손질을 하면서 사람들을 속였고, 당황한 사람들의 허둥지둥을 또 한 번 이용하여 금고를 채워 나갔다는 점에서 마냥 박수 받을 일 같지는 않다. 하물며 자신이나 타인의 직무상 취득한 정보로서, 누설 자체가 불법이 되는 정보를, 음습한 술자리와 돈 봉투로 따내는 일이 흔하고, 그를 통해 하룻밤 사이에 거부가 되는 거짓말이 곧잘 현실이 되는 나라에서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가진 것 없는 서민들의 얄팍한 희망으로 형성된 ‘개미 군단’이 엉뚱한 자의 부(富)를 지펴 올릴 불길의 불쏘시개로 전락하는 일이 흔하게 벌어지는 나라에서라면 더더욱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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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놈 이네요
코인하고 비슷한거 같아요
나쁜 놈인데.... 어쨌건 머리는 잘 돌아가는.....
지금벌어지고 있는 상황같기도 하네요~^^
참 어디서 많이 본 풍경입지요??? 이런 걸 기시감이라고 하나요.
재미있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