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님의 눈

간만의 대리운전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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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무렵 문자가 욌습니다. 고양 행신에서 과 동기 둘이 동기 사무실에서 만나는데 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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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1초도 안망설이고 갈텐데 짐짓 튕겼습니다. 어 곤란한데 .... 이유는 차를 가지고 와서였지요. 행신 가는 건 문제가 아닌데 술을 못먹잖나. 그럼 갈 이유가 있나. 가서 사이다 마시다가 술 취한 넘 태워주는 기사 노릇하러 내가 가야 하는가. 그래도 간만에 얼굴 보는 건 좋은 일이니.....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 차를 몰고 갑니다. 나 원 간만에 자슥들 술 먹는데 혼자 맹숭맹숭 있다 오겠네.ㅡㅡㅡ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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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가니 양고기와 쇠고기가 구워지고 있었습니다. 저 귀한 생명들의 희생을 외면하기도 힘겨운데 이 자슥들이 공부가주와 옌타이 칭타오를 종류별로 내놓습니다. 그러면서 던지는 멘트. 대리해라 대리비 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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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잘 먹고 잘 놀고 대리기사님 모시고 집에 오는길에 친구 한 명을 내려 줬습니다. 내린 뒤에 걸려온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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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내가 네 가방 들고 내린 거 같다."
.뒷자석에 둔 가방을 자기 건 줄 알고 내린 겁니다.
"야 이 미친넘아. 니가 가방을 왜 들고 내려. 야 그 안에 든 거 많은데 "
"미안하다. 지금 느이 집으로 갈까"
"됐어 임마 낼 상암동으로 가지고 와 씨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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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원 참.... 그런데 대리기사님이 한마디 하십니다ㅡ
"둘이 나이 차이가 있는 거 같은데 말이 동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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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으로 유명한 저와 상대적으로 노안인 동기를 알아 본 모양입니다. 저는 일찍 학교 들어가고 저 녀석은 삼수해서 좀 나이 차이는 져요. 그런데 동기니까... 하며 웃는데 기사님이 따라 웃으며 말합니다. "우리 땐 그랬죠 학번이 깡패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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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님은 쉰 다섯. 스스로 '586'이라 일컬으셨고 "학번이 깡패였죠. 한 학번 선배가 후배들 교육을 시켰으니 " 같은 표현이나 "왕년의 NL들" 운운 이야기를 하시는 걸로 봐 '짐작할 만한' 과거를 지닌 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말씀을 참 차분차분 잘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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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친구 녀석이 내 가방을 들고 내려 버린 뒤 이어진 대화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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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이길 것 같아요. 참 싫은 사람이고 되서는 안될 사람인데 일단 민주당에 삐져 버린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저는 그래도 사람들이 윤석열을 대통령까지 만들어 주랴 생각했는데 그저껜가 손님 모시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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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손님들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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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분들이었어요. 의원님 의원님 하는 것도 들었는데 국회의원은 아닌 거 같았고 어디 시의원쯤 될 거 같더라구요. 윤석열 욕하고 그 부인 자기들끼리 까내리고 웃고 그건 좋아요. 저도 공감하는 얘기니까. 그런데...... 누가 언성을 높이면서 이러더라구요. '민주당이 정말 뭘 그렇게 잘못했냐. 그러면 아무도 대놓고 말 못해. 그냥 분위기고, 그냥 미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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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우리가 뭘 잘못했냐 그러면 사람들이 말을 못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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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그런데 사실 그렇게 묻는 사람한테 조목조목 대답하는 건 싸우자는 거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묻는 사람들도 누군가 거기에 반박하면 자기하고 싸우자는 걸로 알아요. 그 의원님(?)들도 자기가 껄끄러운 사람한테 그 얘기 하겠어요? 만만한 사람한테 하지. 그러면 만만한 사람들이 대답을 하겠어요? 말 안하지. 그러면 "거 봐. 구체적인 건 들지도 못하면서!" 자기들끼리 어깨 으쓱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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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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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또 요즘은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는 거 같긴 한데 그래 봐야 그건 "우리가 뭘 잘못했냐"의 반사일 뿐이에요. 뭘 잘못했냐고 물으면 걸리는 게 많아요. 문재인 대통령 공격하면 안될 거 같고, 조국 장관 욕먹이면 안될 거 같고.... 그래서 잘못했으면 뭘 잘못했다는 거냐고 물으면 말을 잘 못해요. 국힘당 사람들도 그랬잖아요. 툭하면 석고대죄하는데 자기들 죄가 뭔지는 얘기 안하고.....지금 민주당이 그러고 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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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나 민주당이나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를 분명히 밝혀야 앞으로 잘하겠다는 게 설득력이 있을 것 같은데..... 저는 그게 안보이네요 . 그래도 한 40일 남았나요? 저는 이재명 찍을 거예요 . 윤석열은 아니니까. 그런데 이길지는 모르겠어요. 잘해 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