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라는 악마에 대하여

in #kr8 years ago

진돗개를 영물로 섬기는 사이비 종교 집단이 있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사이비 집단의 기준은 간단합니다. 개를 섬기든 번데기를 섬기든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 그건 사이비가 아닙니다. 재산을 헌납하라거나 그 집단 내의 불신자에 대하여 물리적 압박을 가하거나 구걸을 시킨다거나 기타 불법적 행위로 개인의 존엄과 자유를 해치지 않는 한 종교의 자유에 해당할 겁니다. 하지만 개가 아니라 거룩한 하느님을 섬기든 세상없는 부처를 모시든 사람에게 해로운 짓을 시키면 그건 사이비입니다.

진돗개사교.jpg

그런데 진돗개를 섬기는 집단 속에서 크던 아이 하나가 맞아 죽었습니다. 악귀가 씌웠다는 이유로 세 살 아이가 엄마가 보는 앞에서 맞아 죽었고 암매장됐다가 불태워졌습니다. 내부고발자가 아니었다면 아이의 존재는 속절없이 묻힐 뻔 했습니다. 그 어머니는 자신의 집단을 지키려고 내가 아이를 죽였다고 거짓 자백할 정도로 진돗개교(?)를 섬겼다고 합니다. 황망한 일이지만 저는 그 심리를 이해합니다. 아니 이해는 좀 과하고 그저 납득합니다. 즉 그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믿음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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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SOS 24> 연출을 할 때 참 못 볼 꼴 안 볼 꼴 많이 봤지만 국제 호러 영화제 같은 데 출품해 봤으면 하는 아이템이 있었습니다. 제가 그 아이템을 연출한 건 아닙니다. 즉 직접 그 엽기적인 공포와 대면한 건 어니었습니다, 그러나 동료 PD가 편집하는 모습을 어깨 너머로만 보면서도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이었습니다. 꿈에도 여러 번 나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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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은 교회가 뭔가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어요. 예배를 본 다음 교인들의 얼굴에 시퍼런 멍이 든다거나 심지어는 피를 철철 흘리며 나오기까지 한다는 겁니다. 대관절 교회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촬영 테잎에는 그들의 모임 현장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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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들이 둘러앉아 있는 교회 사무실. 그 모임의 주재자는 목사가 아닌 여자 집사였어요. 목사와 그 사모는 ‘영적 능력이 탁월한’ 그 집사에게 감화(?)되어 있었고, 다른 신도들도 그 집사를 받들어 모시다 못해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한다고 했지요. 한참 무슨 얘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문제의 집사가 벌떡 일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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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손에 뭘 들고는 옆에 있던 여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무시무시하게 두들겨 패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맞는 이는 저항의 몸짓은커녕 한 대라도 더 맞아야 한다는 듯 피하지도 않고 그 매를 받아냅니다. 매에는 장사 없다고 윽 윽 신음과 비명이 터져 나오는데도 때리는 자와 맞는 자 둘 다 초지일관이었습니다

축귀사역.jpg
뉴스한국 이미지, 이 그림과 비슷했지요. 가해자가 여자 집사라는 걸 제외하면

“도.... 도대체 왜 저러는 거예요?”
“사람들한테 악령이 깃들어 있어서 쫓아내는 거랍니다. 저러면서 돈도 갖다 바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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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을 쫓기 전에 사람 먼저 잡을 것 같아 우리가 확보한 영상을 근거로 부랴부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을 때 또 한 번 아연실색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신도들 가운데 누구도 폭력 피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겁니다. 집사님의 행동은 자신들에게서 사탄을 몰아내려고 한 것일 뿐이라며 집사를 일치단결 감싸고 돈 거지요. 그 옛날 대도 조세형에게 털렸던 고관대작들은 물방울 다이아몬드를 도둑맞아도 잃어버린 것 없다고 잡아뗐다더니 피가 터지도록 두들겨 맞은 사람들이 자기는 은혜를 입은 것뿐이라며 아우성을 치니 경찰이고 제작진이고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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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문제의 집사가 카메라 앞에서 신도들 하나 하나에게 매우 정중하고 간절하게 사과를 하기 시작합니다. “여러분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요.” 아 이 ‘년’ (여혐이라고 몰려도 이 말은 할랍니다. 미안하지만 해야겠어요.) 머리 정말 잘 돌아가는 년이었습니다. 증거 다 있는 마당에 ‘개전의 정’과 ‘재발 방지의 의지’를 보여 이 자리를 빨리 모면해 보자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더 혀를 빼물 일이 벌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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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받던 아줌마 하나가 언성을 높이면서 집사에게 항변을 하는 거예요 “집사님이 뭘 잘못했어요? 집사님이 날 살렸어요. 날 살렸잖아요.” 집사는 계속 잘못했다고 연거푸 고개를 숙이는데 그에 따라 아줌마의 목소리도 더욱 단단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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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님이 날 살렸어요! 집사님 사과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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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보니 이전 집회에서 막대기로 두들겨 맞아 피가 터졌던 바로 그 여자였습니다. 푸른 멍 자국 채 가시지 않은 눈을 크게 뜨고선, 안타까워 못 견디겠다는 듯 주먹을 꼬옥 쥐고 집사님은 죄가 없다고 외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는 동정의 마음이 아닌 공포의 감정이 스멀거리면서 온몸을 뒤덮더군요. 대관절 집사의 어떤 영적 능력이 그들을 휘어잡았는지 모르나 집사에 대한 믿음은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있었고, 주위에게 전염되고 있었고, 그 공동체에 모인 사람들의 인생길을 송두리째 어긋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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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는 피해자들의 일치된 증언에 따라 풀려났고, 범죄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한 그들을 해산시킬 도리도 없었던 바, 공포의 예배는 암암리에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달 뒤 목사의 사모 안에 파고든 악령(?)을 쫓아내려는 시도 와중에 목사 사모의 목뼈가 부러지는 끔찍한 비극을 맞고 말았습니다. 목사 부인은 사망했지만 그들은 그걸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시신을 치우지도 않은 채, 그 남편 목사를 비롯한 신도들은 썩어가는 시체 앞에서 부활을 노래하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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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들으며 “미친 사람들!”이라 일갈하지 않을 분은 드물 겁니다. 하지만 그 교회에서 집사에게 양순히 두들겨 맞던 사람들은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이었습니다. 정신질환자도 아니었고, 직장 생활도 버젓이 하고 있는 이들이었습니다. 제 기억에는 의사도 있었습니다. 대기업 직원도 있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었습니다. 단지 그들의 믿음이 지나쳤을 뿐입니다. 그리고 어느 한 ‘지점’에서만 그 믿음의 강도가 강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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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가능성을 믿습니다. 어떤 악인도 그 속에서부터 철두철미 악하다고 보지는 않고 선의의 싹을 감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았던 지옥같은 삶 속에서도 뭉클한 감동을 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감동이 결국 사람들을 움직이고 변화시킨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일을 수도 없이 겪으면서 저는 사람을 별로 믿지 않게 됐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람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열렬하게,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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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목사 부인이 목이 부러져 세상을 떠난 뒤 그 시신은 썩어 진물이 나와 그 방바닥이 시꺼멓게 될 때까지 방치돼 있었습니다. 그때껏 신도들은 부활을 의심하지 않고 찬송을 내내 부르고 있었고 목사라는 남편마저도 그랬습니다. 그 현장 사진, 노란 색 바닥이 사람 모양으로 시꺼멓게 변색됐던 그 자욱의 현장 사진을 저는 죽어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인간의 그릇된 믿음이 불러온 흉터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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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jpg

'드루킹' 이라는 정신 나간 사람과 그를 신봉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떠들썩합니다. (정확히는 일부가 떠들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역사적인 전환기가 동터오는 시간, 날파리처럼 왱왱거리는 소리에 귀찮고 짜증나기도 합니다만 드루킹교도(?)들의 행각과 드루킹의 말뽄새를 보면 그들 역시 지극히 정상적인 일상을 영위하는 이들이면서도 '한쪽의 믿음이 비정상이었던' 사람들로 보입니다. 일본 침몰을 대비하여 오사카 총영사를 탐낸다거나, 배신자는'연변거지'를 보내 처단한다는 협박을 일삼았다거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를 꿈꾸었다거나...... 말도 안되는 얘기들을 멀쩡한 사람들이 믿고 있었고, 그 믿음을 힘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다녔습니다. 그들에게서 진돗개교나 위에 말한 제 경험 속의 교회 사람들의 악취를 맡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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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은 사람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그러나 소금을 많이 먹으면 병이 걸리듯 믿음이 과하면 무시무시한 악마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회의( 懷疑)라고 여깁니다. 완전히 믿기 전에 끊임없이 의심하기, 믿은 뒤에도 가끔은 그 믿음의 근거를 의심하기, 의심하기를 두려워하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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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없는 믿음 만큼 무모한 건 없다고 봅니다. 의심은 믿음과 결혼하기 전에 통과해야 할 장인 어른과의 만남과도 같은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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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연약하면서도 무서운지 알 수 있는 글이네요.
영화 "꾼"에서 그러죠.
의심을 해소시켜주면 확신이 된다고요.
아마 그들도 처음에는 의심했을 거고 그 의심이 깊었던 만큼 믿음도 깊은 걸 겁니다.
지금도 무수히 많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이 더 화가 나네요.

좋은 말이네요. "의심을 해소시켜 주면 확신이 된다...." 그렇게 신앙이 깊어지죠

뭐라 적다가 지웠다가... 진짜 말문이 막히네요...

허허 저도 참.... 말문이

ㅡㅡ 무섭네요.
진도개라니
기가 막혀서 말도 안나오네요.
아이가 죽었는데....

세상에 별 사람도 많다지만 별 일도 많답니다

참. 이해하기 어렵네요 진도개라니...폭력을 은혜로 생각하다니...

그러게나 말입니다 참.... 사람 머리 속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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