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011] 쿵퓨리
리뷰라기보다는 영화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주절주절 쓰는 것이라 중간중간 내용 누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 감상에 피해가 갈 정도의 과도한 누설은 최대한 피하고, 있더라도 미리 언급을 할테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냥 줄줄 쓸 것 같아요.
쿵 퓨리 (Kung Fury, 2015)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된 30분짜리 단편영화입니다. 한번 볼때 긴 호흡을 좋아해서 단편영화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는데도 이 영화는 보자마자 끔뻑 갔었네요.
줄거리를 설명하기에도 30분짜리라 너무 짧아 그냥 보셔도 무방하지만, 간략하게 설명드리자면 전설의 쿵푸 마스터가 된 주인공이 시간여행으로 갑작스레 나타난 히틀러를 처치하기 위해 떠나는 내용입니다. 도대체 뭔 소린가 싶지만 정말 영화의 내용이 이렇습니다.
막장이라는 단어조차 이 영화를 대변하지 못할 정도로 정말 어이없고 말도 안 되는 전개에 보는 내내 감탄과 경악을 금치 못했어요. 정말 당장 1초 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을 하기가 힘듭니다.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전개에 온갖 이상한 건 죄다 집어넣은 영화들 같은 경우엔 자칫하면 굉장히 유치해지기가 쉽습니다. 비록 30분짜리 단편일지라도 영화 내내 높은 텐션을 유지하기가 어렵죠.
SNL 생각하시면 쉬울 것 같습니다. 황당한 설정으로 보는 이들에게 어이없어서 터져나오는 실소를 유발하지만, 약 5~10분 정도의 한 컷에 웃긴 포인트는 많으면 3분에 한번씩, 그러면 나머지 시간은 그 웃긴 포인트를 살리기 위해서 예열 과정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당연히 그 예열 과정이 있어야 어이없는, 황당한 상황을 잘 살릴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영화는 그냥 그런 거 다 깡그리 무시하고 입 안에 우겨넣듯 끝도없이 밀어붙이는 스타일입니다. 비슷한 영화로 예전에 '다찌마와 리'를 소개해드린 적이 있었는데 (링크~[영화-005]다찌마와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훨씬 강도가 셉니다.
다찌마와리도 30분 남짓한 단편으로 시작해 장편으로 발전한 케이스인데, 적어도 다찌마와리는 단편이든 장편이든 정의의 사나이 다찌마와리가 나쁜 놈들을 무찌른다는 최소한의 스토리 줄기는 있었습니다. 비단 다찌마와리 뿐만 아니라 막 나가는 이런 종류의 영화들도 큰 줄기 안에 각종 황당하고 어이없는 설정을 집어넣는 식이었죠. 쿵퓨리는 그런 기본적인 스토리 줄기조차 다 부정하고 지맘대로 가는 영화입니다. 전설의 쿵푸 마스터 쿵퓨리가 히틀러 때려잡으러 시간여행하는 게 저게 말이나 되는 스토리일까요.
혼자 감독, 각본, 주연 다 해먹은 주인공.
1980년대의 기묘한 신디사이져 음악을 뿜뿜 뿜어내며, 그때 당시 B급, 아니 거의 C급에 가까웠던 영화들, 그리고 그때 당시 우후죽순 나오던 8비트 저질게임들을 표방하는 영화입니다. 일부러 촌스러운 사운드에 지지직거리는 화면, 엄청나게 엉성한 CG, 아무 감흥 없어보이는 발연기..
이 영화의 대단한 점은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놓고도 단순히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그걸 포인트로 잘 살려내면서도 지루할 틈 없이 전개한다는 점이에요. 일부러 이렇게 만든 영화들이나 프로는 지금까지도 꽤 많았죠. 그런데 계속 반복되다보면 금새 지루해지거나 식상해지기 마련인데,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리듬을 놓치지않고 잘 끌어나가는 게 대단합니다. 뿅뿅거리는 정신 사나운 음악들도 전 정말 좋았네요.
그냥 보고있다보면 멍해진다.
펀딩을 받아 만든 단편 데뷔작이라는데, 올해에 장편으로 나온다네요. 과연 단편의 이 정신나간 센스를 유지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무려 아놀드 슈와제네거와 마이클 패스벤더가 이미 캐스팅된 상황이라 스케일이 되게 커졌는데 정말 어떻게 나올지..
그나저나 히틀러, 나치는 이런 장르에서 정말 좋은 재료인 것 같습니다. 게임이든 영화든 별다른 설명을 하지않아도 그냥 나쁜 놈이란 걸 깔고 들어가니까 마음껏 쏘고 찔러 죽이고 조롱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으니까요.
쿵퓨리의 영화 판떼기입니다.
보면서 어이없어서 웃긴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강추합니다. 그러나 영화가 진짜 참 이상하기 때문에 취향 안 맞으면 정말 괴로울 것 같아요. 저는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글자막 달린 유튜브 링크 달고 글 마치겠습니다!
짱짱맨은 스티밋이 좋아요^^ 즐거운 스티밋 행복한하루 보내세요!
virus707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