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전자상가의 추억
마우스를 하나 샀다. 배송비가 아까웠는데 마침 월요일 업무가 용산 부근이라 직접 수령하러 전자상가를 들렀다.
용산에 도착하니 '헐리웃 키드의 생애'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아마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 중에는 용산 키드들도 꽤 있을 것이다. 용산 키드들에게 익숙했던 전자상가 특유의 분위기는 마치 고향과 같지 않을까. 전자상가는 깔끔, 정돈과는 거리가 멀었다. 박스는 가득 쌓여있고 주변기기와 케이블이 이곳저곳 걸려 있으며, 조명은 깜깜하진 않으나 또 쨍하지도 않은데 건물은 오래 되어서 어딘가 적당하고도 은근히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선인상가에는 막다른 복도들이 몇 군데 있는데 그런 외진 곳에는 구식의 낡은 부품들로 구성되었지만 오늘도 지구정복을 꿈꾸는 인공지능이 조용히 숨귀고 있을 것만 같았다. 이런 분위기에 용팔이의 존재는 잘 어울렸다. 얼마까지 알아봤냐는 질문에 어느 정도를 답해야 눈탱이 맞지 않을까 고민하게 만드는 용팔이의 매력, 그들은 몬스터였고 용산은 던전이었다. 용산 던전. 줄여서 용던.
옛 용던은 파티를 구성하지 않으면 조금 위축되는 감이 있었다. 물건은 많고 사람들은 바삐 오갔고 호객도 활발해서 정신이 없었다. 별 수 없이 혼자 가면 기가 빨리는 느낌이랄까. 시행착오와 눈탱이 속에서 전자기기 보는 눈을 레벨업 했다. 하지만 그 기억도 이젠 과거형이 되고 말았다. 마우스를 수령하러 가던 복도의 매장 대부분은 비어 있었다. 어림 잡아 거의 90% 정도는 비어 있었다. 정신 없고 분주했던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배송하려고 수레에 가득 짐을 쌓아 나르는 업자의 모습이 가끔 보이는 정도가 이 곳이 전자상가임을 기억하게 해줄 뿐이었다. 익숙한 곳이고 나이 들어 괜찮기도 하지만 몬스터 아니 용팔이가 사람 잡지 않는 용산던전은 이제 솔로 플레이를 해도 아무렇지 않은 곳이 되었다. 슬로 플레이는 커냥 대부분의 업체가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하고 택배로 집에서 물건을 받아볼 수 있게 된 요즘 더 이상 용산던전을 갈 필요조차 없어졌다.
이제 글을 예전의 용산이 그립다며 끝내면 왠지 국어 교과서에 실린 수필 같은 마무리가 될 것 같다. 흔해빠진 마무리는 거부한다. 어차피 모든 것은 변하게 되어 있다. 온라인에 가격이 공개되면서 용팔이들의 호객은 자연스럽게 쓸모 없어지게 되었다. 아니다. 그래도 가끔 보면 그럴 가격이 아닌데 비싸게 올려 놓은 걸 보면 용팔이들은 온라인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전뇌세계의 쿠사나기 소령처럼. 누군가는 낚여서 비싸게 사겠지. 나쁜 건 그대로인데 뭔가 정겨웠던 것들은 사라진다. 그래 씨발. 흔한 수필 같아도 어쩔 수 없다. 어린 시절 용산 전자상가가 그립다.
아주 솔직하고 강렬한 마무리입니다ㅎㅎㅎㅎ 동대문과 더불어 욕하면서도 찾던 그곳 용산ㅋㅋ
꼭 용산이나 낙원상가나 동대문이 아니더라도, 그 때 자주 갔던 그곳의 향수라는 것이 있는데... 이제는 다들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깝네요ㅠ
공감합니다ㅠ
스팀잇에는 욕쟁이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ㅎㅎ 욕하면서도 찾아갔던 그곳들은 이젠 추억이네요. 나이 들었습니다.
저에게도 추억의 공간인데 이곳은...
얼마전에 놀러간 용산은 그동안 정말 많이 달라져 있더군요 ㅎ
무엇보다 호객행위가 줄어들어 놀랐습니다 ㅎ
아무도 안 잡으니 기분 참 이상하다군요. 그렇다고 호객 행위가 좋다는 건 아니지만요.
추억으로~!
스파시바~!
낙원상가, 세운상가 함께 추억의 공간~ ^^
'스파'시바(Спасибо스빠씨-바)~!
스파시바가 스파ㅆㅂ는 아니겠지요 ㅋㅋ
추억이 방울방울입니다.
e̡̠̯̬͔̞͈͌̄̋x̲ͫ̇̇̌i̾̈́͛̈ͪ͢s̺͔̯̖t̖͔ͥ͊̂̆͟ͅeͨ̌͊͊ͧ̃̋n̨̳͈̥͆͆̈́ͣc̟̳̳̺̋̍̒ͨ͠e͒̕ V̗̭̮̯͕̺̋͊̊̍̆̏͊͒̕͢ͅo̰̣̗̳̘͖͇͆̊̚̚͝ị̹͇͈̭̯̎̇͐̑͊̎́̊̀͝d̯͇͔͕̼̖̠̅̓̓͛́̌̀͒̕
엄킨님 이 댓글은 뭔가요?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ㅋㅋㅋ 아녀 신기해서 테스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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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감사하다.
나 돌 아 갈 래~
ㅎㅎㅎ
난 돌 아 버 릴 래~
ㅆㅂ!!ㅋㅋㅋ 저도 중딩 때 게임씨디 구워져있는거 구하러 수원에서 기차타고 서울까지 갔던 기억이 있어요 ㅋㅋ 그 후론 가본 적 없는데 많이 깔끔해졌나보네용?
입점한 가게들은 예전처럼 어수선한데 매장의 90%가 비게 되니 한산해졌습니다. 결국 깔끔해지긴 했네요. 그래도 낡았으니 던전이 어디가나요. 그나저나 수원에서 기차타고 갔다니 대단한 열정입니다. ㅎㅎ
울아버지 용팔이들에게 속아서 돈날린 것 생각하면 부들부들...
지금처럼 가격이 공개되었으면 덜 속았을텐데 말이죠. 용산이 한산해져도 구매 스트레스 줄어든 건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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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동대문 무서운 형들 안마주치려고 여기저기 돈을 꼭꼭 숨겨다니던 때가 생각나네요 ㅋㅋ 결국 만나면 다 뜯겼지만..
전 무서운 형들 만난 적이 없는데 PK가 제법 있었나보군요. 여러모로 던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