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 자신에 대한 해방

안희정 지사 성폭행 파문으로 난리가 났네요. 대선 유력 후보였기도 했고, 차기 대권 주자로도 떠오르는 잠룡 중 하나였을 뿐 아니라 훈훈한 이미지로 여성 팬들도 많았던 정치인이어서 일까요. 그를 지지했던 시민들의 충격이 무척 컸던 것 같습니다.

미투 운동은 앞으로도 점점 더 큰 파급력을 곳곳에 전파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투 운동의 형태는 성추행 고발이지만, 그 근저에는 부당한 권력에 대한 저항의 의지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죠. 따라서 앞으로 미투 운동 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힘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었던 경우를 폭로하는 비슷한 운동들이 연이어 일어날 것으로 예측합니다.

더 나아가 이 운동은 결국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를 해방하는 움직임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힘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부당한 요구에 누구도 저항하지 못했던 이유엔 공포와 욕망, 무기력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런 불편한 감정들이 뒤섞여 몸집이 커지면서 우리 스스로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되니 판단력이 흐려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피해자로 당하면서도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구요.

힘과 권력이 영원히 한 개인을 옭아맬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개인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다만 미래가 두려워, 자기 자신의 욕망을 채우지 못할까봐, 혹은 복수를 당할까봐 감히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런 생각들이 현실로 나타날지 여부는 아무도 모릅니다. 또한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도 없지요. 스스로 벗어나는 것도 자기 자신이요, 그 결과를 맞는 것도 온전히 자기 자신일 뿐이니까요.

미투 운동의 결과가 긍정적인 성과에 다가갈수록, 그런 두려움, 욕망, 공포의 감정 복합체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 봅니다. 용기를 내어 불확실한 결과를 맞이할 자신감을 얻는거지요.

KTX 여승무원 중 한 명이 부당하게 실직 후 오랫동안 싸우다 결국 자살한 사건을 아시나요. 명문대 교수로 일하다 실적 압박에 자살한 사람, 과도한 업무로 인해 자살한 노동자, 악성 댓글로 자살한 연예인들도 있죠. 이들이 과연 부당하게 권력에 피해를 입었지만 신고하거나 저항하지 못한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이었을까요?

참기 힘들면 놓을 줄도 알아야 하고, 괴로우면 들이 받을 줄도 알아야죠. 그 뒤의 결과를 감내하는 것은 본인 몫이겠지만, 과연 그 뒤의 결과가, 끙끙 앓고 오래도록 가슴 속에 상처를 남겨 뒤의 인생을 망치거나 심한 경우 자살까지 가는 것보다 더 최악일까요?

이것을 깨닫는 것이 우리 자신에 대한 해방의 시작이 되겠죠. 미투 운동과 그 파생 운동에 대해 거는 기대가 큽니다.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