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경부고속도로 교통사고, 누구의 잘못일까? / Terrible Bus Crash

in #kr7 years ago

지난 일요일 경부고속도로에서 버스 7중 추돌사고가 있었습니다.
인터넷상에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으로 인해 화제가 된 이 사고의 원인은 운전자의 졸음운전이라고 합니다.
이 사고로 2명이 죽고 16명이 다쳤습니다. 버스기사는 구속되었지요.
일차적인 원인은 버스기사에게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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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근무환경

하지만 곧이어 운전기사의 살인적인 업무강도가 알려지면서 곧 국민의 분노는 버스회사로 옮겨갔습니다.
버스기사는 2일 일하고 1일 쉬는데, 하루에 오산-사당을 5~6회 오가는 스케줄을 뛰어 15~18시간을 운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심지어 누가 빠지는 사람이 생기면 3일 연속으로 이런 운전을 하기도 합니다. 도로위의 정체상황까지 감안하면 휴식시간이 제대로 있었을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이러한 열악한 근무환경이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은 틀림없습니다.

<참고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02487.html

정부는 책임이 없을까

그러나 이렇게 운전자를 혹사시키는 근무환경에 대해 회사가 악독한 것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세월호 침몰이 청해진해운만의 잘못이 아닌 것처럼 이번 버스사고의 원인도 구조적 문제가 많습니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운전기사의 하루운전시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휴식시간도 보장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시간 제한도 없고 휴식시간 규정도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적은 차량수와 인원으로 최대한 운행을 해서 효율을 올리려 하기 때문이지요.

법위반에 대한 처벌이 과태료에 불과하여 처벌 수위가 낮은 것도 문제입니다. 어쩌다가 한 번 걸려서 과태료를 내더라도 계속 법을 위반하는 쪽이 이익이 훨씬 많습니다.

<참고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02468.html

추돌방지장치 등 안전장치 도입도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안전 문제인데도 예산 문제로 도입이 지연되어 왔습니다. 정부 예산이 충분히 지원되지 않다보니 지자체나 업체에게 비용 분담을 떠넘기게 되고 그러다보니 법으로 강제하지도 못했지요.

<참고기사>
http://weekly.donga.com/3/all/11/739605/1

국민은 아무 잘못이 없을까

우리는 흔히 선진국 버스들의 준법의식과 합리적인 근무환경을 칭송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그 국가들의 버스요금이 우리나라보다 2~3배 높은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지요. 그렇지만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는 유독 많은 불만과 저항이 큽니다.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라는 이유이지요. 선진국에서는 출퇴근 정기권과 저소득층 요금 지원으로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요금은 합리적으로 책정하고, 저소득층과 자주 타는 이용자를 선별 지원하는 형식이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론이 나빠지는 것을 피하고 물가상승률을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해 일률적으로 요금을 낮게 책정합니다. 그 결과 인구 50만급의 중소도시에서도 시내버스 보조금만 연 수백억원이 지출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서울시는 연 수천억원 단위의 보조금이 들어갑니다.

그래도 서울시처럼 준공영제도를 선택해 보조금이 들어가면 지자체의 감독권이 커지기 때문에 기사들의 대우도 약간 낫고 버스 정비도 하는 척은 하고 운전도 덜 위험하게 하는 편입니다. 물론 보조금 과잉청구같은 비리행위가 문제가 되지만요. 그렇지만 보조금 부담이 너무 커서 준공영제를 하지 못하는 지자체도 많습니다. 이번에 사고난 M버스도 오산시에서 자체 적자보전을 약간 해 줄뿐 다른 버스와 같은 보조금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요금은 다른 버스와 똑같이 받지요.

안전한 대중교통은 공짜가 아닙니다. 안전장치에도 돈을 투자해야 하고 버스도 더 사야하고, 기사도 더 늘려야 하고, 정비인력도 더 필요합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무한정 보조금을 투입하라는 것도 합리적인 요구는 아닙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받는 대중교통 서비스는 안전중심이 아닌 가성비 중심의 서비스를 더 크게 요구한 결과물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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