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유감.
유유상종이라고, 국제결혼한 사람들의 주변엔 유독 국제결혼 커플들이 많습니다. 제 경우엔 사촌 누나가 호주분이랑 결혼했고, 조카는 프랑스에서 방송사 PD로 일하면서 프랑스 남자 친구가 있고, 친한 선배는 러시아 분과 결혼하셨어요. 국경없는 의사회 활동을 하셨던 모 소아과 의사선생님은 인도인과 꽤나 요란 뻑쩍한 연애 10년을 한 다음 결혼했구요.
이런 집들과 교류하다보니 그런 건지, 아니면 저희 이야기라서 그런지 한국 방송에서 놓지지 않고 방송 시간 맞춰서 보는건 외국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들입니다. 이웃집 찰스, 다문화고부열전,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 그리고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같은 프로그램들.
음... 그리고 2006년에 인도에 갔던 이유가 방송용 다큐 만드는 일이었다보니 방송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대충 압니다.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의 경우엔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 중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추천 받아서 연결하는 형태죠. 다문화고부열전의 상당 부분은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설정하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방송용 설정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들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 않습니다. 다문화고부열전은 여성인권에 예민한 분들이 화 낼만한 설정들이 무한정 들어가 있죠. 근데요... 생각 좀 해보세요. 몇 년만에 자신의 집에 찾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한다면 그 사람들 둥둥 떠 있어야 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뚱한 표정이 나온다면 뭔가 아주 기분 나쁜 일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한국적 상황이라는게 며느리랑 시어머니가 한 앵글에 잡혔는데 뚱한 표정이 아니면 좀 비현실적이잖아요?
이웃집 찰스의 경우엔 한국에서 적응해서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실제 겪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때문에 불편해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군요. 반무슬림 정서, 아프리카 ‘대륙’을 하나의 나라 정도로 취급하는 무지, 다른 나라의 풍습에 관심없는 일반 사람들의 모습들... 평소에 지나치는 일들을 화면으로 보게 되니 그걸 불편하게 여기는 것 같더군요. 근데 무슬림은 전세계 인구의 23% 정도인 15억 7천만이 넘습니다. https://www.theguardian.com/news/datablog/2009/oct/08/muslim-population-islam-religion 이것도 10년전 자료니까 지금은 더 많을 거에요. 정말 별 생각 없이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월에 한 편은 무슬림 가족이 걸릴 수 밖에 없어요.
무엇보다... 사람들이 TV를 켜는 것은 고단한 일상에서 휴식을 취할려고 하는 거잖아요? 삶도 빡센데 뭔가 다른 새로운 것을 집어넣는 방송이 인기가 있을리 없지요.
이런 전후과정을 따져보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인기는 당연한 겁니다. 일단 삶의 고단함 같은 것이 끼어들 틈 없는 ‘여행 프로그램’이잖아요? 거기다 이 여행은 일반적인 여행처럼 ‘예산의 빡빡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른이나 아이들을 신경써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친구들끼리 먹고 마시고 놀고, 한국을 경험하는 이야기들이니 기본적으로 신난 사람들을 다룹니다. 실수를 한다고 하더라도 치명적인 것이 아닐터이니 그들이 실수한 것을 보고 편하게 웃을 수도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주변에선 이 프로그램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아주 낮게 봤었습니다. 인도 아저씨 4인방 처럼 어마어마한 부자들이 아니라면 제3세계 국가 출신에 대해 한국 사람들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건, 살고 있는 우리가 가장 잘 알거든요. 한국에서 외국인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서구 선진국 출신들이 나와야 합니다. 뭐 가나의 샘 오취리는 뭐냐고 하시겠지만 이 분은 서방 선진국이 절반 이상 나오는 비정상회담 출신이잖아요. 그리고 서방 선진국 출신이면서도 대도시 출신들이 아닐때 인기 몰이들을 좀 했었습니다. 핀란드, 독일, 프랑스 친구들이 딱 그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이들이었죠.
사람들은 대도시에 온 시골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반응을 좋아했던거죠. 문젠 이런 나라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겁니다. 서유럽 국가, 그것도 터키와 그리스 정도는 우리보다 못사니까 그 이상의 나라들이 아니면 프로그램 자체를 계속 끌고나갈 만한 출연진 풀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봤던거죠... 거기다 이 프로그램은 모회사인 MBC가 파업에 들어가는 바람에 공중파 편성되었던 프로그램입니다. 타겟 시청자들 대상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일정 이상의 시청률을 확보하지 못하면 안되는 그런 프로그램이 되어버렸거든요. PD입장에선 갑자기 부담이 몇 만배 된 상황이었다고 할까요?
사실 유의미한 시청률이 나오는 외국인 등장 프로그램이 ‘미녀’ 팔았던 ‘미녀들의 수다’가 처음이었던 걸 생각하면, 여기까지 온 것도 꽤 유의미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다르게 본다는 것도 신기한 것이 지금까지의 한국사회니까요.
하지만 좀 더 나아지려면 '서구의 촌 아이들'이 한국의 도시에서 즐기는 것을 보고 즐거워하는 프로그램 만큼 한국 사회의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들이 좀 더 많아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좀 합니다. 선진국이란 약자가 살기 좋은 사회입니다. 외국인들은 어느 사회든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존재죠. 이들이 생활하기 편한 사회라는 누구든 살기 좋은 사회라는 이야기거든요. 그리고 이런 사회에서 만드는 서비스와 제품들은 당연히 다른 나라에서 만드는 서비스나 제품들보다 편리할 수 밖에 없는거구요. 문화적 관용성은 그 사회의 경제적 경쟁력과 직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게 또 좋은 사회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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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저는 가벼운 여행 이야기겠지 했는데 그 안에서 각 나라의 국민성이 엿보이게 프로그램을 구성했더군요
제가 보기에는 한국에 오래 산 친구를 만나러 온다는 컨셉이라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말씀하신대로 앞으로 어떤 나라들이 나올 것이냐는 풀어야할 숙제겠죠
다문화고부열전은 ... 말씀하신대로 설정이 많을 수 밖에 없겠네요
즐거운 이야기 포맷이죠. 예산 걱정 없이 친구 보러 온 여행. 그런데 이게 서유럽과 북미의 백인들 중심으로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포맷이라... ㅠ
백인 서양인 위주 공감합니다.
'유럽 시골 출신의 서울 여행기'라..
좋은 해석이네요.
뭐 좀 더 불편한 이야기들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불만이지요;;; ㅠ
아무래도 서구중심적인 시각을 확인하게 하는 방송이라는 우려 + 국뽕 강요 우려가 없을 수 없는 방송이죠. 다만 실제 방송은 생각보다는 아슬아슬하지만 국뽕 강요 등을 불쾌하지 않게 피해가고 있는 느낌인 것 같더라구요(사실 인도, 프랑스 편만 봤습니다...).
한편으로는 중국에 팔아먹기 좋은 플롯이 아닐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중국의 컨텐츠 산업은 '성' 단위로 움직이는지라... 상해의 TV방송국들에게 팔아야 하겠죠;;; 그러면 비슷한 포맷을 말도 안되는 가격에 북경 등지에서 배꺼먹기 시작하고;;; Orz 저 나라에서 컨텐츠 사업은 정말 어려워요. ㅠㅠ PD는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긴 하더라구요. 인도 4인방 와서 막말한 것을 그냥 내보낸 것 갖고 인도 커뮤니티에서 뭐라고 하니까 출연자들의 현지어로 욕을 해도 삐~ 처리는 하더군요...
다문화고부열전 같은 경우는 너무 한국인들 보기 좋게 꾸며 놓은거 같을때가 있어 화가 날때도 있습니다. 그나마 요즘은 좀 나아지는거 같긴 합니다.
여러가지 문제가 사실 걸리는게... 다문화고부열전등은 EBS에서 만드는게 아니라 외주 제작사에서 만듭니다. 그것도 방송진흥위원회에서 제작비 받아서 EBS에 30%를 갖다 바친 다음에 프로그램을 만들고 회사 직원들 급여까지 줘야 합니다. 그러니 정말 말도 안되는 시간 동안, 번갯불에 콩 궈먹듯 만들어야 하는거죠... 그 짧은 시간동안에 시청자들에게 '드라마'를 선사해야 하니... 뻔한 설정만 갖고 갈 수 밖에 없었던거죠...
그런 문제도 있군요.
일단 종편을 모두 허가해줬던 MB탓에 늘어난 방송국에서 틀어야 할 프로그램은 많은데 광고시장은 또 빤한 상태였죠;;; 해결법은 KBS가 시청료를 많이 인상해서 EBS에도 좀 많이 나눠주는 방법 밖엔 없는데... 지난 9년간 KBS가 어땠는지 기억하는 사람들이 순순히 시청료 인상에 동의할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엔 실제상황인줄 알았습니다. 작년 11월경에...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드라마라 눈살이 찌푸려졌었습니다. 고부열전 출연하시는 분들 다들 잘 살고 있는 가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다문화가정들 잘 살고 있는데 안 좋은 모습만 나오다보니 마음이 좋지는 않습니다. 저도 아는분들이 일본, 중국, 필리핀,베트남...모두 잘살고 있습니다.
위기를 알리는 음악 깔리고 며느리가 실수하고 시어머니가 화내고, 그걸 남편은 제대로 수습 못하고 뭐 그런 상태로 몰아 놓은 다음에 며느리네 나라 가서 시어머니가 며느리 마음을 이해하고, 며느리는 친정 엄마 이야기 듣고 시어머니 마음 이해하고... 그런 플롯이 가장 많았죠;;;
글을 읽고 보니 제목에 '유감'이라기 보다는 '제안' 정도가 어울리지 않나 싶네요. 불편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할 때, 과연 PD가 시청률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가, 그게 관건이겠죠 결국.
서구 백인들이 아닌 나라로 확장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지요. 아마 그래서 친구들 몽땅 모아서 제주도 가는 편을 만든게 아닌가 싶습니다. ㅎㅎ
저도 20대때는 미국, 캐나다등지에서 거주하며 외국인들을 출신에 따라 사귈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30대인현재 그런 제 마인드가 편견이였음을 깨닫게 되네요. 이제는 나라를 보지않고 사람을 보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국민학교 1학년때 처음 스페인 갔었을때, 그리고 초3때 멕시코에 갔었을때 현지에서 인종차별을 좀 당했던지라... 일찍 벗어난 편이죠;; 개인적 경험에 많이 따라가게 되어 있거든요;;;
사실 일부 서구 선진국 사람들이나 동남아 혹은 남미나 사람자체는 별 차이 없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