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삶의 아름다움" <부정할 수 없이 존재하는 것>-이정식-

부정할 수 없이.jpg

글이 마려운 건 무슨 느낌일까?
글을 써내지 않고서는 해결되지 않는 무엇.
작가는 그런 의미에서 글이 마려웠던 것 같다.

이 책은 영화와 책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태어난 글이 저자의 몸속에 들어갔다가 다시 태어난 글의 묶음이다.
영화의 감독과 책의 저자가 인생을 겪고 삶에 대해 말한 것을 책 한 권으로 만나는 것은 우리에게 행운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면 반대로 다시 각 영화와 책으로 걸어가는 것도 좋겠다. ​

22편의 글 중에
첫 번째 글,
'중동태의 사랑'이 있다.

<윤희에게>라는 영화에 관한 에세이인데,
마침 개인 영화리스트에 담겨 있던 영화라 얼른 영화를 먼저 보고
영화가 끝나자마자 책을 펼쳤다.

글을 읽으니 방금 본 영화의 장면이 다시 떠오르면서 작가가 느낀 것과
내가 느낀 것을 섞어보기도 하고 비교해 보기도 한다.

​작가는 다른 책을 인용하여 말하길,
"중동태는 행위의 주인을 규정하지 않고 사건 그 자체를 묘사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의지가 명백하게 일으킨 사건이 세상에 있지만,
어떤 사건은 인간의 의지가 개입할 여지없이 제멋대로 일어난다.
어느 누구의 의지 없이 일어나는 일의 주어를
기어이 누군가에게로 귀속시키려고 할 때 우리의 인식은 왜곡된다.
모른다는 것이 차라리 더 진실하다.
우리의 이해나 합리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건이 분명히 이 세상에는 존재한다.(p.20)​

스포가 될까하여 <윤희에게>의 내용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영화 안에는 인간의 의지를 벗어난 일들이 일어난다.

그리고 영화 뿐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도
중동태의 일들이 의식과 무의식을 구분하지 않고 일어난다.

그 때 마다 무엇이라 규정짓기 보다 그냥 일어난 사건을 사실 자체로 안아주고 싶다.

충분히 기뻐하고,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감사하며...

Coin Marketplace

STEEM 0.29
TRX 0.11
JST 0.033
BTC 63901.15
ETH 3133.40
USDT 1.00
SBD 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