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여행에세이] 하이사이 오키나와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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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체 바퀴 돌 듯, 도돌이표가 있는 악보를 연주라도 하 듯,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는 일상의 무한 반복이 계속되다 보면 훌쩍 어딘가로 떠나고픈 역마살이 고개를 쳐든다. 그 증상으로는 운동을 나선 천변에서 하늘을 나는 여객기를 바라보며, ‘아, 나도 비행기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를 혼잣말처럼 내뱉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공항버스가 서는 정류장을 지나칠 때면 커다란 여행용 캐리어를 앞세우고 공항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부러운 듯 바라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딸아이가 어릴때는 학원을 결석하면 큰일(?)난다는 핑계로 여행 못가는 것을 합리화하며 위안을 삼았다. 아이가 수능을 치루고 그해 12월, 더 이상 참을 수도, 미룰 수도 없는 한계상황에서 딸아이와 나는 드디어 비행기를 탔다. 그 이후, 딸아이는 겨울방학이 되면 의례히 당연하다는 듯, 나와의 여행을 실행했다. 지난해 10월 어느날, 딸아이는 자기의 종강과 방학일정에 맞추어 12월 24일부터 27일까지 3박4일 오키나와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그간 직장생활로 여행에 불참하던 남편이 이번엔 동행하겠다고 하니 아이는 신바람이 나서 비행기 및 호텔 예약을 시작으로 일정짜기에 돌입했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우리나라를 찾는 태풍들이 있다. 태풍이 오기 몇일 전부터 일기예보를 하는 기상캐스터의 단골 멘트는 ‘이번 태풍의 경로는 오키나와 해상을 거쳐~’로 시작한다. 이렇게 이름만 익숙해진 오키나와로 여행지를 정한 것은 아시아의 하와이란 별칭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비운의 왕국 류쿠왕국에 대한 호기심도 한 몫 했다.

12월 24일, 동장군의 기세가 대단하여 영하10도의 새벽에 첫 공항버스를 타고 7시 50분 비행기에 올라 오키나와로 향했다. 내의까지 단단히 챙겨입고 출발했는데 오키나와에 도착하니 영상20도. 외투를 벗어도 워낙 켜켜이 껴입은 옷가지 수가 많아 답답하고 후덥지근하여 얼른 옷을 벗고 싶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나하공항부터 모노레일을 타고 국제거리 근처에 있는 호텔에 도착하여 옷을 갈아입으니 그제야 살 것 같았다.

오키나와에 와서 첫 식사는 호텔에 짐을 풀고 근처에서 점심으로 먹은 스테이크였다. 오키나와는 미군 기지가 있어서인지 국제거리 곳곳에 스테이크집이 많았다. 철판에 지글지글 열기를 뿜으면서 나오는 스테이크는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마늘, 칠리, 간장 등 다양한 소스가 구비되어 있어 기호에 따라 먹을 수 있었다.


오키나와의 대표음식으로 ‘오키나와 소바’가 있다. 국수를 약간 덜 삶은 듯한 상태의 국물국수다. 투어버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본인이 추천은 하지만 맛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명도 못 봤다고 한다. 덜 삶은 듯한 식감 때문에 우리 입맛에는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왕 오키나와에 왔으니 대표음식을 한번 먹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투어가 끝나고 딸아이가 맛집을 검색해 오키나와 소바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일본풍이 물씬 풍기는 가게에서 무인주문기로 주문하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혼자 와서 저녁을 먹고 가는 현지인들을 간혹 볼 수 있었다.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혼자 저녁을 먹고 가는 것 같았다. 오키나와 소바는 생각보다 맛있었다. 일본 라멘국물 같은 진한 국물에 덜 삶은 듯한 국수 식감이 오히려 꼬들꼬들하여 입맛에 맞았다. 나의 입맛은 오키나와 스타일.

도착 첫날, 점심을 먹고 나서 ‘슈리성공원’을 찾았다. 슈리성은 비운의 망국 류큐왕국의 왕궁이었다. 지금의 이 왕궁 건물은 제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에 벌어진 오키나와 전투 때 완전히 파괴된 것을 재건한 왕궁이다. 잔뜩 흐려있던 하늘에서 결국 굵은 빗줄기를 뿌렸다. 퇴락한 왕조의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리는 듯 화려한 왕궁은 그 화려함을 빗속에 감추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쓸쓸함을 더했다.

오키나와는 일본이지만 일본과는 전혀 다른 전통문화와 언어를 가진 독립국이었다. 메이지 정부에 의해 탄생한 오키나와 현이 있기 전까지 독립국이었다가 27년간 미군통치를 받았으며, 1972년 일본에 복귀되었다. 그들의 전통 공연을 관람하면서 공연 속에나 남아 있는 그들의 언어에서 알 수 없는 서글픔이 절규하는 듯 들렸다. 언젠가 사라질 저 언어를 누군가가 자료화 했을까, 저 언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있을까, 저 공연자는 일상생활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선조들의 언어로 공연을 하는 지금 어떤 심정일까 등 머릿속은 온갖 생각으로 가득 찼고, 가슴은 먹먹했다. ‘안녕하세요?‘에 해당하는 はいさい(하이사이, 남성어) / はいたい(하이타이, 여성어)란 류쿠국의 인사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둘째날엔 일일버스 투어를 이용하여 오키나와 북부를 여행했다. 만좌모, 코우리섬, 츄라우미 수족관, 미하마 아메리칸 빌리지 등을 둘러봤다. 셋째날도 일일버스 투어를 이용하여 오키나와 남부를 여행했다. 니라이카나이대교, 치넨미사키, 미바루비치, 오키나와월드, 세나가지마 우미카지테라스등을 여행했다. 많은 사람들이 렌트카를 이용하는데, 투어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편리했다. 북부 투어할 때는 한국인 가이드가 동승하여 안내를 해 주었고, 남부투어 때는 일본 본토인, 중국인, 한국인이 섞여 있었는데 가이드는 일본인인지 중국인인지 헷갈리지만 일본어, 중국어, 영어로 안내하여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가족여행은 평소엔 미처 몰랐던 가족 구성원의 진면목을 발견하게 한다. 집에서는 소파와 한몸 되어 늘어져 있던 남편이 리더가 되어 진두지휘하는 모습이 늠름하게 보이고, 마냥 어린 줄만 알았던 딸아이가 인터넷 검색 등으로 맛집 등을 척척 안내하고, 여행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것을 보면서 새록새록 가족애가 샘솟는다. 분주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다시 또 다람쥐 체 바퀴 도는 듯한 생활의 연속이지만 불현듯 찾아 올 역마살 조짐을 기다리며 화이팅을 외쳐본다.



[응모:여행에세이] 하이사이 오키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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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였습니다.

호출에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가족과 함께 오키나와를 여행한 것 같습니다~
오키나와 소바 맛보고 싶네요~^^

ㅎㅎ 너무 지나친 기대하시고 드시면 실망하실 수도 있는데요^^

저도 오키나와 소바 맛보고 싶습니다~
가족애가 뿜뿜 느껴지는 여행기 잘 봤습니다! ^^
저희 언니도 조카가 대학가니까 같이 친구처럼 여행다니는데 너무 부럽더라구요
형부는 여행취향이 달라서 남자조카애랑 다니구요 ㅎㅎ

서툰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딸아이는 대학생 정도 되면 친구 같은 사이가 되어, 같이 여행가면 역할 완전 뒤바뀌어요^^

저도 오키오키오키나와 가고싶어용

ㅎㅎㅎㅎㅎ

소바니 이있떼~
발음상 옆의 소바와 비슷한 맛난 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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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 목욜 보내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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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바니 소바오 타베마스^^
응원 고맙습니다~

이따다끼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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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쓰시네요^^ 보클하고 갑니다.😉

자주 포스팅하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보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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