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인플레이션 -- 하노 벡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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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현상에 대하여

국가가 화폐 발행을 독점하면서 생긴 가장 큰 문제는 화폐가치의 장기적인 추락이다. 1,000 달러로 금을 살 수 있는 양을 역사적으로 계산해보면 답이 금세 나온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걸까? 화폐수량설이 간단하게 설명해준다. 피셔의 교환방정식 이다.

MV = PT

왼쪽이 화폐 총량이다. (M 통화량, V 화폐 유통속도) 오른쪽은 재화의 총 거래대금이다.(P재화의 수량, T 거래가격)

왼쪽은 시중에 돌아다니는 화폐 총량이고 오른쪽은 재화 거래대금이다. 즉 화폐로 교환되는 재화의 총량으로 보면 된다. 예컨대 수박이 10개만 있는 세상을 가정하자. 한 개에 만원이다. 수박 10개가 거래되기 위해서는 10만원이 결제자금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화폐량 MV는 10만원이면 충분하다.

이제 흉년이 들어 수박이 8개 밖에 생산되지 않았다. 수박 가격이 그대로라면 이 사회에서 생산된 재화 총량은 8만원이다. 그러나 이 때에도 화폐량은 10 만원이다. 방정식이 맞지 않는다. 정부가 긴축을 하지 않기에 화폐량이 그대로라고 가정할 경우 수박 한 개 가격은 12,500원이 되어야 방정식이 맞는다. 수박이 화폐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귀해지면서 가격이 2,500원 오른 것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물가가 올랐다고 한다. 물건 보다 화폐량이 많은 것을 말한다. 이것이 바로 공급부족 인플레이션이다.

그런데 수박이 계속 10개 생산되는데도 물가가 오르는 경우가 있다. 왼쪽에 MV가 커지는 경우다. 예를 들어 정부가 본원통화 M을 무지막지 찍어 내거나 갑자기 화폐유통속도 V가 급격히 상승할 경우다. 허나 학자들에 따르면 화폐 유통속도는 갑작스럽게 높아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변동은 있지만 그 변동폭은 크지 않다. 따라서 통화량은 중앙은행이 얼마나 화폐를 많이 찍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해서 화폐를 마구마구 발행하면 MV가 커지게 되고, 이 때 수박 가격이 올라간다. 시중에 화폐량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의 화폐 보유량이 증가하면 그 돈으로 수박을 사러 달려갈 것이다. 이렇게 가격이 오르는 것이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이다.

지금 공급은 어떤가? 공급은 넘쳐난다. 중국의 제조업 설비를 보라. 구조조정을 했지만 아직도 유휴설비가 있다. 그리고 언제든지 설비는 만들 수 있고 공급은 확대 가능하다. 오른쪽 PT가 줄어서 인플레이션이 오는 것은 아니다. PT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MV가 증가해왔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온 것이다.

금 VS 달러,,, 누가 이길까?

아래 그림은 인플레이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금과 달러를 바꾼다고 생각해보라.
장기적으로 달러에 대한 금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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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 = PT 항등식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것은 화폐 유통속도 V와 생산량 P 이다. 그리고 통화량 M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물가(=거래금액) T가 수동적으로 반응한다. 즉, V와 P가 비교적 안정적인 변수라고 한다면, 물가 T는 전적으로 통화량 M에 의해 결정된다.

정부가 미친 듯이 윤전기를 돌리면 물가는 오를 수 밖에 없다! IT버블 이후 지속적인 저금리 정책으로 급기야 2007년까지 미국 주택가격이 폭발했다. 그 뒤에 붐은 버스터로 바뀌었다. 주택가격은 폭락했다. 그러자 중앙은행은 다시 미친 듯 윤전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과 비트코인 현상

지금의 비트코인 투기장세를 이해하려면 정부의 화폐 남발과 관련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전에도 썼듯이 사토시 나카모토가 그냥 우연히 튀어 나온 것이 아니다. 사토시는 그 이전에 미국 실리콘 벨리에서 활동해왔던 디지털 아나키스트들의 사상적 영향 하에서 자라났고 결실을 맺었을 뿐이다. 이들 디지털 아나키스트들의 고민은 왜 정부가 화폐를 마구마구 찍어서 달러 값을 똥값으로 만들면서 결국은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가, 하는 점에 대해 고민했다. 유시민이 JTBC토론회에 나와서 정부가 화폐발행 독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바로 정재승이 맞받아치는 대목이 나온다. 이 둘은 정부와 디지털 아나키스트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그러니 대화는 평행선일 수 밖에 없다.

비트코인 창시 동기는 너무도 간단하다. 인플레이션에서 자유롭고 싶다! 인플레이션이 내 자유를 빼앗아 간다. 왜 나의 경제적 자유를 정부가 박탈하느냐. 나는 자유롭고 싶다! 우리가 암호화폐를 만들어 물건도 사고 거래를 하자. 한마디로 정부 없는 아나키스틱한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가주의자 유시민이 악을 쓰고 반발을 한 것이다. 유시민이 옳다 틀렸다 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유시민이 내 생각과 같거나 다를 뿐이다.

누구나 자기 철학과 관점에서 말을 할 뿐이다. 그 사람의 철학을 알면 충분히 그를 이해할 수 있다. 그를 죽일 놈 살릴 놈 이라고 나뉘어 싸우는 것은 유시민이 자기 생각과 같거나 다르기 때문이다. 유시민이 자신의 생각과 맞으면 그를 옹호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국가독점 법정화폐주의가 절대적이고 이를 부정하거나 없애면 세상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다는 주장 또한 아주 아주 웃기는 이야기다. 미국도 법정회폐로서 달러통화 도입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그 이전엔 각 은행마다 자체적으로 화폐를 발행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다가 정부가 화폐 제조를 강압적으로 독점해버린 것이다.

하이예크, "노예의 길"

화폐는 신뢰의 체계일 뿐이다. 화폐를 사용자들이 신뢰하지 않으면 그 화폐는 가치를 상실한다. 해서 프리드리 하이예크 같은 경제학자는 국가화폐 독점체제를 없애고 모든 은행이 각각 화폐를 자유롭게 만들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하면 신뢰를 얻지 못하는 화폐는 퇴장하게 된다.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것은 화폐를 남발해서 가치를 떨어 뜨리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 각 지방에서 자체적으로 화폐를 만들어서 자기네 농산물 사자고 하는 것을 생각해보라. 가라티니 고진의 화폐에 대한 책도 읽어보시라.

하이예크 다음으로 시카고 대학 밀튼 프리드먼이 나타났다. 프리드먼은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을 남발하는 것이 문제니깐 국민 총생산량이 증가하는 것 만큼만 화폐를 기계적으로 공급해주라고 했다. 정부가 화폐발행을 남발해왔고, 그렇기 때문에 물가가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현상이 왔다. 인플레이션은 소리없는 살인자다. 서서히 스며들기 때문에 치명적인 줄 모르는 것일 뿐이다. 즉, 정부가 국민들을 인플레이션으로 서서히 죽이는 행동을 한다고 이들 자유주의 학파들이 주장한다. 작금의 디지털 아나키스트들은 이들의 사상을 추종한다. 왜 정부가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는데 저항하지 않는가?

​진보는 자유의 억압에 저항한다. 자유를 억압하는 정부든 단체든 개인이든,,,, 이들을 상대로 저항해야 한다. 보수는 현재의 가치체계 온존을 주장한다. 보수주의자들은 부의 불평등에 대한 개선에 대해서조차 반대한다. 그대로 놔둬라. 진보는 불평등이 자유를 억압하니깐 바꾸자고 한다. 보수주의자들도 자유를 주장한다. 세금으로 부터 자유를 주장한다. 왜 내 재산에 고율의 세금을 떼가서 그걸로 가난한 이를 구제하는가? 나는 세금으로 부터 자유롭고 싶다! 그래서 평등하게 부를 나누자는 새끼들은 전부 빨갱이들이라고 낙인 찍는다. 보수주의자들의 자유는 빨갱이 소탕을 해야만 완성된다.

그런데 지금의 암호화폐 논쟁은 오로지 투기냐 아니냐 문제로 변질되었다. 그리고 암호화폐의 아나키스트적인 측면이 모든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이 때문에 모든 정부는 규제의 칼을 갈고 있다. 정부를 부정하는 싹을 잘라버려라!

비트코인, 정부화폐 남발에 대한 반작용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한 고찰이다. 왜 암호화폐 운동이 시작되었는가? 그 근원은 정부가 조장하는 화폐 남발, 그리고 여기서 필연적으로 초래되는 인플레이션의 부작용에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성찰은 전혀 없고, 오로지 투기꾼 논쟁만 있다. 인플레이션이 당신의 지갑을 소리 소문 없이 갉아 먹고, 그 근원이 정부의 화폐 남발이라면 정부의 이러한 잘못된 정책에 이의를 제기해야 마땅하지 않나? 암호화폐를 만든 디지털 아니키스트들의 생각은 그랬다.

그런데 암호화폐가 투기적인 수단으로 변질되었고, 이것이 사회문제가 되었다. 내가 암호화폐의 투기성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큰 투기인 부동산 투기는 방치하는 행위를 보면 하품이 늘어지게 나오기도 한다. 정부는 자신의 잘못인 화폐 남발을 감추면서 오로지 투기의 폐해와 참상을 들추면서 때려잡자 투기꾼! 이라는 구호를 외친다.그러나 그 기저엔 정부 화폐 독점 역할을 부정하는 아나키스트들에 비수를 들이대는 것일 뿐이다. 어쩌면 투기적인 행위 규제는 본질이 아닐 수도 있다. 투기는 모든 사회에 만연되어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투기에 대해 근심한다면 당장 강원랜드와 GKL과 옵션시장을 문 닫아야 한다.

나는 변동성 높은 시장은 하이 리턴과 하이 리스크가 상존하기 때문에 가상화폐 투자하는 사람을 말리는 편이다. 그러나 왜 이러한 흐름이 태동했는지는 알고 가야 한다. 그리고 기술의 미래에 대해 섣불리 단언하지는 말자는 생각이다. 또 하나는 인간의 자유의 억압에 대한 저항의 씨앗 속에서 자라난 암호화폐 운동에 대한 관점이다. '자유'의 가치에 대한 옹호론자라면 한번은 진지하게 이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약간의 코미디가 더해진다. 보수당인 자유한국당이 가상화폐 구제를 반대하고 진보적인 정당을 자처하는 현정부가 필사적으로 반대는 점이다. 내 생각인데 보수당이든 진보당이든 정권을 잡은 모든 정당은 국가의 화폐 발행에 딴지를 거는 암호화폐를 부정할 것이라고 본다. 자유한국당이 규제 반대를 하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환심을 사서 정권을 잡고 싶을 뿐이다. 자유한국당이 정권 잡으면 역시 곧바로 투기꾼 때려 잡자고 할 것이다.


암호화폐 운동이 앞으로 어떤 운명을 맞을지 예단은 어렵다. 그러나 그 속에서 태동했던 정신은 정부의 억압으로부터 자유에 있다. 당신이 자유의 가치를 존중한다면 바로 이 부분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당연히 암호화폐를 때려 잡을 것이다. 자기를 부정하는 자를 가만 놔두겠는가? 정부에게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의 신기술 가능성 같은 이야기는 안중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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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국가주도의 화폐체계 내에서 생산수단(토지, 부동산)을 가지고 있거나 가질 수도 없으면서 탈국가 탈중앙화가 핵심인 암호화폐를 부정하는 사람들 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왔을 때 당신의 자산 어디에 두고 보호 하시겠습니까? 생산수단을 다수 보유할 수 있는 사람이 암호화폐를 무시하면 모를까.
쉽게 나의 경제적 신뢰를 투트랙으로 유지할 수 있는데. 어리석게 왜 하나를 버리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군요.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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