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의 저주는 가짜다

in #kr6 years ago

1999년 앤드루 로렌스(Andrew Lawrence)라는 경제학자는 경기 순환과 마천루의 높이 사이에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를 "마천루 지수(Skyscraper Index)"라고 이름 짓고, "마천루의 저주(Skyscraper Curse)"를 주장했다. 마천루의 저주란 이렇다.

차기 세계 최고층 건물이 건설 중인 곳에 금융 위기가 닥친다. 1930년의 뉴욕, 1947년의 시카고, 1997년의 쿠알라 룸푸르 및 2010년의 두바이가 그랬다. 세계 최고층 건물이 건설되는 지역에는 광범위한 고층 건물 건설 붐이 진행되기 마련이고, 이는 자본 배분을 왜곡시킴으로써 경제에 위기를 불러온다.



아주 솔깃한 아이디어였고, 언론과 대중은 틀림없는 진실이라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세계 최고층 건물 건설이 경제 위기의 전조라는 이 생각은 가짜다.

사람들이 어떤 관계를 찾아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찾아내고 싶기 때문이다. 무작위로 우연히 나타난 것을 패턴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존재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동전 던지기만 해봐도, "패턴"이라는 게 실제 무작위적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경기 침체, 경제 공황 및/또는 경제 위기는 아주 빈번하게 일어나며, 세계 최고층 건물 기록이 경신되는 경우보다 훨씬 더 자주 일어난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 125년 동안 적어도 28건의 경제 공황, 경제 위기 또는 심각한 경기 침체가 있었고, 세계 최고층 건물의 기록이 경신된 경우보다 2배가 넘게 많았다. 따라서 경제 위기를 찾아내, 이를 고층 건물 건설과 대비하기는 아주 쉬운 일이다. 고장 난 시계도 하루 두 번은 맞는 것처럼 말이다.

지수란 생활비를 측정하는 소비자 물가 지수 또는 30개 대형주의 가치를 측정하는 다우 존스 산업 지수같이 어떤 것의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천루 지수"는 이런 지수가 아니라, 시간 흐름에 따라 세계 최고층 빌딩 건설 모습과 "비슷한 시기"의 금융 위기를 짜깁기한 그림에 불과하다.

지수를 만드는 핵심적인 이유는 "직감으로 무언가가 사실일 것이라고 믿고 싶은 마음"에 터 잡아 결론짓는 일을 피하고, 통계적 시험에 근거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두 가지 종류의 분석을 해봤다.

첫째, "마천루 지수"라는 가설에 대한 아주 간단한 실험으로, 세계 최고층 빌딩 건설을 발표한 날짜와 완공한 날짜를 수집해, 경기 순환 주기에서 어디쯤이었는지 살펴봤다. 국내 총생산(GDP)의 변동을 기반으로 미국의 경기 순환 주기를 사용했다. 미국은 세계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비교적 최근까지 세계 최고층 건물 기록은 미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래 표 1은 1890년 이래 경신된 모든 세계 최고층 건물 기록과 건설업체에서 처음 공개적으로 건설을 발표한 날짜와 완공한 날짜, 그리고 그 시기가 경기 순환 주기에서 어디쯤 위치했는지 나타낸 것이다. 이 중 10건은 경기가 상승하던 시기에 진행되었고, 발표일과 경기 호황의 정점 사이의 기간은 0에서 45개월로 다양했다.


<Barr, J. Mizrach, B., and Mundra, K. (2014). “Skyscraper Height and the Business Cycle: Separating Myth from Reality.” Applied Economics, 47(2), 148-160.>
http://www.tandfonline.com/doi/abs/10.1080/00036846.2014.967380

건물의 완공 날짜를 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표 2는 각 건물의 완공일(즉, 공식적인 완공일 또는 건물이 처음 입주자를 받은 날), 경기 호황의 정점일 및 이어진 경기 침체 시기를 나타낸 것이다.

경기 침체 국면 동안 완공된 건물을 절반에 불과함을 알 수 있고, 건물 완공과 경기 침체 사이의 패턴은 없었다. 범위는 1 ~ 54개월이었다. 간단히 말해, 세계 최고층 빌딩 건설 발표 또는 완공일 어느 것을 기준으로 해도 경기 침체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 Barr, J., Mizrach, B., and Mundra, K. (2014). “Skyscraper Height and the Business Cycle: Separating Myth from Reality.” Applied Economics, 47(2), 148-160.>

두 번째 실험에서는 미국, 캐나다, 중국 본토 및 홍콩에서 매년 완공된 세계 최고층 건물에 대한 데이터와 해당 지역의 연간 GDP 데이터를 수집했다. 벡터 오차 수정 모델링 통계 기법을 사용해, 세계 최고층 빌딩 완공일로부터 GDP 변화를 예측하려 시도해 봤다. 결론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제학자들은 경제에서 거품이 터질 시점을 예측할 수 있는 "성배"를 찾아다녔다. 유감스럽게도, 마천루는 그 성배가 아니다.

이렇게 실제적인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그 관계에 대한 보도를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마천루 지수는 원래 새로운 세계 최고층 건물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이제는 그냥 초고층 건물에 적용되는 것으로 변형되었다. "여기에 새로운 초고층 건물이 지어지고 있으니, 반드시 경제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아니면 여러 곳을 뒤져 경제 위기와 거기에 맞는 새로운 건물을 편리하게 짝짓기 시킨다.

다음이 몇 가지 사례다.

롯데 타워 : 2017년 3월 블룸버그의 두 명의 기자는 2017년 123층짜리 마천루인 롯데 타워가 완공되었고, 이 건물이 한국에 저주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전 대통령 박근혜의 부패 스캔들을 비롯해 일련의 정치적, 경제적 문제를 나열한 다음, 관계가 "증명" 되었다고 했다. 이제는 마천루의 저주를 정치적 위기에까지 끌어다 붙인 것이다. 제발 이러지 좀 말자.

상하이 타워 : 2016년 1월 워싱턴 포스트 웡크 블로그의 필자는 상하이 타워(128 층)의 공식 개장이 상하이 주식 시장의 하락을 "초래" 했다고 썼다. 그는 이어 마천루가 중국에 어떻 경제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지 덧붙여 나갔다. 여기서 보자, 중국은 여전히 번창하고 있다. 2016년 GDP 성장률은 6.7%로 미국의 2배가 넘는다.

제다 타워: 2020년이 되면, 이 새로운 세계 최고층 건물이 사우디아라비아에 1km 높이로 위용을 자랑하게 될 예정이다. 2015년 "PBS.org" 블로그의 필자는 완성되기 5년 전에 이미 이 왕국의 어두운 전망을 전망하고 있다. 그는 분명 터지기 전에 거품을 찾아내는 전문가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서 생기지도 않은 다음 거품(및 위기)을 예측하고 있다. 선지자가 나신 것이다.

이렇게 기자, 블로거 그리고 자칭 선지자들을 조심해야 한다. "마천루 지수"는 지수가 아니며, "마천루의 저주"는 가짜고, 마천루 높이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이게 전부다.

<출처: Building The Skyline, "Broken Clockism: The “Skyscraper Curse” is Bogus">

늘~~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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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us.pius님 글 매번 잘 보고 갑니다. 오늘도 새로운 사실을 배우고 가네요

저도 글을 옮기면서 매번 배웁니다. 배운 걸 나눌 수 있어서 기쁘네요^^

공감합니다. 상관관계가 절대 인과관계는 아니기 때문에 조심히 사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이론은 기자들을 통해 근거없이 퍼져나가는데 이 중 하나가 마천루의 저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마천루의 저주를 피해갈 만한 사례들을 기억해야 겠습니다.

맞습니다. 상관관계는 절대 인과관계가 아니죠.

저렇게 쉽게 예측가능하다면...
마천루를 허가해줄 나라는 없을것 같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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