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이 질서 정연한 이유

in #kr5 years ago

현재 S&P 500 소속 주식 중 98%가 10일 이동평균 이하로 떨어졌다. 거의 모든 주식이 하락세에 휩쓸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일주일 전만 해도 S&P 500은 사상 최고치에 올라 있었다. 그리고 7일 후, 시가총액 2조 달러 이상이 증발되는 모습을 목격했다. 해외 주식시장은 더 나쁘다.

다우존스 지수가 4개월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시장은 공황상태에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매도세가 질서 정연(?) 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실이며, 과거에도 그랬다. 이미 S&P 500 소속 기업의 4분의 1인 126개 종목이 이미 52주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해 있다. 항상 일부분이 전체보다 더 나빠 보이지만, 최근의 매도세에 비하면 꽤 양호해 보인다. S&P 500 소속 주식들은 52주 고점 대비 16% 하락해 있다(중간 값은 13%).

시장이 깊게 휩쓸려 가고 있지만, 아직은 온 사방에 선혈이 낭자한 지경에는 이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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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안전 피난처를 찾아 자금이 이동하면서, 리츠, 공공 부문, 필수 소비재 부문은 방어적인 모습이며, 이들 부문의 배당 수익률이 더 높이 평가되고 있다.

헬스케어 부분이 기술 부문보다 더 잘 버티고 있으며, 이 또한 합리적이다. 기술 부문이 아시아 전역에 걸친 공급망과 수요에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반면, 경제가 불안하다고 해서 환자들이 치료를 중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재량 소비재 부문은 대부분의 다른 부문보다 더 큰 타격을 받았고, 이것 또한 합리적이다. 재량 소비재 주식은 시장에서 가장 비싼 주식 중 일부였고, 사람들이 반드시 사지 않아도 되는 제품을 팔기 때문이다. 이 부문에는 여행 관련 주식이 속해 있다. 이 부문 주식들의 매도세는 일리가 있고, 완전히 질서정연하다. 항공사들 역시, 기술적으로 산업 부문으로 간주된다.

그렇다면 왜 아직 상황이 질서정연할까? 왜 아직 공황상태에 이르지 않은 걸까?

주된 이유는 전문 투자자들이 아직 영구적인 손실보다, 지금 매도로 대응해 이후 당혹감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지금까지는 그랬지만, 지금부터 몇 주 혹은 몇 달이 지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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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사람들은 조건반사적인 상태에 빠져 있다. 매번 하락장에서 주식 팔고 나면, 곧 V자 반등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땅을 치곤했다. 2010년 깜짝 급락, 2011년 유럽 채무 위기, 2012년 런던 고래 사건, 2013년 긴축 발작, 2014년 에볼라 공포, 2015년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2016년 여름 브렉시트, 그해 가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2017년 무역전쟁 발발, 2017년 "우리는 먼 길을 가야 한다."라는 제롬 파월의 발언, 올해 초 이란 군부 실세의 암살 당시가 그랬다. 이 기간에 공황에 빠져 매도로 대응했다면, 곧 당혹감을 떨치지 못했을 것이다.

매도하고 난 후에 반등을 지켜보는 당혹감은 월스트리트의 전문 투자자들에게 더 깊은 의미를 갖는다. 자기 펀드에서 자금이 떠나고, 그만큼 보상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일자리를 잃을 위험을 의미한다. 전문 투자자들은 지금 매도했다가, 곧 있을지 모르는 시장 회복을 놓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손실이 쌓이고,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그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다. 지난 5년 동안, 수조 달러의 자금이 액티브 펀드에서 떠나 저비용 인덱스 펀드로 향했기 때문이 이들 펀드의 매니저들에게는 어려운 시기였다. 그들에게 매수 결정보다 매도 결정을 더 무섭게 만드는 요인도 바로 그것이다.

매도했는데, 그 주식이 곧 반등하면서, 마지막 한 명의 고객이 "이것이 당신의 한계야!"라면서 문을 박차고 떠나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우리는 지금 주식시장 역사상 최초의 전문 투자자들이 '공포로 주식을 들고 있는' 사건을 목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료 출처: The Reformed Investor, "Why it’s “an orderly sell-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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