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똑똑한 머리가 불행한 결과로 이어질 때

in #kr7 years ago

당시로선 미국 내 최대 파산 사태를 일으키기 전인 2001년, 엔론은 매출 규모로 7위 기업(약 500억 달러)이었습니다.

포춘지에서는 엔론을 6년 연속(1995-2000)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주었습니다.



또한 2001년 “가장 존경받는 기업” 순위 7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경영진은 분식 회계를 통해 영업 이익을 약 6억 달러 부풀리고, 자산 규모를 240억 달러나 과다 계상했습니다.

엔론 직원들은 자사주에 투자한 돈으로 약 8억 5천만 달러를 잃었습니다(이 회사의 퇴직 연금 자산 중 60% 이상).

주가는 90달러 수준에서 4달러로(결국 "0"으로) 폭락한 상황에서도, 이 기업을 담당하던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의 절반은 여전히 이 주식에 '강력 매수' 또는 '매수' 등급을 부여했습니다.

엔론은 붕괴되기 9개월 전까지만 해도 헐리우드의 잇걸 제니퍼 로페즈와 케이트 허드슨과 비교되곤 했습니다. "월스트리트가 이 주식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거의 20년이 다 되었지만, 엔론의 무용담은 여전히 역사상 가장 미친 기업 이야기 중 하나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The Smartest Guys in the Room: The Amazing Rise and Scandalous Fall of Enron(번역서: 엔론 스캔들 (세상에서 제일 잘난 놈들의 몰락))"에서 베서니 맥린과 피터 엘킨드는 이 스캔들의 주연이 누구였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엔론의 전 CEO 제프리 스킬링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이 스킬링을 묘사 할 때, 그저 "똑똑하다"라는 말이 아니라, "눈부시게 뛰어난" 또는 "내가 만난 가장 똑똑한 사람" 같은 문구를 사용합니다. 1980년대 후반 스킬링은 신체적으로 그리 눈에 띄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배나온 땅딸보에 대머리였으니까요.
하지만 그의 정신적 기민함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정보를 습득해 새로운 아이디어로 개념화해 낼 능력이 있었습니다. 또한 복잡한 문제를 반짝이고 호소력있는 이미지로 즉시 단순화시키곤 했습니다. 게다가 자기 생각을 오만에 가깝고 어떤 이의도 허용치 않을 정도로 분명하게 표명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권력을 설득하는데 뿐만이 아니라 위협하는 데에도 사용했습니다.

의문의 여지없이 스킬링의 놀라운 지능은 엔론을 성공 가도를 달리게 만들었습니다. 적어도 잠시 동안은 말입니다. 하지만 그는 대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비참해 질 수 밖에 없는 자질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스킬링은 그 모든 걸출함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맹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의 경영 기법이 처참한 결과를 맞게된 이유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순수한 논리적 당위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물론 스킬링 자신을 포함해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스킬링이 지능, 과신 및 오만함이 조합된 인물이었다면,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존 메리웨더 또한 영광의 자리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또 한 명이었습니다.

롱텀 캐피털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머튼과 마이런 숄즈를 비롯한 다수의 박사 학위 소지자들과 경험많은 트레이더들을 모아 들였습니다. 로저 로웬스타인의 책 "When Genius Failed: The Rise and Fall of Long-Term Capital Management(번역서: 천재들의 실패)"에 실린 메리웨더가 고객들에게 보낸 서신을 보면 엔론과 여러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포커 편람을 보면, 가운데 숫자가 하나 빠진 스트레이트를 들고, 다음 카드에 그 숫자가 들어와 스트레이트를 완성할 확률은 8.51%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박사들의 계산에 따르면, 롱텀 캐피털이 5% 이상 손실을 기록할 확률은 투자 기간 중 12%입니다(즉, 백년 중 12년). 이 서신에는 이 펀드가 10% 이상, 15% 및 20% 손실을 기록할 확률도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롱텀 캐피털이 몇 가지 가정을 바꾸면 확률을 더 높일 수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 서신에는 한 열의 숫자가 아니라, 경마 소식지에서 처럼 여러 열의 숫자를 제시해 놓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롱텀이 예측한 확률이 너무 정확했다는 것입니다. 마치 평범한 투자자들이 알 수 없는 무언가 비밀스러운 지식을 가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엔론 스캔들에 나오는 스킬링에 대한 묘사도 비슷합니다.

스킬링을 감동시켰던 것은 순전히 아이디어의 지적 순결성이었습니다. 그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롱텀 캐피털의 몰락 후 여파를 마이클 루이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거의 15년 동안 메리웨더와 젊은 박사들은 인간이 이성 하나만으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던 것입니다. 자신들의 놀라운 성공 역시 실험의 일부였을 뿐, 전체가 아니었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이성만으로 떨어져 남아있을 수 있는 이상적인 생물이 아니었습니다. 미로에서 길을 잃은 실험실 쥐였을 뿐이었습니다.

엔론과 롱텀 캐피털의 사례를 생각하고 있노라면 몇 가지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머리가 너무 좋아도 위험 할 수 있다.

어떤 곳에서 여러분이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종종 가장 위험한 위치에 있게 되는 것입니다. 너무 많은 생각하게 만들고, 실제 능력보다 과신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변에는 여러분보다 못한 사람들뿐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결정에 책임을 추궁할 만한 사람이 없게 됩니다. 이렇게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서 다른 이들의 견제가 없다면 아주 위험하게 됩니다. 자신의 결정을 막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감성 지능이 과소 평가되고 있다.

모든 면에서 엔론과 롱텀 캐피털은 아주 똑똑한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식, 자각 및 겸손이 부족했습니다. 누구도 사려 깊게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조직이라면,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기업 내에서 일반적으로 재능은 과대 평가되지만, 대인 관계에 대한 기술은 과소 평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복잡함에 속기 쉽다.

사업과 투자에서 사람들은 복잡한 것이 더 좋다는 생각에 빠지곤 합니다. 엔론과 롱텀 캐피털은 아주 똑똑한 사람들이 아주 복잡한 방식으로 사업을 이끌어 갔습니다. 이러한 복잡함이 조직 내 모든 사람들을 행운에 속게 만들었고, 진행 상황을 못 본채하게 만든 것입니다.

때문에 아마도 이해하지 못했던 위험도 감수하도록 그들을 이끌었을 지 모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이 복잡한 사업과 투자 전략을 이해할 만큼 똑똑하다고 믿고 싶어하기 때문에, 바깥 세상을 속이기가 훨씬 더 쉬웠습니다. 또한 자신이 바보처럼 보이길 원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일이 왜 그렇게 되고 있냐고 묻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위험은 눈에 보이지 않다라도 항상 존재한다.

머리가 얼마나 똑똑하던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떤 곳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은 오히려 방해가 될 뿐입니다. 그런 이들은 끊임없이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하려고 합니다. 누구도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조그마한 단서도 갖고 있지 않은데 그렇습니다. 무력감이라는 불편한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게 만들뿐입니다.

또 한 명의 노벨상 수상자 머턴 밀러는 롱텀 캐피털의 몰락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격한 의미에서, 세상이 과거와 같이 움직인다면, 어떠한 위험도 없습니다."

세상이 그렇게 쉬운 곳이었다면 말입니다.

<출처: A Wealth of Common Sense, "When Intelligence Fails Miserab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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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이해는, 자신에 대한 겸손하고 솔직한 이해에서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전에 제가 북스팀 계속하다가 지금 중간에 끊겼는데, 주 내용은 천재는 없고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거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엔론은 학벌을 믿고 노력을 믿지않은 대표적아 실패케이스이며, 소위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실패를 두려워해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천재는 극소수고, 대부분의 똑똑한 사람들은 노력으로 인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학벌도 갖은 노력을 통해 얻어낸 성과인만큼 인정해줘야 하지만, 학벌을 성취했다고해서 그 이후에 아무런 노력도 안하는건 정말 멍청한 짓이죠 ㅠㅠㅠ 엔론 케이스가 딱 그 '멍청함' 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레이븐님의 의견에 깊이 공감합니다 ㅎㅎ

복잡함에 속기 쉽다는 말에 공감하고 갑니다.
잘 요약해주셔서 고마워요.

똑똑한 사람들은 주로 실패를 안해봐서 실제보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걸 보면 실패를 하는 게 꼭 나쁜 일인가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높으신 분들은 그걸 몰라요

라는 말을 떠오르게 하네요..
그들만의 리그가 결국은
이와 같은 결과를 만들어낸게 아닐까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네요...

그리고 인간은 이성보다는 감성의 동물이기도 하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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