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투자자들은 IPO에 투자하고 싶은 유혹을 떨치지 못할까?
여기 주식이 하나 있다. 주가도 상당하다. 해당 기업은 흑자를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사실, 지난 한 해 18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 세계 수백만의 투자자들이 이 주식에 몰고, 역사상 가장 성공한 기업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주사위 굴리기만 잘 하면 말이다.
간단히 말해, 5월로 예상되는 우버 테크놀로지의 상장까지의 기간 동안 잠재 투자자들이 듣게 될 이야기다.
우버만이 아니다. 같은 차량 공유 경쟁업체 리프트 역시 지난 3월 가파른 적자에도 불구하고 높은 기대감으로 고가의 주식 상장을 이뤄냈다. 그리고 디지털 스크랩북 업체 핀터레스트(Pinterest Inc.), 식품 배달 업체 포스트메이트(Postmates Inc.) 및 메신저 업체 슬랙 테크놀로지(Slack Technologies Inc.)를 비롯해, 올해 수익성에 문제가 있는 많은 기업들의 주식 상장이 예정되어 있다.
이상 과열된 리프트의 IPO를 어떤 신호로 본다면, 우버와 주식 상장을 앞둔 비슷한 다른 기업들에게도 엄청난 관심이 쏠릴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시장을 이기고 싶은 투자자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수익성이 높고, 저평가된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워런 버핏, 피터 린치, 빌 밀러같이 투자 명예의 전당에 오른 투자자들이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투자 공식도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 이런 학계의 의견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우버 등 주식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시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학계의 의견을 거슬러, 무작정 올해의 인기 IPO를 쫓기 전에, 이번에는 다를지 아니면 과거와 같을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이 수익성이 높고 저평가된 기업들이 몰락의 길을 걷는 모습을 보고, 학계의 의견에 거스르게 되었을 수도 있다. 다트머스 대학의 켄 프렌치 교수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10년 동안 수익성이 낮고 고평가된 주식들의 수익률이 수익성이 높고 저평가된 주식들보다 (배당금을 포함해) 연평균 9.1%나 더 높았다고 한다. 또한 S&P 500 지수보다도 연평균 4.7% 더 높았고, 지난 10년 동안 S&P보다 수익률이 높았던 투자 대상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수익성 높고 저평가된 기업들이 수익성 낮고 고평가된 기업들보 수익률이 낮아진 것이 최근의 현상이다.)
하지만 기간을 더 늘려서 자세히 살펴보면 완전히 다른 그림이 나온다. S&P 500의 데이터를 집계할 수 있는 가장 긴 기간인 1963년 7월부터 2019년 2월까지 기간 동안, 수익성은 낮고 고평가된 기업들의 수익률이 S&P 500 보다 연평균 7.2%나 뒤졌으며, 지난 10년 동안의 좋은 수익률이 없었다면 더 나빴을 것이다. 이들 기업이 2012년까지 10년 기간별로 S&P 500보다 수익률이 높았던 적은 단 한차례에 불과했다(짐작하겠지만 2000년 붕괴로 끝난 닷컴 거품 당시였다). 그리고 전체 수익률에서도 이들 기업이 S&P 500을 단 13% 앞섰을 뿐이고, 이 역시 최근의 높은 수익률 덕분이었다.
(수익성 낮은 인기주에 투자하는 것은 값비싼 실수였다.)
한편, 수익성 높고 주가가 싼 기업들은, 최근 수익률이 실망스럽긴 해도, S&P 500 지수보다 연평균 3% 더 수익률이 높았으며, 10년 별로 72% 기간 동안 지수를 앞섰다.
물론 여기서 질문은 “지난 10년이 그 이전 40년보다 더 좋은 지표로 봐야 할까?”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믿는 모습이다. 수익성이 높고 저평가된 기업들이 역사적으로 더 좋은 수익률을 올렸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반대로 우버 같은 주식에 몰려들면서 주가를 하늘 높이까지 상승시키고, 미래 수익률을 스스로 희석하고 있다. 경제학자 알렉스 호렌슈타인의 새로운 논문에서 약간의 이론적 증거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투자자들이 학계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수익성이 높고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하는 가치 및 품질 상장지수펀드(ETF)에 총 1,260억 달러가 유입되었다고 한다. 반면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ETF에는 12배나 많은 1.5조 달러가 유입되었다.
(지난 10년 동안 수익성이 높고 저평가된 기업에 대한 투자는 인기를 얻지 못했다.)
또한 1990년대 수익성이 높고 저평가된 기업들의 월등한 수익률을 보여주는 데이터가 공개되면서 후속 수익률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1973년부터 1990년까지 10년 별로 다양한 시간대로 볼 때, 이들 기업이 수익성이 낮고 고평가된 기업들 보다 우수한 수익률을 보인 때도 있었고, 저조한 수익률을 보인 때도 있었으며,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론적 증거는 직관에도 맞는다. 수익성이 좋은 기업의 주식을 합리적이거나 싼 주가에 사면 높은 수익률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수익성이 낮은 인기 주식을 쫓아다니는 투자는 값비싼 사치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기업들 중 상당수가 실패할 것이기 때문이다. 철칙이라고까지는 못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실이며,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반응하는 투자자도 있다. "당신의 분석은 일반 투자자들이 수익성은 낮고 주가는 비싼 기업에 무분별하게 투자하고 있다는 가정하에서 진행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일반 투자자가 아니다. 나는 승자만 고른다!"
이렇게 생각하기 쉽다. 올해 IPO 시장에서 차세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또는 구글이 될 기업을 미리 골라내, 수익성이 높고 주가가 싼 기업들에서 얻을 수 있는 소소한 프리미엄보다 훨씬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싶고, 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이런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한, 수익성이 높고 주가가 싼 기업들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자료 출처: Bloomberg, "Investors Catch Can’t-Lose Fever Just in Time for Hot IPOs"
코인 투자자들이 ico 에 참여하려는 현상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