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시장을 보는 역발상적 시각 - 이코노미스트

in #kr6 years ago

20년 전 1998년 8월 17일, 러시아 정부는 루블을 평가절하했고,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면서, 해외 채권자들에게 원금이든 이자든 모든 지급을 중단했다. 태국 바트의 평가절하를 시작으로 1년 동안 이어진 신흥시장 위기 중 가장 드라마 같은 시기 중 하나였다.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잔인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대통령은 5월 32년의 통치를 끝내고 자리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세계를 뒤흔든 것은 러시아의 채무 불이행이었다.

곧 선진국들도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미국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는 그해가 끝나기 전까지 3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1998년 8월까지 40%나 하락한 MSCI 신흥 시장 지수는 그 달에만 25% 이상 추가로 하락했다.

현재 신흥 시장의 자산은 당시만큼 경시되지는 않고 있다. 터키의 위기로 인한 패닉은 결코 생각만큼 심각하지 않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이유로는 충분하다.

소외된 자산 군이라도 적어도 한 가지 매력은 있다. 할인된 가격으로 팔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신흥 시장 기업들의 주가는 선진국 기업들 대비 저렴한 수준이다. 미국 대비로는 더 저렴하다.

외환 시장에서 터키 사태를 기화로 투매 현상이 벌어진 후, 각국 통화의 가치는 적정한 자리로 돌아왔다. 순간 급락한 자산들을 쓸어 담으면서 위험을 추구하고 있는 펀드 매니저들도 많이 나타났다. 하지만 장기간의 투자 지평을 가진 이들은 이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신흥 시장은 싼 것 같지도 않지만, 비싼 것 같지도 않다. 달러 기준 신흥 시장 주식의 PER 배수는 14로 1996년 이후 평균치 보다 살짝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이를 S&P 500과 비교해 보면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다.

1996년 초에 이 둘의 PER 배수는 약 18 이었다. 그 이후 S&P 500이 신흥 시장 주식 대비 상승하는 경우에도 결국 다시 하락하곤 했다(차트 참조). 미국 주식 시장의 현재 PER 배수는 23이다. 과거에도 신흥 시장 주식 대비 더 비싼 경우가 많았다.



고려해야 할 다른 요소도 있다. 그중 하나가 통화 위험이다. 선진국의 경우, 때로 주식과 통화가 서로 상쇄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곤 한다. 2016년 6월,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나온 후 파운드가 떨어지자, 영국 주식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영국 기업들의 해외 수익이 파운드 기준 더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흥 시장은 다르다. 주식과 통화 가치가 같이 상승하고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표시 통화가 고평가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저렴한 주식을 매수한다 해도 소용이 없다. 하지만 신흥 시장이 그런지는 분명하지 않다. 최근의 매도세 이전에도, 신흥 시장 국가들 대부분의 실질 환율은 10년 평균치를 밑돌았다.

인플레이션 상승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환율과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통화 가치 하락이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그리 큰 위험은 아니다. 이코노미스트의 지표 페이지에 올라있는 25개 신흥 시장 국가들 중 오직 3개국(터키, 아르헨티나 및 이집트)만이 6% 이상의 인플레이션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3% 미만이다.

"가치" 투자자들이 신흥 시장을 선호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저 PER 주식 또는 자산의 장부가치 대비 저렴한 주가의 주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거의 광신적일 정도로 가치에 집착하는 펀드 운용 그룹 GMO의 일임 포트폴리오에서는 신흥 시장 주식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투자 취향에 따라서는, 가치 투자 방식이 너무 도덕적이고, 데친 채소를 조금 과하게 먹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싼 주식이 더 싸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터키의 경우, 변덕스러운 정책 결정과 외채의 규모 면에서 이례적인 사례일지 모르지만, 그 고민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곳의 문제도 신뢰를 떨어뜨린다.

러시아는 미국의 또 다른 제재 대상이다. 멕시코는 미국과 NAFTA 재협상을 진행 중이다. 브라질의 경우 선거가 복잡해질 수 있다. 중국은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 미국과의 밸류에이션 격차는 이미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하지만 더 확대될 수도 있다.

비싼 주식을 덜어낼 때와 싼 주식을 담을 때를 쉽게 판단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이 판단을 믿을 만하게 잘 할 수 있는 사람의 거의 없다. 다른 모든 이들을 위해, 밸류에이션은 냉정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신흥 시장에 대한 베팅하기 위해서는 대담함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다른 이들이 두려움에 떨 때가 매수 시점이다. 20년 전에는 두려워해야 할 것이 많았다. 당시 신흥 시장은 아시아의 국가 대부분을 흔들었고, 곧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로 불똥이 튀었다. 러시아의 채무 불이행 이후 신흥 시장 주식은 곤두박질쳤지만, 몇 주 후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8개월 만에 두 배가 되었다.

<출처: The Economist, "The contrarian case for emerging mark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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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 볼 글들이 많아 너무 좋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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