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달러를 잃고 배운 교훈
제프 도먼은 아르카(Arca)의 CIO로 투자 위원회를 이끌고 있으며, 포트폴리오 규모 결정과 위험 관리를 맡고 있다. 그는 메릴린치와 시타델 증권을 포함해 여러 투자 회사에서 17년 넘게 트레이딩 및 자산 운용을 해왔다.
"양쪽을 다 봤어?"
도먼은 최근에 7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자전거를 태워주러 나갔다. 그런데 아들 녀석이 살피지도 않고 그냥 도로를 건너려고 했다. 그는 아들의 자전거 핸들을 잡고 "양쪽 다 봤어?"라고 외치자, 아들은 "아, 잊어버렸다."라고 답했다. 다행히 그날은 교통 체증이 없었고, 바로 옆에 그가 있었지만, 도먼은 도로를 건널 때는 반드시 양쪽을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설명했다. 돌이켜보면, 도먼은 출발하기 전에 먼저 그 점을 기억하게 했어야 했다. 부주의하게도, 그는 좋은 날씨에 아들과 자전거를 타러 가는 데만 집중했고, 순간적으로 하방 위험을 잊고 있었다.
외부 자금을 운용할 때는 언제나 하방 위험을 최우선에 둘 수밖에 없다. 상방 가능성이 비대칭적으로 높은 투자라고 해도, '얼마나 크게 상승할 수 있을까'에서 '얼마나 심각하게 하락할 수 있을까'로 투자 마인드를 옮겨야 한다. 도먼과 아들의 대화처럼, 위험 관리는 결코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 일이다.
처음으로 1백만 달러를 잃었을 때
2008년 금융위기 이전 도먼은 메릴린치에서 회사채 트레이더였다. 당시 월스트리트의 분위기는 좋았다. 수익을 내는 한 도먼의 거래 장부에는 크기 제한이 없었고, 위험 보고서에는 경고등이 켜질 만한 어떤 위험도 나타나지 않았다. 상방에는 엄청난 보너스가 놓여 있었지만, 하방에는 단순히 내 일자리를 잃는 것뿐이었다. 월스트리트에서 트레이딩은 콜옵션과 같았다. 하방 위험은 제한되어 있고, 상방 가능성은 무한대였다.
도먼은 트레이딩 하는 기업의 재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고, 회사채 시장에서 똑똑한 신용 트레이더로 명성을 쌓아갔다. 그는 경력에는 나쁜 투자보다 좋은 투자가 더 많았다. 유감스럽게도, 느슨한 운용 시스템에서 일하던 27세 트레이더는 위험 관리에 서툴렀다.
도먼이 처음으로 100만 달러를 잃은 것은 실제로 처음으로 100만 달러를 벌었던 바로 그 주에 일어났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가 소유한 카지노 체인인 트럼프 엔터테인먼트의 회사채에 롱 포지션을 구축했다. 트럼프는 자기 카지노 3곳 중 1곳을 매각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매각에 성공하면 그 현금은 기존 채권을 거래되던 것보다 더 높은 가격에 리파이낸싱하는데 사용될 것이고, 채권 보유자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애틀랜틱시티, 특히 트럼프의 부동산 수익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었다.
이 채권은 'CCC' 등급으로 평가되고 있었고, 트럼프의 신용, 미래 수익 및 현금 흐름을 어떤 식으로 분석하더라도 대부분의 트레이더는 숏 포지션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고, 실제 스마트 헤지펀드가 그렇게 하고 있었다. 결국 양방향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이벤트 드리븐" 투자였다.
어느 날 아침 도먼은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트럼프 마리나 호텔 & 카지노가 매각될 예정이고, 높은 가격을 기꺼이 지불할 구매자가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가 오랫동안 생각해온 투자 논지가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그날 그가 보유한 채권 가격은 액면가 대비 104% 급등했다. 그는 3,200만 달러 상당의 채권을 보유 중이었고, 비록 장부상이긴 하지만 14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이 생겼다.
메릴린치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 주목받은 건 붉은 깃발(손실) 뿐이었다. 하지만 다이 "푸른 깃발(수익)"이 그만큼 많은 관심을 끌었고, 갑자기 사람들은 도먼의 수익과 트레이딩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날 도먼에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한 것이 아니라, 경력이 20년이 넘는 아주 똑똑한 선배 트레이더의 조언이었다. "문제는 자네가 수익을 올렸는지, 손실을 봤는지가 아니야. 애초에 그렇게 많은 채권을 소유한 이유가 무엇이었느냐지."
도먼은 당시에는 그 조언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방금 트레이딩으로 장부상 140만 달러를 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 일어난 사건은 지금까지 그의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있다. 그리고 그날 채권 중 일부를 팔았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주 후반이 되자 트럼프의 카지노 매각이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채권 가격은 급락했다. 그로 인해 도먼은 그날 200만 달러를 잃었다.
단 한 주 만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 것이다. 하지만 도먼은 수없이 많은 수익과 손실을 경험했고, 불가피한 변동성을 기꺼이 받아들여 왔기 때문에, 그날 밤에도 잠을 잘 잤다. 아무 이유가 없었다.
디지털 자산의 위험 관리
2017년 도먼이 디지털 자산 업계에 처음 들어갔을 때, 자신이 한 투자를 자랑하던 겉보기에 똑똑해 보이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에서 무언가를 사고파는 방법을 알아낸 것 같았지만, 그중에서 얼마나 위험 관리 방법을 알아냈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당시 일반적인 테마는 한두 개의 디지털 자산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강세장이 되면 가격이 올라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면 되었다. 그 사람들 중 다수는 심지어 이러한 유령 "실적"을 바탕으로 펀드를 시작하기도 했다.
2020년 3월, 많은 젊은 디지털 자산 투자자들은 위험 관리에 대한 교훈을 힘들게 배웠고, 위험 관리가 단지 가격의 하방 위험을 보호하는 것 이상이며, 외부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 단순히 수익을 창출하는 것 이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위험 관리에는 트레이딩 하는 대상에 대한 실사, 트레이딩 원칙, 외부 투자 위원회를 통한 감독과 포지션 규모 결정 등이 포함된다.
디지털 자산 펀드가 문을 닫을 때 누구도 승자가 되지 못했지만, 중요한 교훈이 있었다. 오로지 하나의 거래소(Bitmex)에서 높은 레버리지로 오로지 하나의 자산(BTC)만을 트레이딩 하는 전략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자금을 운용하는 경우, 훈련이나 경험이 없다면 절대 부끄러워할 필요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배우고 시작하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다행히도, 도먼은 10년 전 힘들게 그 교훈을 얻었다. 그 경험이 지금의 디지털 자산 환경에서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도먼은 매일 2008년도 선배 트레이더의 조언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모든 위험 관리 결정에 적용하고 있다.
2008년 그날의 여파로 그는 적절한 위험 관리 시스템을 만들었고, 이를 이후 운용했던 세 헤지펀드에 적용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모든 포지션은 합리적인 양적 및 질적 팩터에 따라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위험 관리의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크고 불필요한 손실을 피하는 것이다.
위험 관리 원칙을 지킬 수 있으면서, 도먼의 경력은 크게 바뀌었다. 그는 투자에 성공하는데 필요한 도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좋은 투자자와 나쁜 투자자의 차이가 단순히 좋은 투자를 선택하는 것 이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세상에는 아주 똑똑하고, 의욕이 있으며, 재능 있는 트레이더와 투자자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재능 있는 위험 관리자는 그리 많지 않다. 트레이딩과 투자 방법을 배우는 데 20일, 투자를 분석하는 데 20개월밖에 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위험 관리 방법을 배우는 데는 20년이 걸리고도 모자를 수 있다.
투자에 실패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경험은 남는다. 그 경험을 얻는데 지름길은 없다.
자료 출처: Coindesk, "What I Learned the First Time I Lost a Million Doll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