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

in #kr6 years ago (edited)

현생살이가 팍팍할수록 미신과 종교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 인간이다. 자신의 팍팍한 현생살이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져 주는 곳이 필요해서다. 일말의 희망이라도 가지고 싶으니까.

어찌 보면 슬플 일이다. 주변에서 격려와 위로의 말로 다독여줄 사람이 부재한다는 사실보다는 본인조차 스스로에게 그런 말을 해줄 사람일 수 없다는 현실이 더 애석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 처한 이들은 나 대신 그런 말을 해줄 수 있는 '누군가'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정성을 할애하게 된다. 본인의 용기와 희망의 근원이 타인의 혀 끝이나 손 끝에 걸려있는 이들은 얼마나 딱하고 안쓰러운지.

어제는 모처럼 사주에 관심이 생겨서 사주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열심히 읽다가, '대운'이라는 개념을 접했다. 10년 단위로 인생 운의 흐름이 바뀌는 것이라는 개념이었다. 별생각 없이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다가 한 리플에서 문득 멈추게 되었다. "이상한 일이네요. 저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행복해 본 기억이 없는데 말이죠. 제게는 대운의 흐름 같은 건 영향이 없는 건가 봐요." 그의 말인즉슨, 본인은 흙수저도 아닌 플라스틱 수저로 태어나 인생의 하이라이트랄 것도 없이 유야무야 흘려보냈다는 하소연이었다.

이에 누군가는 이렇게 대꾸할 수도 있다. 나사에서 우주로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시대에 무속 신앙에 온 마음과 인생을 걸다니, 한심하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우리의 태양계가 속한 우주가 137억 전에 대폭발과 함께 만들어졌다고 우주론 학자들에 의해 밝혀지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 뿐인가? 천문학자들은 지금 이 순간 누군가가 달 표면에서 성냥불을 켜면, 그 불꽃을 찾아낼 수도 있다. 아주 멀리 있어서 눈으로 볼 수도 없는 별의 작은 진동과 흔들림으로부터 그 별의 크기와 특성은 물론이고 생명의 존재 가능성까지도 알아낼 수가 있다.(각주 1) 태양을 위시한 지구, 명왕성, 해왕성 등을 거느린 우리의 은하는 1,400억 개 정도일 것으로 짐작되는 은하들 중의 하나고, 그중에 우리 은하보다 더 큰 것도 많이 있다는 것도 밝혀냈다. 아무리 보수적인 숫자를 쓰더라도 우리 은하계에 존재할 수 있는 고등 문명의 수는 몇 백만이라는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각주 2) 2001년 8월 밤하늘에서 잠시 반짝였던 작은 별 빛은 세계의 불운을 예고하는 징조가 아니라 6,000만 년 전 폭발한 초신성의 잔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 confrimandoellibrodeurantia.blogspot.com

굳이 우주학과 천문학자들을 소환하지 않고도 일반 상식적인 선에서 의문을 제시해볼 수도 있다. 2014년 항공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린 말레이시아항공 370편 추락사고를 한 번 들여다보자.

때는 2014년 3월 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이륙하여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으로 가던 말레이시아 항공 MH370편 777-200ER 여객기가 인도양에서 감쪽같이 사라지게 된 사건이다. 어느 순간 관제탑 레이더 망에서 사라지면 모든 교신이 끊긴 것. 계속되는 추적 끝에 4년의 시간이 흐른 2018년 7월 30일, 말레이시아 정부는 문제 항 편 실종사건에 대한 500페이지가량의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 줄 결론은 "충분한 근거 없음". 정확한 추락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사고 편의 잔해로 추정되는 비행기 조각들이 몇 년에 걸쳐 부분 부분 발견되고는 있으나 승무원 포함 241명에 달하는 실종자를 단 한 명도 찾지 못한 희대의 실종 사건으로 남겨져있다. 그렇다면 해당 비행기에 탑승했던 14개 국적의 탑승객들은 모두 한날한시에 사고를 당할 사주팔자를 가지고 태어난 것 일까?


ⓒ RVCJ Media

세계 1, 2차 대전이 터졌을 때 각국 별로 사망했던 민간인들도 같은 날 생을 마감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던 것일까? 1945년 2차 대전 종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2차례 원자폭탄으로 인해 그 자리에서 한날한시에 즉사했던 7만여 명의 인구도 사주에 그들의 사고사가 기록되어 있었던 것일까?

ⓒThe Atlantic

쌍둥이의 사주는 대운이 역방향으로 간다고 놓고 본다는데, 그렇다면 세 쌍둥이 네쌍둥이 사주는 어떠한가? 1-2분 차이로 연달아 태어난 3명의 쌍둥이 중 두 명은 같은 방향의 대운을 타고났을 텐데 그렇다면 둘은 완벽히 동일한 생을 살다 마감하게 되는 것일까?

ⓒtriplets mum

당신의 결론이 무엇이든 좋다. 힌두교에는 수만 명의 신이 있다. 그 신들을 모두 믿는 이들도, 그 모두를 한낱 신화 속 등장인물이라 치부하는 이들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당신이 그 어느 편에 선다고 해도 그에 타당한 본인만의 논리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절망에 빠졌을 때 미신에 귀의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는 당부하고 싶은,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사실, 이 긴 글을 쓰게 만들었던 한 포털 사이트 익명의 댓글 작성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다. 그인지, 또는 그녀인지 알 수 없는 익명의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은 항상 "다른 사람은 다 돼도, 넌 안 될 거야"라는 목소리를 들으며 보내야 했다고 적었다. 불행한 팔자를 타고난 자신에게 보내는 신의 목소리라고 믿고 있는 그이지만, 사실 그 목소리는 그의 불행한 유년시절에 사회와 가족 그리고 그의 불행을 조장했던 주변인들로부터 들어왔던 이야기들이었을 것이다. 어느새 그들의 목소리가 그의 안으로 파고들어 내재화되었으리라. 학습된 무기력은 패배주의를 야기한다.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불행이다. 자신을 믿지 못하고, 혐오하면서 사는 삶이야 말로 불행한 삶이다.

그런 류의 사람들에게 세상은 종종 장난을 친다. 가끔 한 자락의 희망을 언뜻언뜻 비춰준다. 그 희망의 양상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도박에 정신이 팔린 자에게는 꼬인 인생을 단 한 번의 뒤집기로 바꿀 수 있는 '한 탕'일 것이며, 사랑받는 것에 눈에 먼 자에게는 지금까지 사람들로 인해 받은 상처를 모두 품어 줄 누군가를 만나느 로맨스일 것이며, 한 자리 차지하기 위해 기나 긴 공부를 준비한 이들에게는 시험 합격 일 것이다. 이는 사람의 생김새만큼 천차만별 다양할 것이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점은 그들은 실패를 통해 성장한 역사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크고 작은 실수를 용납해주지 않는 환경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하나를 하더라도 '완벽한' 결말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만 가지며 성장했을 것이다. 그들의 단 한 번의 넘어짐은 곧 운명의 장난으로 귀결되었으리라. 잠시 내리쬐던 한 줄기 빛을 거두는 세상의 참혹함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들은 다시 회의주의와 패배주의에 너무도 쉽게 뒷걸음질 쳤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에게 잠시 내리쬐던 희망이란 것은 그를 곧 다시 앗아가 자신을 더욱더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기 위한 세상의 술수였음을 깨닫게 되리라. 마치 길고 긴 터널의 끝에 도착한 것처럼 빛의 흔적을 보여주다가도 이내 두꺼운 철문으로 모든 것을 막아 버리는 잔인함을 겪게 되리라. 계속 어둠 속에 방치되어 있는 것보다는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좇다가 다시 맞딱뜨리게 되는 어둠의 무게와 농도가 인간에게 더 무겁고 짙을 것임을 절망이란 놈은 훤히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그 크고 작은 과정이 몇 번 더 반복되다 보면 인간은 더 이상 꿈 조차 꿀 수 없는 희망 회생불능 상태에 놓이게 된다. 희망을 가지는 것 자체가 더 큰 고통이라는 것을 이제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학습했기 때문이다. 절망은 '당연한 승리'를 기꺼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더욱 처절한 패자의 서사를 원한다. 어려운 승리. 쉽지 않은 승리. 절망은 그것들로 인해 비로소 환한 웃음을 짓는다.

긴 줄글이 되었지만, 어찌어찌 이 글이 흘러 흘러 그 익명의 작성자에게 닿을 수 있게 된다면 한 가지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부디 빛을 좇아 생을 달리지 않기를. 멀리서 반짝이는 실낱같은 희망에 모든 것을 걸지 말고, 남들의 눈에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일지라도 자신의 믿음에 열과 성을 다하기를. 미신과 종교에, 남의 손 끝과 혀 끝의 본인의 길흉을 걸지 말고, 당장은 멀리 달릴 수 없는 두 다리일 지라도 자신의 것에 마음을 쏟기를 말이다.

그것이 그에게 불행이 아닌 행복을 보장해준다고 감히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세상에 휘둘리지 않는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해줄 수는 있을 것이다.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라는 불교 용어를 기억하라.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음에 달려있다. 마음 밖의 빛을 좇지 말고, 마음속의 빛을 좇으라. 그리하면 본인 스스로가 그 빛을 거두기 전까진 그 누구도 그 빛을 가리지 못할 것이다. 불씨를 꺼뜨리지 못할 것이다.

*각주

  1. New Yorker, "Among Planets, " December 9, 1996, p.84

  2.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것의 역사,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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