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러났어요;;;]인공혈관은 협상대상이 아니다
아이의 심장 수술 때문에 열흘 넘게 병원에 있었습니다. 아이 간호기는 제가 <한겨레21>에 연재하는 육아칼럼인 <성미산에서 도담도담>에 썼으니 한번 읽어봐주심이(도담이는 담대했다, 두 담 자고 집에 가자). 아이가 입원했던 병원이 심장 혈관 병원인데요. 선천성 심장 질환을 가진 소아, 청소년 환자들이 꽤 많이 입원해있습니다. 이곳에서 열흘 동안 지내면서 다양한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많이 봤어요. 누구는 태어나자마자 심장 모양이 보통 사람들과 달라 혈액이 순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또 누구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몸이 안 좋은 원인을 찾지 못하다가 심장과 관련된 질환 때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돼 입원했고요. 혈관 수술을 해야 하는데 너무 어려 혈관이 얇아 수술을 하지 못하고 치료로 힘겹게 버티는 아기들도 많습니다. 부모도 아이도 언제 수술할지, 언제까지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이 지속돼 매우 안타까웠어요.
지난주 <한겨레>가 보도한 기사 "인공혈관 수가 낮다"며 '고어' 철수...3살 민규의 위태로운 생명을 보고 제 일처럼 가슴이 아팠습니다. 기사를 간략히 요약하면 태어날 때부터 보통 사람과 다른 모양의 심장을 가진 3살 민규는 심장 수술을 받기 위해 인공혈관이 필요한데, 인공혈관을 독점 생산하는 미국 회사 '고어'가 2017년 9월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다고 합니다. 아웃도어 의류업체 '고어텍스'를 만드는 그 회사의 메티컬 사업부가 생산하는 인공혈관입니다. 고어가 철수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한국의 건강보험수가가 낮고, 또 하나는 의약품 제조 품질 관리 기준 인증 과정에서 불거진 식품의약처안전처와의 갈등 때문입니다. 고어가 철수할 때 서울아산병원, 세종병원, 세브란스 병원, 삼성 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 경북대병원 등 큰 병원들이 인공혈관을 사재기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인공혈관이 동났다는 소식입니다.
<한겨레>의 보도 덕분에 아이들의 생명을 살릴 인공혈관을 즉시 공급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정부 또한 인공혈관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고어사를 만나러 가고, 그 과정에서 고어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뒤 한국 정부로부터 한번도 일공혈관 공급 요청을 받은 적 없다는 사실(고어사 "한국 철수 뒤 한번도 인공혈관 요청 받은 적 없다")이 드러났으며, 오늘 <한겨레> 1면 단독 기사( 고어, 인공혈관 재공급 조건 '가격 2배' 요구)를 통해 고어가 식약처에 인공혈관을 재공급하는 조건으로 기존의 2배를 요구했다는 사실을 알면서 분노했습니다.
고어가 가격을 2배 요구해도 정부는 인공혈관을 마땅히 사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지난 정권에서 고어가 철수하도록 방관한 책임자를 문책해야 하고요. 국민 건강, 특히 어린이, 노인 사회적 약자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선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오늘도 심장 혈관 병원에서 씩씩하게 보내는 어린이들과 부모 그리고 이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간호하는 간호사, 의사 모두 파이팅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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