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4 민주주의, 정치적 자유, 인권은 보편적 가치인가 ?>

지극히 당연하다고 믿고 있는 것들이 과연 그런가에 대한 의심과 회의는 항상 필요하다. 특히 보편적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가치들도 승자의 가치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승자의 모든 것은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 받는다. 특히 승자의 주장과 원칙 및 원리는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 받는다. 반면 패배자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던 가치들과 원리 원칙은 모두 폄하되고 의미를 상실한다. 정치적 자유, 인권,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들도 그런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인간이 만든 제도와 가치는 모두 상대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을 뿐이다.

민주주의와 정치적 자유, 그리고 인권이 보편적 가치로 인식되는 것은 미국이 냉전에서 소련에게 승리하고 얻은 전리품이다. 소련이 승리했다면, 평등이 자유의 앞자리에 서 있었을 것이며 인권도 지금과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냉전에서 소련이 패망하면서 소련이 대표하던 사회주의 가치관들은 모두 그 의미를 상실했고 열등한 것으로 규정되었다. 냉전 종식이후 사회주의 제1의 원리인 평등 그리고 착취와 압제에서의 해방은 역사박물관의 거추장스러운 장식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부르주아 국가에서 정치적 자유란 원래 자본의 자유,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정치적 자유가 자본의 자유를 제한하는 상황이 되면, 즉각 개인의 정치적 자유는 제한되고 박탈된다. 인권도 마찬가지다. 인권이 자본의 활동을 방해하게 되면 더 이상 보호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런 경우는 수없이 많다. 정치적 자유와 인권을 양도불가한 천부의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시 시대적 상황의 산물일 뿐이지, 역사를 관통하는 불변의 원리는 아니다. 그랬었다면 그리스 민주주의 이후 서양의 역사는 퇴보와 후퇴의 연속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도 상황의 산물이라는 말이다.

서구에서 정치적 자유와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한 이유는 부르주아 국가 수립을 위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절대주의 국가에서 부르주아지의 정치적 자유와 인권은 체제 도전에 다름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국가의 평등은 부르주아 국가에 대한 체제 도전이었다. 부르주아 국가는 절대주의 세력에게 승리했기 때문에 부르주아 국가의 원리인 민주주의, 정치적 자유, 인권을 보편적 가치라고 주장할 수 있었다. 사회주의 국가는 부르주아 국가와의 투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경제적 평등을 보편적 가치로 인정받지 못했을 뿐이다. 프랑스 혁명의 정신에 따르면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평등은 같이 따라다니는 동전의 양면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정치적 자유만을 주장하며 경제적 평등을 도외시하는 것은 정치적 자유가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을 배제한 것으로 사상누각이나 마찬가지라고 하겠다.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보편적 가치라는 것이 거의 예외없이 승자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 주변에 벌어지고 있는 사건과 우리가 살고 있는 국가, 사회체제를 보다 유연한 관점과 태도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보편적 가치라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은 상황의 산물이며, 상황에 따라서 그 보편성이 상실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민주주의도 그런 점에서 동일한 양상을 지닌다. 미국을 위시한 현대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은 자신을 민주주의 국가로 중국과 러시아를 권위주의 국가라고 하면서 자신들이 역사적 정당성과 우위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렇게 볼 수 있을까? 생각을 조금만 다르게 해보면 그렇게 간단하게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미국과 서구의 민주주의과 과연 중국과 러시아의 정치제도보다 진보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하는 점에 대해서도 회의와 의심이 필요하다.

미국과 서구의 민주주의는 부의 양극화를 극단적으로 심화시켜서 인민 생활을 악화시켰다. 결국 미국과 서구의 사회적 갈등은 같은 국가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로 반목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그런 점에서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양 진영의 갈등은 같은 국가라고 하기 어렵다. 서구의 민주주의는 국가와 국민을 통합하기보다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기재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서구 그리고 한국의 민주주의는 타락했으며, 그 정도는 아테네가 멸망하게 된 상황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하겠다. 이런 민주주의를 보편적 가치라고 할 수 있을까?

미국은 자신들을 민주주의 국가라고 주장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권위주의 국가라고 폄하하면서 정당성과 도덕적 우위를 주장한다. 여기에 대해서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여지는 존재한다. 관점을 조금만 바꿔보면 중국과 러시아의 현재 국가체제가 미국의 체제보다 역사적으로 더 진보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과 서구는 자본주의 국가였다. 냉전이전까지 소련과 중국은 자본주의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사회주의 국가였다. 사회주의가 붕괴된 이후 중국과 러시아는 각각 혼란을 겪으면서 그 이전의 사회주의 체제와는 전혀 다른 국가가 되었다. 러시아는 자본가들이 국가 운영에 거의 개입하지 못하는 자본주의 체제로 변화했고, 중국은 시장경제체제를 수용한 사회주의 국가가 되었다. 현재의 러시아와 중국은 과거 모택동과 스탈린적 사회주의와는 전혀 다른 체제, 즉 기존의 사회주의 국가의 모순을 극복한 체제로 변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변화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향후 역사 전개과정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중국의 경우 등소평 이후의 변화는 기존의 사회주의의 문제를 극복한 변증법적 역사발전의 한 형태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등소평이후의 중국은 모택동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변증법적으로 통합한 진보적 형태의 국가체제가 될 수도 있다. 러시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냉전종식이후 자본주의 체제를 도입했으며 이 양자를 통합한 것을 지금의 러시아 체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진보적인 국가체제로 평가 받을 수 있는 조건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경우에 한한다.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면 중국과 러시아적 국가운영방식은 새로운 역사발전의 모델이 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의 경쟁에서 패배하면 이들 국가의 체제는 미국과 서구의 민주주의보다 열등한 체제로 규정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게 되면 미국과 서구의 정치적 유산인 정치적 자유와 인권은 보편적 가치를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정치적 자유는 경제적 평등과 같이 가지 않으면 절름발이에 불과하다. 인권도 마찬가지다. 먹고사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상태에서 인권이란 거추장스런 장식에 불과한 것이다. 남한의 보수층은 북한의 인권을 문제삼는 경우가 많다. 북한 주민의 인권은 중요하다. 그러나 먹고 사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인권의 출발점이다. 북한의 인권을 걱정하고 개선되기를 원한다면 먼저 북한 주민에 대한 식량과 의료지원 같은 사업들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가 보편적 가치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의미를 지니려면 일정한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그런 조건을 배제한 일방적인 주장은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들기 위한 정치적 프로파간다에 불과하다. 의도가 불순하면 효과를 거둘 수 없다. 경제적 평등없는 정치적 자유는 공허할 뿐이고, 먹고 사는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인권이란 헛소리에 불과하다. 남한은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북한주민들이 굶어죽어갈 때 남아도는 식량도 지원하지 않았고 최소한의 의료지원도 하지 않았다. 그런 남한이 북한 인권 운운하는 것이, 북한 주민들에 어떻게 비춰질까? 북한 정치지도부를 곤란하게 만든다고해서 북한 인권이 개설될 수 있을까? 오히려 반발만 살 뿐이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많은 것들이 조금만 생각해보면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정치적 자유와 인권 이외에서 비판없이 이식된 가치들은 많다. 북한만 세뇌공작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보편적가치라는 말에 비판없이 세뇌당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니 남이 주장하는 것을 믿으려 하지말고 스스로의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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