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건의 변곡점

in #kr-youth6 years ago (edited)




약 일주일간 글을 쓰기가 어려웠다.
나는 감정이 없는 상태에서는 글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나에게 주어지는 영감이 없이는
쓰지 않고는 못배기지 않는 이상 글을 올리지 않는다.


습관적으로 올리는 것 같은 글도
무언가 아이디어가 나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거나
아니면 적어도 어떤 감정이 글을 쓰게 유발했기에 올리는 것이다.


지난 일주일 간 글을 쓸 만한 사건이 많이 일어났어도
글을 쓰지 않은 건
나의 감정이 무뎌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매일 반복되는 패턴의 일상에 아무 감흥이 없거나, 아니면 모닝페이지를 몇 일 걸렀기 때문이거나.. 그랬을 것이다.
그냥 앉아서 타자를 두드리다 보면 어떻게든 써지긴 하는데,
그렇게 의무적?으로 쓰기 보다는 조금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이사를 가게 되었고, 나를 알기 위한 어떤 상담을 신청하게 되었고
여~러 사건들이 있었지만 글을 쓸 만큼은 아니었다.


오늘도 퇴근하고 와서 집 정리를 하고,
미드 Lost를 재밌게 보고 있었다.
시즌 1부터 정주행 중이라 오늘도 스팀잇에 글을 쓰기 보다는 계속 영화를 보겠거니 했다.


그런데 아주 조금 전에 글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기도록 눈물이 흘렀다.
아주 묘한 감정이었다.
마치 과거가 통째로 나의 현재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나는 남자친구와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한다.
이 메신저를 사용하게 된 연유는 따로 있었다.
그러다가 오늘 백만년만에 남자친구로부터 온 카톡 메시지를 읽었다.
아웃스탠딩 기사 링크였다. 유료로 전환되기 전에 빨리 읽으면 좋은 무료 아티클이었다.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갑자기 카톡채팅창으로 옮겨갔고,
그리고 약 1시간 전에 나는 현재로부터 거슬러 이제까지 과거에 주고받은 카톡을 읽기 시작했다.
역시간 순으로 메시지를 읽은 것이다.
과거로 가면 갈수록 낯선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사귀고 있었지만 카톡내용으로 사귀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서로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작년의 카톡을 읽을 때에는 정말 다사다난했던 과거의 상황과 감정이 떠올랐으며
2017년 2월 1일의 첫 카톡을 읽을 때에는 갑자기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작년에 같은 회사에 잠시 있었고, 정말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회사는 남자친구의 청춘이자 눈물이기도 했으며,

우리가 만나게 된 계기이기도 하고,
우리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했고,
우리를 힘들게 하기도 했으며, 매개체이기도 했고,
방해물이기도 하지만 추억이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먼저 회사를 나오고 나서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가 망했다.


나에게 있어서는 잠시동안 씻지 못할 고통을 주기도 했고, 소중한 배움을 하게 해 준 회사이지만,
나는 사업을 접게된 일이 잘된 일이라고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아주 기쁘고 잘된 일이지만,
그것은 남자친구의 지난 3년의 세월을 부정당하는 일이기도 했다.
요즘도 그것때문에 우울하다고 말하니까 말이다.


여러 사건과 더불어 내가 느꼈던 수많은 감정들과 기억들을 이 곳에 쓸 수는 없지만,
갑자기 글을 쓰고 싶을 만큼 느껴지는 게 있었다.



남자친구는 나보다 3살 연하인 25살이고, 올해 말 혹은 내년에 군대를 갈 지 모른다.
그리고 내가 그의 첫 연애상대이다.


남자친구와의 과거의 카톡을 보니
지금의 나에게 익숙한 그가 아닌, 전혀 새로운 사람이었다.


200일이 조금 지난 연애의 시간들이
그를 이토록 변하게 만들었구나...



아직도 카톡프로필에는 회사 IR할 때의 그가 있다.
회사도 나도 그에게는 모두 '첫 상대'이다.


작년까지의 카톡 내역을 모두 읽고 나니.....
과거가 현재의 나에게 통으로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나는 새로워졌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여러 기억과 추억이 있는 이 공간 또한 떠나게 된다.


공간이 옮겨지면 그 곳에서의 새로운 사건들이 그 공간에 입혀지게 되고,
7개월 간 살게 될 그 집에서 떠나게 될 2019년 1월에는
6개월 남짓 살다가는 지금의 집을 떠날 때와 비슷한 회상을 하게 될 것이다.


그 때에는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 있겠지?
그 집을 정리할 때에는 어떤 감정이 들 지 모르겠다.


과거를 마주하는 시간은 참으로 소중하다.
그의 처음이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도록 앞으로 내가 더 최선을 다해야겠다.
괜시리 쉽게 내뱉었던 말들에 미안해진다.
그리고 이제서야 그의 진면목을 알게 된 것 같다.


너의 시간들은 모두 소중해..!
네가 믿고있는 가치들, 네가 선택한 것들 모두 존중해..



그리고 넌 너무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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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가면 보고싶어서 우째 ㅠㅠ

1년 반이 금방 가는 시간이긴 하지~..
그냥 시간의 흐름에 맡겨야지모 ㅠㅠㅋㅋㅋ
꼬깃꼬깃... (주머니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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