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토이치

in #kr9 years ago


 2005, 기타노 다케시(연출, 주연)  


앞을 못보는 자토이치는 안마사일을 하며 이 마을 저 마을을 떠도는 방랑객이다. 그러나 그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강력한 검술을 지닌 사내이기도 하다. 이번에 머무는 마을의 악당 패거리는 자토이치 본인의 말처럼 '상대의 마음을 더 잙 읽을 수 있는' 그의 칼에 의해 몰살 당한다. 자토이치가 주사위 도박장에 가는 건 몇가지 복선 중의 하나이다. 주사위눈의 홀짝을 맞추는 게임에서 그는 소리만 듣고도 알아맞춘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외적인 형상 뒤에 감추어진 것들을 꿰뚫어보는 그의 능력을 암시하는데, 마을을 휘어잡고 있는 긴조 패거리 또한 자토이치의 감긴 눈을 속일 수 없었다. 


 기타노 다케시는 일본 최고의 감독이기도 하지만 그는 연출가 이전에 일본 최고의 개그맨 비트 다케시였다. 그래서 그가 처음 영화를 찍었을 때 사람들은 그가 어떤 연기를 해도 그를 개그맨으로 볼 뿐이었다. 기타노 다케시는 이걸 뛰어넘기 위해 자기만의 스타일을 확립했고 결국 서로 다른 두 세계의 거장이 되었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잔인하면서도 날카로운 스타일에서 이 영화는 조금 떨어져 있다. 앞을 못보는(혹은 앞을 못보는 척 하는) 자토이치라는 인물의 정체성은 감독인 기타노 다케시의 이력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장님이면서도 엄청난 강자라는 설정 또한 개그맨과 영화감독을 양립하는 그의 모습과 흡사하다. 


 극 중에서 자토이치가 만나게 되는 게이샤 남매 중에 항상 여자모습을 하고 있는 동생 오세이 또한 마지막에 한마디 던진다. 부모를 죽인 악당들에게 원수를 갚기 위해 여자 행세를 하며 그들에게 접근하며 오랜 시간을 살았지만 이제 그 패거리가 모두 죽었으니 남자로 돌아가라는 말에 그는 이 모습이 더편하다고 한다. 자토이치 또한 긴조 패거리의 두목을 죽일 때 자신이 실제로는 장님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장님으로 행세하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에 그는 장님이 된 것 뿐이다. 그 두목을 죽이고 돌아가는 길에 그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며 "이러니 장님이란 소릴 듣지"라는 대사를 내뱉긴 하지만. 


 이 영화는 결국 기타노 다케시가 자신의 이력에 빗대 던지는 유쾌한 농담으로도 읽힌다.영화의 세계에서 개그맨의 정체성을 뛰어넘으려 노력했지만, 이제는 감독의 입장에서 자신을 은유하는 코미디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그의 필모그래피 중 상당히 인상적인 지점일 것 같다. 마지막 엔딩씬에서 극에 등장했던 대부분의 배우들이 나와 뜬금 없이 탭댄스를 추는데 의외의 말이나 행동을 갑자기 던지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다케시 본인의 스타일과도 합치되는 엔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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