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

in #kr9 years ago

1997, 미타니 코우키 (각본, 연출)


 한 여인이 방송국 안에서 수줍은 표정으로 서성인다. 그녀의 이름은 스즈키 미야코. 작가를 꿈꾸는 평범한 주부이다. 그런 그녀가 쓴 대본이 한 방송국의 라디오 드라마 공모전에 당선되었다. 어촌 마을에서 자신처럼 평범한 주부와 어부의 사랑을 그린 소박한 작품이다. 미야코는 글솜씨가 인정받았다는 기쁨과 그것이 라디오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설레임을 안고 방송국에 온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기대감은 곧 무참히 무너져갈 것이다. 애초에 공모전에 참여한 사람이 그녀 한명뿐이었다라고 직원들이 자기들끼리 말하는 장면은 일종의 복선이다. 


 주연을 맡은 왕년의 스타배우 노리코가 먼저 시작한다. 자신이 맡은 역할은 멋진 이름을 가진 외국인이어야 한다. 갑작스런 그녀의 고집은 이 영화의 시작과 결말을 암시한다. 미야코가 만들어낸 이야기 속 주부와 어부는 어느새 여자변호사와 파일럿으로 그리고 무대는 시카고로 바뀐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생방송이다. 프로듀서 우시지마는 어쩔 수 없이 주연배우에게 끌려간다. 그러자 다른 성우들도 이에 자극받아 고집을 부린다. 기관총 싸움이 등장하고 댐이 붕괴한다. 애초에 자신의 작품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것이 되어버린 것에 미야코는 놀랍고 속이 상할 뿐이다. 


 방송은 완성되어야 한다. 성우들의 고집에 맞선 프로듀서의 의지는 극을 지탱하는 기둥이 되어 배우들과 극 자체를 살아있게 만든다. 성우들의 욕심 때문에 엉망이 되어버린 이야기를 완결시키기 위해 극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동원되는데, 이 웃기고 황당한 상황 속에서도 하나하나씩 생방송은 진행된다. 결국 극은 완결되고 어쩌면 이 드라마의 유일한 관객이었을지도 모르는 트럭기사의 등장과 함께 영화의 엔딩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미타니 코우키의 감독 데뷔작이다. 그러나 그는 연극, 드라마 등을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하며 자신만의 작품관을 완성한 각본가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그의 극은 '희극'이다. 스스로가 사람들이 힘들 때 직접 보기를 원하는 것은 맥베스나 리어왕이 아니라 말괄량이 길들이기일 것이라고 말하면서 웃음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은 희극이면서 연극적이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작은 공간 속에서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 영화 또한 2시간 동안 오로지 방송국 한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우스꽝스런 캐릭터나 슬랩스틱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상황들을 이어붙여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그의 장기이다. 평범한 사람들과 평범한 공간을 이어붙여 뭔가 황당하면서 웃기는 장면을 연출한다. 엉망진창처럼 보이는 상황을 따뜻한 톤으로 봉합하여 웃음으로 털어낼 수 밖에 없는 소품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그는 희극 전문작가로 활동했는데, 초창기 특이한 이력으로 남을 작품을 만난 적이 있다. 작가를 하며 처음 하게 된 골든타임 드라마 '뒤돌아보면 녀석이 있다.(1993)'이다. 병원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의사가 싸우는 내용인데, 미타니 코우키에 대해 잘 몰랐던 프로듀서가 그에게 진지한 메디컬 드라마 톤을 요구했던 것이다. 희극만 써왔던 작가로서는 힘든 경험이 되었다. 미타니 코우키는 '뒤돌아보면 녀석이 있다'라는 작품을 하면서 시나리오가 현장에서 즉석으로 계속 바뀌는 것에 크게 충격을 받기도 했다. 결국 이 때의 경험을 계기로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를 만들게 된 것이다. 이런 경험 역시 어찌보면 작가 개인에게는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일텐데, 이처럼 즐겁고 따뜻한 코미디로 만든 것을 보면 그는 천상 희극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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