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츄럴

in #kr9 years ago

1987, 로버트 레드포드(주연) 


 야구선수가 되고 싶어하는 소년 로이 홉스(로버트 레드포드)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시카고 컵스의 입단테스트를 받으러 떠난다. 기차가 잠시 정차하는 곳에 내려 같은 기차에 탄 메이저리그 강타자를 삼진으로 잡아 기자의 눈길을 끌기도 하지만 마찬가지로 기차에서 만난 어떤 미모의 여인을 시카고에서 만났다가 그녀에게 총을 맞고 쓰러진다. 그리고 무려 16년이 흐른 뒤의 뉴욕으로 배경이 옮겨진다. 연전연패를 거듭하던 뉴욕 나이츠에 새로운 입단선수로 로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은퇴를 생각해야 할 정도의 노장이지만 그는 팀의 유력한 강타자가 되어 팀의 상승세를 이끈다. 뉴욕 나이츠의 소유권을 노리는 공동구단주인 판사는 로이를 회유하고 협박한다. 팀이 우승하지 못해야 현재 감독을 밀어내고 그가 팀을 완전히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즌 막판 부상으로 고생하던 로이에게 우승이 걸린 마지막 경기에서 태업하도록 돈을 주며 회유한다. 아픈 몸을 이끌고 무리하게 경기에 출전한 로이는 뒤지고 있던 9회말 전광판을 맞추는 역전 홈런을 터뜨리고 절뚝거리며 그라운드를 돈다. 


 Bernard Malamud의 1952년 동명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시카고 컵스의 선수였던 에디 웨잇커스가 스토커팬에게 총상을 당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불운의 사고로 야구를 할 수 없게 된 로이가 오랜 방황 끝에 선수로 복귀하여 다른 유혹에 휘둘리지 않고 팀을 우승시킨다는 스토리라인은 동화적이기까지 하다. 원작소설이 발표된 시기와 에디 웨잇커스라는 이름이 말해주듯이 영화는 지금이 아닌 40년대 고전야구를 배경으로 순수했던 열정과 스포츠맨십을 그린다는 점에서 동화라 부를만 하다. 


 주인공 역할을 한 로버트 레드포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촬영 당시 실제 그의 나이는 무려 50이었다. 반백년을 산 배우가 스무살, 그리고 서른여섯살의 로이를 연기한다. 영화 속의 주요 인물 중 가장 나이 많은 배우가 가장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성격의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로이는 야구라는 꿈을 위해 사랑하는 연인을 고향에 남기고 떠나왔지만, 불의의 사고로 16년이라는 시간을 재기를 위해 과거를 숨기고 살아야 했다. 마침내 얻어낸 기회를 잡기 위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부상 속에서 타석에 선다. 


 초창기 한국프로야구에 장명부라는 투수가 있었다. 그는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하다 스카우트되어 온 선수로 압도적인 실력으로 야구판 자체를 쥐고 흔들었다. 너구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지능적이고 능글맞은 경기운영으로 꼴찌팀 삼미 슈퍼스타즈를 상위권으로 올려 놓으며 절대 깨지지 않을 투수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나 무리한 등판으로 인해 내리막길을 걷게 된 장명부는 은퇴 후 일본으로 돌아가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도박장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벽에는 '무이일구'라는 글자가 써 있었다. 두번째 공은 없다. 단 하나의 공을 위해 마운드에 섰던 그의 철학을 보여준다. 아무도 곁에 있어주지 못하고 혼자 죽어간 싸늘한 마지막보다 '무이일구'라는 말이 그의 인생을 대표한다. 자신의 마지막을 앞두고 떠올랐던 생각은 다른 무엇이 아니라 스스로의 인생을 던졌던 야구였을 테니까.


 자신의 꿈을 위해 쉴 새 없이 달리고 있을 사람들. 그들은 아마 처음 그 길에 들어섰을 때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너무 힘들어 그 길에서 벗어나려고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로이는 가장 힘든 순간에 최초의 꿈을 떠올렸다. 힘든 길을 달려가면서 한번도 잊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승부조작 제안을 받고 고민하는 로이의 눈빛은 그래서 다른 배우가 아니라 로버트 레드포드가 연기했을 것 같다.

Coin Marketplace

STEEM 0.04
TRX 0.32
JST 0.083
BTC 60866.94
ETH 1568.75
USDT 1.00
SBD 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