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족구왕

in #kr9 years ago

2013, 우문기(연출)


사람들은 제각각의 꿈을 꾸며 산다. 그것은 대통령일 수도 있고, 메시와 같은 축구선수일 수도 있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영화배우일 수도 있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그려진 자신의 모습은 실제의 모습과 많은 차이가 있지만, 누군가 그랬다. "꿈은 클수록 좋다."라고. 그러나 나이를 먹어가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꿈을 잃어 간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와 스스로가 가지고 있고 가질 수 있는 무언가를 점점 실감하게 된다. 많은 이들이 그것을 '현실'이라고 부르고 또 많은 이들이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고 현실주의자가 된다. 결국, '족구왕'은 '소년' 홍만섭이 현실주의자들과 마주하며 성장해가는 이야기이다. 

 만섭은 족구광이다. 군대에서 전역하는 날에도 족구 경기에 빠져 있다가 집에도 못갈 뻔 했다. 그래서 복학한 그에게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학교의 족구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함께 족구할 친구들을 모으고 총장과의 대화 시간에 족구장 재건을 건의한다. 영어수업을 같이 듣는 퀸카 안나에게 반하고 교내 족구대회 준비에도 열심이다. 그러나 아무도 족구에 관심은 없고, 안나에게는 전 축구국가대표 남자친구도 있다.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는 선배 형국은 만섭에게 매일 공무원 시험이나 준비하라고 한다.

 만섭은 꿈을 꾸는 사람이지만, 자신이 마주한 현실에서 도망가지 않는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기집에서 알바를 하고 학교에서 잡다한 일도 떠맡아 한다. 족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팀을 꾸렸지만, 팀원들의 실력도 불안할 뿐이다. 그러나 도망가지 않는다. 족구는 너무 구리니까 여자친구 사귀려면 그만 두라고 말하는 안나에게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동시에 영화는 만섭에게 족구가 구리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교차하여 보여준다. 안나는 어딘가로부터 도망다니려 하는 남자친구 강민과 삐걱거리고, 룸메이트 선배 형국 또한 족구 때문에 멀어졌던 여자친구와의 기억 속에서 고민한다. 

 만섭은 영어수업에서 안나와 같은 조가 된다. 마지막 수업시간에 영화의 한 장면을 골라 함께 대사를 주고 받는 발표를 해야 한다. 만섭은 영화 '백 투 더 퓨처'를 골랐고, 족구대회 직전 발표 시간에 안나에게 자신이 새로 쓴 대사를 말해준다. 자신은 미래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온 사람이며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온 이 때, 다시 후회하지 않을 일들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마지막에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영화 대사를 빌려 영어로 발화한 그의 말들은 단순한 사랑고백과 결을 달리 한다. 그것은 안나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이자 응원일지도 모른다. 


 만섭에게 자극받은 강민 또한 족구대회에 참가했고, 만섭도 친구들과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형국 선배 또한 공무원 시험이 끝나고 달려와 시합에 참여한다. 마지막까지 만화적인 상상력과 연출을 통해 웃음을 주는 이 영화는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의 작품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곳에서 차갑게만 공유되는 청춘이라는 말에 또다른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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