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그리고 비트코인] 1. 금의 역사, 금융 위기의 역사

in #coinkorea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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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중앙은행 회장은 본격적으로 비트코인을 보유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지금까지 유럽이 금이라는 현물에 대해 순수 매도에 가까운 포지션을 가져갔다는 점을 생각하면, 현금이 아니라 현물에 대한 매입 포지션으로의 발표는 상당히 이례적인 발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서브프라임 위기 전후로 금에 대한 전체적인 수요가 급증했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앨런 그린스펀은 그 전후로 강연료를 달러나 유로가 아닌 '금'으로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유럽의 이런 움직임은 사실상 경제의 바로미터가 움직이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주식시장에서의 VIX는 여전히 30% 이상의 높은 값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강달러로 인한 것도 아니며, 국채 금리가 급속도로 올랐기 때문도 아니고, 단순한 조정이라고 보기도 힘듭니다.

그 동안 쌓여 온 자산 인플레이션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으로 봐야 합니다. 지금 당장 주식 시장이 망하지는 않겠지만, 굉장히 사소한 충격이 이렇게 큰 흔들림을 낳았다는 점에서 향후 더 큰 충격이 가해질 경우,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보여주는 위험천만한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금과 VIX는 일정한 상관관계의 흐름을 보입니다. 특히 불경기를 전후해서요.

달러의 추락은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는 현상입니다. 우리는 벤 버냉키 의장이 '헬리콥터에서 달러를 뿌리기라도 해야한다'는 말에서 QE를 버냉키의 탓으로만 돌리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상 1987년 검은 월요일부터 시작하여 아시아 금융위기, 미국 저축재부조합 문제, LTCM의 파산, IT 버블의 붕괴, 9.11 테러 등 월가가 위기에 처할 때 마다 그린스펀이 달러를 말 그대로 '뿜어내었던'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런 '과잉 유동성'은 자산 인플레이션을 유발했고, 현재의 미국은 자산시장으로 매몰되어 경색되어버린 유동성을 실제 시장에 돈이 움직이고 저축과 대출을 통해 경기가 순환하게 하는 정상적인 유동성으로 이행하고자 금리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게 하였습니다.

메이저 시장이 암호화폐에 개입하면서 보다 많은 국가의 전략, 정확히는 달러의 전략, 이 시장에 개입하게 되면서 암호화폐라는 디지털 실물에 투자하고 그 시장을 공부하는 우리는 이제 법정통화(이후 Fiat)와 실물 자산, 대표적으로 금의 움직임을 보다 주의깊게 살펴보고 그 역사를 파악할 필요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금, 그리고 디지털 금의 높은 상관관계는 무엇을 시사할까요?

금 가격의 역사는 달러, 인플레이션, 금융 위기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70년,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 이후 연이은 금융정책의 실패는 세계적으로 두 자리수가 넘는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켰죠. 이 때 미국과 IMF는 금폐화金廢貨, 금을 더 이상 화폐로 인정하지 않는 것 정책을 실행하고자 금을 매각했습니다.

그렇게 시장에 금 물량이 쏟아져나오자,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헤지의 수단으로 금을 매수했고, 금은 트로이온스(약 31.1그램)당 87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란 혁명, 구소련의 아프간 침공, 테헤란 인질사건 등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상승 역시 금 가격 상승에 일조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1980년대에는 유가가 하락하고, 레이건의 강달러 정책으로 미국 금리가 10% 이상을 기록했으며, 외환시장에서 압도적으로 강달러 효과가 나타나며 금 시장은 쇼트 포지션이 지배하게 됩니다. 금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281달러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이런 움직임은, 플라자 합의로 달러 약세 정책이 발표되자 뒤집어집니다. 1987년, 검은 월요일에는 순간적으로 트로이온스당 500달러를 뛰어넘을 정도로 강한 반등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금값이 비싸지니 열심히 캤죠......

이 이후 금값이 오르자, 채굴량이 증가했습니다. 금은 공급 과잉상황에 빠졌고, 하필 이 때 구 소련과 유럽 중앙은행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한 금을 대량으로 매각하게 됩니다. 닉슨쇼크라는 고통을 견뎌낸 달러에 대한 신뢰는 증가했고, OPEC은 달러로만 석유를 팔았기 때문에 '금보다 달러'가 새로운 세계 금융가의 모토로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물론 BTC의 경우 채굴량이 한정되어 있고, 임의적으로 증산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금 생산량의 움직임은 많은 면에서 BTC의 미래와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소비된 금을 재활용하는 것 이외의 방법으로 신규 채굴하는 양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채산성 있는 금광맥이 점점 바닥을 보이고 있고 남은 광맥은 채광이 힘든 해저에 집중되어 있는것이죠.

BTC 역시 2100만 BTC에 도달하면 신규 발급은 중단되게 됩니다. 금과 BTC 모두 어느 정도 선에서 한계를 보이는 고정 자원인 셈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금에 대한 경제적, 역사적 배경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금 값은 세계, 정확히는 미국의 경기 기조에 따라 '유사시에는 금' vs '유사시에는 달러'라는 두 가지의 사상이 변하면서 등락을 거듭해 왔습니다. 특히 서브프라임 위기가 발발하자, 금은 트로이온스당 1천달러 이상을 기록하기도 할 정도였으니까요.

역사적으로 금 가격은 8가지의 요인에 의해 상승해 왔습니다.

  1.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2.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3. 달러 가치의 추락
  4. 신용 리스크 증대
  5. 중국과 인도(등 신흥시장)의 대두
  6. 금 ETF, 연기금 참가
  7. 세계적 저금리
  8. 과잉 유동성

분명히 지금 금을 비롯한 모든 자산에는 거품이 끼어 있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요인들이 사라지거나 강달러의 지속화가 이어질 경우, 유가가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후퇴하는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혹은 세계적 경기후퇴의 가능성, 중국 경제의 감속이라는 몇 가지 시나리오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 금 가격은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금의 가치는 어디서 올까요?

일전에 저는 "금의 가치는 반짝이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진짜 가치가 될 때가 있습니다. 바로 빚으로 인해 만들어진 통화와 대비될 때입니다. 통화는 빚이고, 허상입니다. 눈으로 보이는 지폐는 사실 은행에 정말로 보관된 돈이 아니라, 예금 없이 만들어진 허상입니다. 그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이고, 통화 발행의 본질입니다.

금은 다릅니다. 반짝이는 실물이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금은 수비적 운용수단으로 운용되어 왔고, 누구의 채무도 아닌 건전한 자산 취급을 받았습니다. 발행체가 없는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주식이나 채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업과 국가의 신용에서 나오는 두 자산은, 신용이 흔들리면 가치가 흔들립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금이 통화의 자리에서 밀려나면서 본격적으로 통화 거품이 발생했으며, 이는 서브프라임과 같은 경제 위기를 낳았습니다. 빚과 신용으로 만들어진 통화의 성이 무너진것이죠. 그러면서 다시 역사는 현물을 찾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대증요법만을 반복하면 깊은 병이 나을까요?

지금의 새로운 골드러시와 디지털 골드인 BTC 러시는, 결국 금융의 위기, 신용의 위기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케인즈는 이런 과도한 통화 발행으로 인한 금융 위기 전의 현상을 '화폐 환상Money Illusion'이라 불렀습니다. 마일드한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소득을 더 얻는 것처럼 느끼기 쉽기 때문에, 성장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인플레이션이라는 중병을 놓치기 쉽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물가폭등이라는 통증이 찾아오면, 헤지를 위한 실물자산에 돈이 몰립니다. 이런 상승은 결코 물가 상승에 맞추어 서서히 움직이지 않습니다. 세계는 QE라는 대변곡점을 지나 (자산에 대한) 안티-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과 물가 점진 증가라는) 인플레이션이 공존하는 또 다른 움직임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달러와 FED, FOMC, IMF와 같은 이해당사자들이 있습니다.

그 이해당사자들의 움직임 속에서, 우리는 그들의 흐름을 읽고 또 다른 금융위기가 오기 전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BTC라는,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디지털 금(Digital Gold)들이 이에 대한 좋은 자산 축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금이 보여줬던 역사와 같이, 실제 경제 위기가 닥치고 실물자산에 대한 수요가 급등하여 급격한 스파이크를 그릴 때야말로, BTC 보유자들은 이익을 실현할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죠.

그 때를 대비하고, 그 때를 찾으며 부지런히 우리는 경제를 공부하고, 지표를 찾으며, 흐름을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경제적 자유를 찾아나가는 그 과정에, 우리 모두를 위해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이 예비되어 있기를 바라며, 함께 공포를 딛고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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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0, 20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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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한 것은 금이 통화의 자리에서 밀려나면서 본격적으로 통화 거품이 발생했으며, 이는 서브프라임과 같은 경제 위기를 낳았습니다. 빚과 신용으로 만들어진 통화의 성이 무너진것이죠. 그러면서 다시 역사는 현물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이 핵심인 것 같네요.

금과 BTC에 대한 글을 기대 하고 있었는데 오늘도 많은 공부가 됩니다. 한가지 궁금한 점은 '금은 발행체가 없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디지털 금이라 불리는 'BTC'는 신용의 문제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과연 금처럼 헷지 수단으로 쓰일까? 라는 겁니다. 많은 이들이 인정하긴 했지만 모두가 인정한 것이 아니니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갈 길이 멀죠. 전 BTC 역시 발행체가 있지만 없는것과 같다고 봅니다. 바로 그것이 탈중앙화니까요. 정착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리라 봅니다. 금이 6년 걸려서 선물시장에 안착한 것 처럼요.

국내주식에도 투자를 하고 있는데 달러가 흔들리면 주식도 크게 흔들리겠네요.
비트코인 채굴이 끝나고 나면 거래는 어디에 기록이 되나요? 기존 블럭에 기록되나여?
블럭을 생성하는 보상으로 코인을 주는데 생성이 끝나면 기존 블럭 소유자들은 거래수수료만 받는 건가여?

채굴자들은 채굴이 끝나도 계속 채굴을 할 수 있습니다. 아니 해야 합니다. 블럭체인과 그 보상인 비트코인은 별개에요. 현재는 1블럭당 12.5BTC가 지급되는데, 향후 반감기가 다 끝나면 블럭 채굴 보상으로 거래수수료가 지급됩니다.

블럭 생성이 다 끝나고 나면 채굴 보상의 BTC는 없지만 자신이 노드인 블럭에 작성을 승인해주며 거래 수수료를 받는다는 건가요? 초보라서 이해가 늦네요 ㅠ 그런데 블럭당 용량은 한정적인데 블럭에 기록을 다채우면 기존의 기록을 지우고 다른 거래를 기록하는건가요? 자신의 블록에서 독단적으로 기록을 지울 수 없는게 블록체인 아닌가요? 말하다 보니 계속 꼬이네용

저희집에 다녀 가셨나요? ^^
집에서 하는 이야기를 백화님 글로 읽으니...
또한번 비슷한 관점에 놀라게 되네요.^^

초대해 주시면 기꺼이 놀러가겠습니다 ( __)

올드비님들은 예전에 이미 식사초대권을 받으셨답니다.^^
백화님께도 식사 초청장 띄웁니다~

녹티스님의 글을 읽고 지금의 법정 화폐는 결국 빚이 만든 허상이며, 금과 같은 실물 자산이 진짜 반짝일 때가 올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주말에 '빅쇼트'라는 영화를 다시 보았습니다. 처음에 봤을때도 어려웠지만, 다시 봐도 금융 문외하인 저에게는 쉬운 내용은 아니더군요.
영화에서는 모두가 CDO 는 망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가질 때, CDS 에 투자하여 큰 돈을 벌었습니다. 처음 CDS 에 투자할 때는 모두가 바보 취급을 하였었죠.
지금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우리도 주위에서는 폰지 사기 다 버블이다 말이 많습니다.
최후에 웃는자가 누가 될지 정말 궁금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을 통해 느낀 것은 '전 세계에 존재하는 거대 자본 세력이 원하는 시기에 그들이 원하는 흐름대로 흘러갈 것 같다.'입니다. 어떤 거대 자본 세력은 비트코인을, 다른 세력은 비트코인 캐시를, 이더리움을 승자로 만드려고 하겠지요. 하지만 자본이 큰 쪽이 선택한 암호화폐가 결국 승리하게 될 싸움일 것이라 생각되네요. 출혈경쟁을 피하려면 담합을 할지도 모르는 거구요^^

비트코인에 한정해서 비트파이넥스 depth를 보고있으면 숫자만 움직일 뿐인데, 영화속에서 볼 법한 공성전이 머리속에서 영상으로 그려지는 느낌입니다.
올 해 이더리움과 이오스의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전쟁이 암호화폐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하네요.
좋은 하루 되셔요~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

언제나 좋은 내용에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그린스펀... - -... 강연료를 금으로 챙기고 있었군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저금리로 풀린 돈이 금리 인상으로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회수되면 좋지만, 우리나라 등에 급격한 시장 충격을 주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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