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book]우신예찬 # 누가 어리석은 것인가?

in #kr-1000club9 years ago (edited)

erasmus.jpg

오늘날 전례없을 정도로 온갖 뛰어난 화술로 무장한 사람들이
세계를 누비고 있다.

똑똑해지는 법
행복해지는 법
건강해지는 법 등등

인간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어줄 수 있는 각종 방법들이 동영상, 텍스트, 소리로
24시간 제공되고 있다.

그토록 많은 방법을 통해 인간세상은 좀더 나아졌는가?

많은 학자들과 종교인들이 인간에게 각종 규칙을 제시하고
그것을 지키면 만족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 천년전에 이미 세상을 구하겠다는 성인들이 등장했고
그들의 뜻을 따른다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지금도 자신들이 성인의 사도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넘쳐나지만
사람들의 삶은 한발짝도 행복을 향해 나아가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행복하지 못한 자신의 운명을 탓하며 괴로워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인류역사를 통틀어서 반복되는 것일까?
예수와 부처의 뜻을 더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석학들이 연구하고
뛰어난 수도승들이 고행을 하며 깨우침을 얻고 전하려 했지만
그것은 단지 그들이 명성을 얻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과거의 모든 오류를 깨닫고 새출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정보가 누적되어 있음에도
우리는 날마다 잘못된 길을 걷고 주말에는 그 죄를 씻어내기 위해 신성한 장소를 찾는다.
아니 씻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끈임없는 반복의 바퀴를 돌린다.

계몽주의를 지나 합리적인 사고를 추구하는 21세기에 살면서도
우리는 뭔가 비합리적인 상황이 우리 모두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500년전에 '에라스무스'는 이 책을 통해 역설적으로 그 원인을 밝혔다.

인간의 자연적 본성속에는 '어리석음'이 들어 있으며
바로 그것이 개인들에게 고유한 만족감을 준다.
모든 인간과 사회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나름대로의 '어리석음'에 따라 살아가는데
소위 '현자'들은 자기들 나름대로의 터무니없는 틀을 만들어 놓고는
보통 사람의 자연성을 인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비판한다.
'우신' 이 말하는 '현자'란 법률가,신학자,철학자등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원리에 의지하면 인간은 불행해진다.

'우신'이 보기에 현자들의 미덕이란
뭔가를 끊임없이 평가하고 따지고 들기 때문에
사람들의 열정을 식게 만들고 맥이 빠지게 만든다.

우신 덕택에 아내는 남편의 마음에 들며,
남편은 아내의 마음에 들게 되는 것이다.
또 그 덕에 가정이 평안하며 부부관계가 지속되는 것이다.[ch20]

지혜를 숭상하는 지도자는 대중을 지루하게 만들고 괴롭게 하기 때문에 외면받고
반대로, 대중의 어리석음을 칭송하고 격려하는 '미치광이'는 인기를 얻는다.
누군가 말하는 '지혜'를 가진자가 세상을 잘 다스릴 것인가?

'우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볼때,
입만 살아서 '철학'과 '지혜'를 말하며 언제나옳고 그른것이나 따지는 '현자'들은
실상 현실적인 문제가 터졌을때는 하등 쓸모가 없다.
반대로 어리석은 자로 평가받는 하찮은 인물이 창과 칼을 들고
나아가 싸운다.
이때 그들이 의지하는 것은 '어리석은 믿음'이다.


에라스무스가 '현실정치'의 본질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많은 정치학자들이
도움을 받았을 것이 확실한 문구들이 많이 등장한다.
즉 대중의 어리석은 선택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선전선동을 할때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알기 쉽게 되었을 것이다.


200페이지가 되지않는 얇은 책이지만
'구약'시대부터 에라스무스가 살던 16세기까지
인간들의 신앙과 종교, 문학, 풍습에 이르는 다양한 내용들로
가득차있다.
책을 읽어야 비로소 각자가 얻고자 하는 무언가를 접하게 될 것이다.

너무나 많은 문구들이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에
여기에 하나하나 나열할 수가 없다.
많은 문구들중 약간만 옮긴다면 다음과 같다.

1.카톨릭이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행위들에 대한 의미에 대해 연구하는 행태를 비판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도들은 가는 곳곳마다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세례라는 형식의 의미에 관하여, 세례의 실질적인 이유에 관하여,
세례의 작용과 목적이 무엇인지에 관하여는 가르친 적이 없었다.

  1. 행복을 위한 조건에 대해 말한다.

    사람들은 "속는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야."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속지 않는 것이
    더 큰 불행이다. 행복을 현실에 두는 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행복은 사람들이
    현실에 대해 갖는 견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행복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볼 것이 아니라 남들의 눈에는 '환상에 빠진'것으로 보이는
    그런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소위 "사랑의 콩깍지"이다.

에라스무스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책의 제목과는 반대로 현실의 부조리에 대한 현자로서의 냉철한 비판이겠지만
그것을 읽는 독자로서는 개인이 처지에 따라 이용하면 그만이다.

오늘날 사람들의 고통과 어려움에 대해
자신들이 마치 대단한 것을 스스로 발견한것 처럼 자랑하는 인사들은
아마도 이책을 참조하고도 감춘 것이거나
단지 같은 수준에서 느낀점을 다듬은 것에 불과한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어쨋거나 나같은 소시민은 역시 마지막 문구로 결론을 맺는다.

"행복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가볍게 읽으며 자신만의 환상을 만들어보시라."

Sort:  

속는것을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만, 속지 않는게 더 큰 불행이라는 말...
어떤 뜻인지 어렴풋이 알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글이네요

제가 주창한 "사랑의 콩까지 제조기"가 있는데요.
그 근본은 비슷합니다.
"의미를 부여하면 곧 의미있게 된다." 라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해지세요~:D

"행복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가볍게 읽으며 자신만의 환상을 만들어보시라."

한번 깊어지는 가을날 읽어 봐야 할거 같습니다.
좋은책 소개 감사합니다. ^^

노트한권, 볼펜하나
옆에두고 차분히 읽어 나가시다보면
흥미로운 이런저런 메모할 것이 많을 겁니다.

행복하세요~:D

Coin Marketplace

STEEM 0.04
TRX 0.32
JST 0.084
BTC 64480.79
ETH 1752.58
USDT 1.00
SBD 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