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
바람이 제법 불던 어제오후
아파트 단지내 잘 관리되고 있는 농구코트 주위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나누며 놀고있고
다른 한쪽바닥에 뭔가 한가득 쌓여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여러가지 형태의 플라스틱 조각들입니다.
모양도 색깔도 가지가지
틀림없이 각자 주인이 있을텐데
아무렇게나 쌓여서 무더기의 한쪽끝은 서로 붙어있습니다.
가까이 가서 모양을 들어야 봅니다.
한쪽면은 납작하고 다른쪽은 위로 볼록 솟아 있습니다.
이것은 틀림없이 '딱지' 입니다.
어려서 딱지는 귀한 물건이었습니다.
다쓴 공책
그것도 조금은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찢어서
이리저리 접어 딱지를 만들었습니다.
공책도 귀했고 공책에 쓸 거리도 충분하지 않아서였는지
딱지를 만들 재료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용케 딱지 서너개를 구해서 골목길에 모였습니다.
공책 속지로 만든것은 크기도 작고 가벼워서 쉽게 넘어갔습니다.
대학노트 앞뒤 껍질로 만든것은 크고 무거워서
탐나는 물건임과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엔 그 딱지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약속을 하기도 했습니다.
공책 한장으로 만드는 딱지는 뚱뚱하고 제일 불리했습니다.
두장을 이용해서 만드는 딱지는 납작하고 마음에 안도감을 줬습니다.
흙길에서 땅바닥에 힘차게 내려치던 딱지들
씻을수도 닦을수도 없이
오직 손으로 흙을털고 바지에 문지르던 딱지들
아마도 하얗던 그 피부는 금새 흙투성이가 되었지만
그것을 만들때의 두근거림과 만족감은
나중에 어른이 되어 수십만원을 벌었을때의 즐거움보다 컸습니다.
종이로 접었던 그 딱지와
아마도 문구점에서 돈을 주고 사는 이 딱지들은
삶에서 어떤 모습으로 각인될지 궁금해 집니다.
작은 전투에서의 승리를 위한 조심스러운 손놀림이 필요했던 시절과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고르면 그만인 현대
덕분에 아이들의 마음에 여유라도 생겼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런 딱지가 있군요?!!
정말 저게 딱지라면.. 정교하게 만들어진 바닥부분 때문에 여간해서는 넘겨 하나 따먹기가 어렵겠는걸요...
쉽게 살 수 있어서 생긴 여유일지.. 아님... 가치없음일지...
정말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가는 사진과 말씀이십니다.
제 아들만 봐도 물질은 넘쳐 나는 것 같아요 ㅎㅎ
아!
새로운 모양 새로운 도구? 잘 보고 갑니다 ㅎ
사실 저런 플라스틱딱지조차 90년대후반의 뒤처진 물건이라 생각하는데 엄청 많이 모여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