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내란수괴 전두환 | 머리말 (요약) (정식버젼)

5·18 내란수괴 전두환 | 머리말 (요약)

해마다 봄이 되면 필자는 1980년 광주 5월의 진상을 누군가에게 생생히 전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에 사로잡히곤 했다.

(저자는 5·18 당시 505보안대 수사관으로서 잔남-북 계엄분소 합동수사단과 광주사태 처리수사국 국보위 특명반장을 담당했다)

그런 가운데 광주 5월의 기억이 희미해질까 염려스러워 매일 원고지를 메우며 생활했다. 하지만 일차로 기록한 내용이 안기부에 압수되고 만다. 이것으로 그들의 응징은 끝나지 않았다. '조직에 반기를 든 자는 응징한다'는 특무대 시절부터 태려온 부대전통을 적용하며 초라하기 짝이 없고 무기력한 나를 기어이 찾아내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을 유치했던 악명 높은 보안사 수사분실인 일명 '빙고호텔'에 영장 없이 연행 유치했다. 그리고 19일간 불법 감금한 상태에서 5·18 당시 체험한 실상을 기록화했다는 죄목으로 신체적 가해는 물론 정신세계까지 파괴했다. 심지어 생계수단까지 차단하여 경제적으로 만신창이를 만들었다.

1988년 12월 6일 신군부가 정권찬탈을 목적으로 광주를 이용했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양심선언’을 했다.

그 이후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일본으로 피신한 나의 머릿속은, 다시금 광주의 실상을 어떻게든 기록하고 증언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귀극 즉시 재정리된 원고를 출판하려 했으나 외부 방해세력에 의해 원고뭉치는 사장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0년이 세월이 흐르고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야 정권이 교체되며 김대중정부가 들어서던 1998년 5월, 광주에 있는 출판사인 ‘그린디자인’에서 《비겁한 아버지는 될 수 없었다》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당시 이 책은 교보문고에 깔리자마자 당일 판매순위 1위를 기록했지만, 동서화합이 요구되는 정치 차원의 시점에 해를 끼친다는 모 처의 명분으로 전국 가판에서 전량 회수되었다. 이로 인해 ‘그린디자인’은 부도를 맞아 도산되었고, 트럭에 실려 온 초판 1만 부가량의 책은 화천의 협소한 우리집 마당에 처박히며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했다. ‘금서 아닌 금서’가 되어버린 광주의 진실이 담긴 엄청난 사기록이 고물상에서 폐기처분되는 순간, 나의 심장은 또한 멎는 듯했다.

그 후로 핍박의 눈길을 피해 강원도 오지인 화천에 정착, 은둔한 지도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2019년 5월 1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내오신 언론인들이 운집한 가운데 진실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증언했다. 필자는 군인들이 ‘앉아 쏴!’ 자세로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쏜 것만 봐야 한다며 그 당시의 명령은 발포가 아닌 사살 명령이었음을 힘주어 말했다.

애당초 신군부 지휘부는 시민들의 생명 따위는 염두에 두질 않았다. 사전에 시민군들에게 작전지역을 벗어나라고 언질만 주었어도 이토록 처참한 죽임은 당하지 않았을 것을, 보안유지만을 중시한 신군부 지휘부의 냉혹함에 환멸을 느낀다.

소중한 목숨까지 버리면서 그들은 무엇을 바꾸려 했던 것일까? (나하 생각, 왜구들을 척결하기 위해) 광주항쟁의 깊은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이 부디 민주주의를 위해 숨져간 그들과 여전히 그날의 진실에 대해 모르는 현존인, 그리고 후세사람들에게 5·18민주화운동의 본질을 알리는 ‘역사의 징검다리’가 되길 소망해본다.

(나하의 추가 설명. 민주정화당(박정희) → 민주정의당(전두환) → 민주자유당(노태우) → 신한국당(김영삼) → 한나라당(이회창) → 새누리당(이명박) → 자유한국당(박근혜) → 미래통합당 → 국민의힘) 한 마디로 친일 독재 잔당이 바로 국민의힘.

아직도 5·18 악몽에 자주 시달린다. 총에 맞아 동강 난 시민군의 머리가 그의 목 뒤, 등 위에 걸쳐 있던 참혹한 모습이 가녀린 양심 속에 흔들린다. 오늘밤 꿈길에서는 그 앳된 시민군을 만나지 않기를… 부디, 좋은 세상에서 편히 쉬기를…

2020년 9월 17일
허장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