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쩜짜리 아빠의 불량육아 탈출하기 | 언어발달장애와 기질의 연관성

in #kr-pen6 years ago

요즘은 아이를 보며 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합니다. 아이가 저를 닮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완전히 똑같기 때문입니다. 왜 5세인 대도 말을 못 하는 건지, 나는 그랬는지, 장애가 맞는지, 장애가 아니라면 나의 어떤 성격을 닮아서 저런 건지... 등이요. 최근 감통 치료를 주 2회 추가하며 상담을 받았습니다. 이번 상담사는 아이 아빠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마치 점쟁이라도 되듯 저에 대해 기가 막히게 맞췄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아이의 언어발달지연은 아빠의 기질과도 상관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마도 아이 아빠도 언어발달이 늦었을 거고 그걸 이겨낸 것 같다고요. 흠...

그래서 아내도 제 기질에 대해 여러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집에 있기 좋아하는 것, 책 읽기 좋아하는 것 이 두 가지만 봐도 보인다고 하더군요. 언어라는 건 내가 타인과 감정을 교환하는 수단이라고 합니다. 타인과 감정을 교환일 일이 없으면 언어도 필요 없는 것이죠. 그런데 저는 연락하는 친구라고는 한 명뿐이고 집에 처박혀 책 읽기를 좋아합니다. 책은 혼자 할 수 있는 최고의 놀이라는 말에 놀랐습니다. 타인과 교류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혼자 할 수 있는 놀이가 독서였던 것. 아이가 그런 아빠의 기질을 닮았다는 겁니다. 타인과 별로 교류하고 싶지 않아 하는 기질이라고 하더군요.

생각해보니,,, 저는 초등학교 시절에도 친구는 없었습니다. 짝꿍하고도 단 한 마디 안 했을 정도였고, 초등학교생활 내내 친구 하나 없어도 아무 문제 없이 학교에 다녔습니다. 학교에선 단 한마디도 안 했지요. 그래도 불편은 못 느꼈습니다. 중학생이 돼선 단짝이 있었고, 고등학교 와선 더 달라지긴 했지요. 하지만 아주 어렸을 땐 기억나지 않지만 초등학생 시절을 생각해보면 딱히 말을 많이 안 했던 것 같긴 합니다. 친구도 동네 친구 한 명이 전부였지요. 초5 때와 초6 때에 와서야 친구가 생겼던 것 같으니 대략 초4 때 까진 말을 안 한 셈입니다.

저는 어른이 되고서야 말이 엄청 많아졌습니다. 말이 어른이 돼서야 트인 듯... 흠... 암튼... 저는 아이가 장애가 아니라는 걸 믿고 싶어서 그냥 '나를 닮아서 늦은 거야. 장애 아니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굳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나를 닮아 늦은 게 아니라, 내 기질을 물려받아 언어장애가 있다고요.

그리고 아내는 아이가 기억력이 형편없다고 자폐가 맞는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제가 초등학생 때까지는 저는 기억력이 너무 나빠 공부를 엄청 못했거든요. 반에서 거의 꼴찌를 했습니다. 초등학교야 등수를 안 메기니 제가 몇 등인지 몰랐지만, 중학교에 가니 등수가 나오더군요. 50명 중에 48등인가 했던 것 같습니다. 머리가 아주 나빴지요. 저는 공부머리도 늦게 트여서 중1 때 48등 했지만 중3 때는 10등 안에 들었습니다. 이런 말을 아내에게 해도 마음의 각오는 이미 했다고 하네요. 저요? 저도 어느 정도는 마음을 잡고 있습니다. 아이가 언어발달장애에서 더 나아지길 바라지만, 7세가 넘어 자폐로 진단이 나올 수도 있는 경우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모든 게 느렸던 저를 보면 제 아이가 그냥 아빠 기질을 닮아 다 느린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ㅠㅠ

그래도 아직 희망을 놓지는 않고 있습니다. 부모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지속적으로 해주고, 매 주말엔 무조건 집 밖으로 나가고 등을 실천 중입니다. 제가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는 <나는 실패한 직장인이다>에서와 같이 딱히 성공한 직장인이라고 할 수 없는 연봉을 받고 있습니다. 매달 아이에게 들어가는 치료비가 부담스럽지요. 하지만 '빚을 내서라도 아이에게 집중해야 한다'라는 말이 잊히지 않습니다. '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라는 말도요. 마음이 착잡하면서도 용기를 내려고 매 순간 노력합니다. '아니야. 절대 장애가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준비하자.'라는 생각이 교차합니다.

나중에... 아이가 큰 후에 '야, 엄마 아빠가 너 자폐인 줄 알고 얼마나 마음고생했는지 알아?'라고 웃으며 얘기할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그러기 위해 저는 오늘도 아이에게 집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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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차하실겁니다. 나중에는 분명 웃으시면서 말씀하실수 있는 날이 올거에요!

나중에 꼭 웃을 수 있기를요... ^^

응원합니다.
아이와 열심히 놀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 일겁니다.

열심히 놀아주기 위해 체력을... ㅡ.ㅡ

예전에도 이 이야기를 했던것 같은데, 아이와 많이 이야기 하시고... 예쁘다고 미리 알아서 다 들어주지 말고... 아이가 발음이 부정확해도 뭐라고 이야기할때 들어주세요. 힘내세요~

요즘은 스스로 할 수 있게 뭐든 시키고 있어요. 잘 하기도 하고 짜증내기도 하고 그러네요. ^^

꼭 웃으며 말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네. 반드시요. ㅠㅠ

분명히 자녀분도 책을 좋아할거 같은데. 타인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가벼운 책을 다수 구매해주면 조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naha님께서 자녀에 대한 관심이 넘치시니. 제가 느끼기에는 자녀분은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부모의 무관심이야말로 진정한 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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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책은 넘치도록 많아요. ㅠㅠ

그저 느릴 뿐일거라 생각하고 기도합니다. 잘 자랄거예요...

느린 거라고 믿어야지요. ㅠㅠ

li-li님이 naha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li-li님의 [Li & Li] 평론가들의 도서리뷰 # 49 / 18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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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 & list] 프로젝트 유급평론가들의 도서리뷰는 naha의 스팀잇 책리뷰 대회를 응원합니다.
최근 책리뷰대회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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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ddhisattva님이 naha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boddhisattva님의 TOP 200 effective Steemit curators in KR category for the last week (2018.08.13-2018.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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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응원합니다. 언젠간 웃으시면서 말씀하실 날이 올꺼라 믿습니다

네. 반드시 올 거라 믿어요. ㅠㅠ

성격 때문인지 발달장애인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때입니다.

저는 성격 때문이라고 말하고, 아내는 장애라고 말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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