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 03

헌법은 매우 위대하다. 헌법이 담고 있는 기본권 하나하나에는 인류의 문명사가 그대로 들어가 있다. 평등, 인권, 평화, 복지 등 사회적 안정을 갈망하는 인간의 오랜 꿈을 담은 게 헌법이다.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고뇌하고 싸우고 노력하고 헌신한 동서고금의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과 피로 쓴 게 헌법이다. 우리는 제헌헌법 덕분에 사상과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얻었다. 물론 왜구당은 민정수석은 탈탈 털면서 지네 장모는 살살 턴다. 헌법을 유린하는 짓거리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공정한 재판을 받아야 한다. 누구는 탈탈 털고 누구는 살살 털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건 매우 불공평한 개짓거리다. 모든 국민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동등한 참정권을 부여받았다. 산업화 전에 이미 노동3권이 주어졌다. 대한민국은 시민혁명 없이 민주공화국이 된 것이다. 물론 왜구당의 9년을 끝내기 위한 촛불집회가 바로 시민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지사들의 희생과 헌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60여 년 동안 꾸준히 그 비용을 후불로 지불했다. 1960년 4 · 19혁명의 용감한 선배들이, 1980년 5 · 16 당시 전남도청 시민군 전사들이, 1987년 6월 전국 주요 도시를 뒤덮었던 익명의 시민들이 엄청난 수고와 희생을 치렀다. 수없이 많은 지식인들과 언론인, 노동조합 지도자와 대학생, 종교인과 정치인, 농민과 회아원들이 체포를 당하고 구금을 당하면서도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분투했다. 민주공화국에 들어가는 비용을 꾸준히 후불로 지불한 시민 행동이었다.

민주주의는 헌법과 제도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국민 한 명 한 명이 자기가 나라의 주인이라는 주권 의식, 헌법과 민주적 절차에 대한 이해, 공정한 경쟁 규칙의 수립과 경쟁 결과에 대한 승복, 생각이 다른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어우러져 민주공화국을 만든다. 물론 면접장에서 ‘우리 엄마가 나경원이에요.’라고 말하는 미친년도 있긴 하다. 그런데 살살도 안 턴다. 누구는 표창장 위조했다고 탈탈 털고, 누구는 면접장에서 자기 엄마가 누군지 말했는데 털 생각 조차 안 한다. 왜구의 뿌리를 뽑아야 할 것이다. 일본을 ‘우리 일본’이라고 말하는 자위녀는 그냥 자기네 나라로 꺼져줬음 좋겠다. 대한민국의 주적인 너네 일본으로.

우리는 지난 세월 동안 민주주의를 후불로 지불했으며 이제 정산할 때가 됐다. 이제 정말 민주주의다운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어야 할 때다. 왜구당을 싹 제거하고 진짜 민주주의를 할 때가 되었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지 않는 권력에 맞서 자기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고 행사하기 위해 주권자 스스로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야 민주주의가 이뤄진다. 우리는 촛불집회라는 후불로 민주주의를 지불했다.

이명박 정부 5년은 우리 국민이 헌법과 민주주의 절차의 소중함과 ‘후불제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더 깊이 체험하는 학습 기간이 됐다. 나도 그 5년 동안 별걸 다 배웠다. 트위터엔 ‘명박 천사론’이란 말이 돌았는데, 한국인이 민주주의를 너무 몰라 민주주의가 뭔지 천사가 내려왔다는 것이다. 전혀 틀린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너무 몰랐기에 헌법유린자를 투표로 뽑은 것이다. 거기에 한술 더해서 독재자의 딸도 투표로 뽑았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지식 수준이 창피할 정도다. 우린 9년 동안 학습을 했기에 지금의 민주주의가 가능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