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EA의 참 이상한 커튼봉
커튼 봉입니다. 플라스틱 고리에 얇은 알루미늄 봉으로 만들어진 어디에나 있지만 눈이 띄지 않고 묵묵히 커튼을 지키는, 절대로 커튼보다 돋보이지 않는 그런 물건입니다.
그런데 이 커튼 봉이란 게 얼마나 철저히 최적화 설계가 되어 있는지 조금 무거운 커튼이라도 달았다 하면 주욱 늘어집니다. 4쪽짜리 커튼이라고 달라 치면 좌우 갈래 말괄량이 소녀의 머리 같은 것은 어림없다는 듯 봉이 떨어질 때도 있습니다. 부실한 놈이라고 홀대하면 아예 부러져버리기도 합니다.
고얀 놈이라 언제고 내 기회가 닳으면 내치리라 맘먹기를 수년. 이케아에서 커튼 봉 세일이라며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품질 좋은 커튼 봉을 발견합니다. 그러나 그 커튼 봉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액세서리는 세일은커녕 비싸기까지 하다는 점, 이제 와서 고백한들 아무 소용없습니다.
이케아 제품은 묘하게 한국 아파트와는 맞지 않는듯합니다. 커튼 봉이 바바리맨처럼 당당히 노출됩니다.
그런데 거실을 한 번에 가로지르기에는 짧습니다. 몇 가지 부품을 추가해서 2개 봉을 사용합니다.
달고 보니 왼쪽과 오른쪽 커튼 높이가 다릅니다. 왠지 전보다 모자른 듯한 형국에 또 다시 이케에게 알 수 없는 1패를 당한듯합니다. 뭔가 커튼 봉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지 않을까 찾아 보니
이런 연결 커넥터가 있습니다. 매장에선 본적 없었는데 아마 이것만 팔지는 않아 눈여겨보지 않았었나 봅니다.
이게 뭐라고 사러 가기도 뭐라고 이것하나 필요하다고 인터넷에서 주문하기도 뭐 합니다. 그럼 만들면 됩니다. 긴 스크류 머리를 쇠톱으로 자르고 잘린 부분은 줄로 모따기를 합니다.
찾아보니 스크류 모따기 공구도 있습니다. 지름신 그분이 막 오시는데 이건 가발보다 대머리가 더 큰 형국이라 애써 참아 봅니다.
사실 나사산이 달랐지만 연결부가 플라스틱이라 우격다짐하며 연결합니다.
지지부나 고리가 모두 철물로 되어 있어 튼튼합니다. 봉에 코팅도 좋아 커튼의 움직임도 좋습니다. 그래도 커튼을 봉에 중앙에 놓으면 좀 늘어지기는 합니다.
그래도 조금만 힘을 주면 무너져내리는 고얀 플라스틱 커튼 봉을 단죄해서 만족스럽습니다.
커튼 봉은 처참히 동강동강 잘라서 세탁실 선반 받침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