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과 통합의 리더십 : 테세우스 (7)

in #kr6 years ago
□ 이기는 리더, 승리하는 리더십
- 창업과 통합의 리더십 : 테세우스 (7)

이주 작업이 끝나자마자 테세우스는 마을과 씨족마다 존재해온 민회와 행정기관들을 통폐합해 하나로 합쳤다. 그는 이 공동의 민회와 행정기관들이 새롭게 들어선 공간을 ‘아테네’라고 정식으로 명명하였다. 그리고 사전에 약속한 바대로 자발적으로 왕권을 내놓은 다음 민주정부를 수립했다. 새로운 나라의 탄생을 마치 축하라도 해주려는 듯이 델포이에서는 이러한 취지의 신탁이 내려졌다.

“신께서 경계를 긋고 미래를 결정한 도시가 그대의 성벽 안에 있으니 당당하고 굳센 마음으로 나아가라. 바람주머니는 물 밑에 잠길지언정 결코 가라앉지 않으리니!”

“태산은 흙을 가리지 않아서 태산이 될 수 있었고, 바다는 물을 가리지 않아서 바다가 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진시황으로 등극하는 진왕 영정이 외국 출신의 조정 관료들을 모조리 축출할 것을 명령하는 축객령(逐客令)을 공표하자 초나라 출신으로서 진나라에서 벼슬을 하고 있던 이사가 이의 철회를 요구하며 올린 상소에 적힌 내용이다.

통합이 내부적 결속을 다지기 위한 방책이었다면 외부로의 확장을 목적으로 테세우스가 채용한 원칙은 개방이었다. 그는 다양한 조건을 지닌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아테네로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는 테세우스가 직접 했다는 말이 딱 한 번 나온다. 그러나 이 한마디에는 아테네로부터 시작해 서구세계에서 일어난 모든 대제국들을 관통해온 국가경영의 원리가 의미심장하게 함축되어 있다.

“모든 사람들이여, 아테네로 오라.”

테세우스의 이러한 선언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는 듯이 수많은 인간들이 마치 자석에 철가루가 달라붙는 것처럼 아테네로 몰려왔다. 만약 테세우스가 전력과 출신성분을 따졌다면 아테네로 오지 않았을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인구가 늘수록 질서 있고 균형 잡힌 안정된 통치체제에 대한 필요성 또한 더욱더 커졌다. 테세우스는 아테네의 시민들을 귀족과 농민과 장인(기술자) 계급의 셋으로 크게 나눈 다음, 각각의 집단에게 그에 걸맞은 역할과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나라의 혼란과 무질서를 예방했다. 플라톤이 「국가」에서 언급한 세 가지 계급도 여기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농업을 장려하려는 의도 아래 황소의 형상이 들어간 화폐도 발행했는데, 이로 인해 아테네인들은 거래와 계약체결 시에 황소 몇 마리 식으로 가격과 대금을 표시하게 되었다.

인구와 국력의 증대는 영토의 확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테세우스는 메가라를 아티카에 항구적으로 편입시킨 뒤 코린트 지협에 아테네의 판도를 표시하는 유명한 표지석을 세웠다. 표지석에는 이를 기준으로 동쪽은 이오니아, 서쪽은 펠로폰네소스임을 알리는 문구가 새겨졌다. 아테네가 뚜렷한 국경선을 가진 번듯한 국가임을 확실하게 선포한 것이다.

건국의 대역사가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진입했다고 판단한 테세우스는 다시금 모험에 나섰다. 그런데 플루타르코스도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지 테세우스의 두 번째 모험을 다룬 부분은 확연히 김빠진 느낌을 준다. 신화의 단계에서 역사의 지평으로 힘겹게 올라왔다가, 다시금 신화의 영역으로 역주행하고 있는 탓이다.

테세우스는 흑해를 향해 여행을 떠났다. 테세우스와 더불어 길을 나선 이들 가운데는 젊은 3형제도 끼어 있었다. 테세우스 일행은 계략을 써서 아마존 부족의 여인인 안티오페를 포로로 사로잡았는데, 문제는 3형제 중 막내인 솔로에이스가 안티오페를 너무나 사모한 나머지 상사병에 걸렸다는 점이었다. 솔로에이스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괴로워하다가 강물에 몸을 던졌고, 이 사실을 비통하게 여긴 테세우스는 강가에 도시를 세우고는 퓌토폴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솔로에이스의 두 형과 아테네의 귀족 헤르모스를 도시를 다스릴 관리자들로 임명했다.

안티오페 납치 사건은 곧 전쟁으로 비화됐다. 적잖은 시간을 탐색전으로 보낸 테세우스 측과 아마존 부족은 보에드로미온 달에 본격적 전투에 돌입했다. 이제껏 무적을 자랑해온 양측 사이에는 그 후 석 달 동안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펼쳐졌다. 무수한 사상자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승패가 뚜렷이 가려지지 않자 아테네와 아마존은 엄숙한 분위기 아래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휴전협정이 맺어진 장소가 아테네 근방인 테세이온임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아테네 진영의 패배였다고 하겠다. 무패의 기록으로 연승가도를 질주해온 테세우스로서는 그 자신이 전쟁의 빌미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크게 망신살이 뻗쳤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테세우스가 남긴 한마디는 자유의 여신상이 상징하는
미국적 가치의 양대 정수인 '개방'과 '포용'의 모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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