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록체인, ‘동물농장’의 운명을 탈출하려면 (2)

in #kr6 years ago (edited)

비트코인의 느린 확산속도는 지구온난화를 생각하면 외려 다행일 듯싶다

모든 동물이 평등한 「동물농장」에서 돼지들이 더욱 평등한 동물로 올라설 수 있었던 비결은 농장주였던 인간이 쫓겨난 해방된 농장에서는 돼지들이 가장 영리한, 아니 영악한 짐승이었던 덕분이다.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비트코인이 더욱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으로 군림할 수 있어온 비결은 그것이 물량공세의 약발이 제대로 먹히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덕분이다.

비트코인은 작업증명방식(POW : Proof of Work)에 입각해 블록이 생성되고 코인이 채굴된다. 얼핏 들으면 이는 굉장히 공정하고 민주주의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왜냐? 일한 만큼 가져간다고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서의 작업은 당연히 인간이 아닌 기계에 의해 수행된다는 점이다. 고가의 성능 좋은 컴퓨터를 수중에 많이 보유하면 보유할수록 더 많은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가 있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다수의 사용자들은 손에 삽을 들고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채굴에 나서는데, 부유한 몇몇은 포클레인 등의 중장비를 이용해 대규모 조직을 동원해 채굴 작업을 수행하니 정치판에서 이야기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지 않으려야 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돈 놓고 돈 먹기의 불공정 경쟁은 비트코인의 세계에서는 필연이자 운명이기 마련이다. 정보력과 자본력 양면 모두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기관투자자들이 약자인 개미들을 등쳐먹는 기존 제도권 굴뚝 경제의 적폐와 부조리가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고스란히 되풀이되는 셈이다.

1세대 블록체인으로 평가되는 비트코인이 채택한 이 말 많고 탈 많은 작업증명방식이 비트코인 투자자들 집단 내부에서만 가해자와 피해자를 양산한다면 대충 눈감고 넘어갈 수도 있으리라.

그런데 1세대 비트코인의 채굴 원리는 블록체인도, 비트코인도 금시초문일 대부분의 애꿎은 일반인들에게까지 민폐를 끼치고 만다. 채굴 작업에 소요되는 막대한 전기가 결국은 누구네 세탁기를, 누구네 전기밥솥을, 누구네 냉장고와 에어컨을 돌려야 하는 바로 그 전기인 탓이다. 생태주의와 에너지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비트코인은 시급히 타도해야 마땅할 악의 축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블록체인 산업의 선도자이기도 한 박창기 거번테크 회장은 5천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텔레비전이 22년, 컴퓨터가 14년, 휴대전화가 12년, 인터넷이 7년, 유튜브가 4년, 페이스북이 3년, 트위터가 2년, 그리고 포켓몬고가 겨우 19일이 걸렸다고 소개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시기가 페이스북보다도, 유튜브보다도, 트위터보다도 더 뒤인 현존하는 최첨단 기술이다. 그럼에도 이용자가 여전히 3천만 명 선을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금년 여름이 지독한 폭염이 입증하는 것처럼 지구온난화의 악영향이 심각해진 상황에서는 비트코인의 지지부진한 이용자수 증가는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비트코인 채굴에 쓰일 전력을 생산하느라 또 얼마나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됐을지 염두에 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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