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물을 생각한다

in #kr8 years ago (edited)

우리 집 근처에는 동네 아이들을 위한 작은 놀이터가 있다. 잠실에서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달리는 이 지역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공공시설이다.

그런데 어린이와 엄마들이 주로 찾아오는 여기에 불청객들이 왕왕 침입하는 모양이다. 어제는 60세를 전후한 듯한 사내 한 명이 그곳에서 술을 마시는 것도 모자라 다중이 보는 앞에서 태연하게 방뇨까지 했다는 것이다. 때마침 공원에 젊은 청년 두 명이 있기는 했지만, 문제의 젊은 노인과 시비를 잘못 붙었다가는 무슨 피해를 볼지 몰라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고 한다.

내가 예전에 비해 생각이 크게 바뀐 지점은 강력한 법질서를 옹호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흉악범들에 대한 최대한의 응징과 소위 주폭에 대한 관용 없는 처벌이 그것이다.

한국사회에는 불우한 사람들이 많다. 억울한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나의 불우함과 억울함이 아무나 상대로 아무 짓이나 막 저질러도 된다는 면죄부를 발급받았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사회적 연대는 소중한 가치다. 허나 사회적 연대의 가치를 무제한으로 마구 퍼주기 해서는 곤란하다. 타자, 즉 남들의 존재외 입장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람을 위해서만 사회적 연대의 정신은 발휘되어야 한다.

억울한 나의 심정을 하소연하겠답시고, 또는 불우한 나의 신상을 비관하면서 나보다 약한 사람들이나 나의 처지와 견주어볼 때 별로 나을 것도 없는 타인들에게 언어폭력, 소음폭력, 물리적 폭력을 서슴지 않는 자들에게는 단호하고도 예외 없는, 공정하고 정당한 제재와 처벌과 응징이 가해져야만 옳다.

진정으로 좋은 사회, 좋은 나라, 좋은 세상은 윗물이 탁해도 아랫물들의 힘으로 맑을 수가 있다. 윗물만 탓하며 아랫물들까지 덩달아 더러워진다면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는 발전했을지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지금 같은 거지꼴을 영원히 면하지 못할 게 분명하다. 더욱이 정신적으로 거지꼴을 면하지 못한 국가의 경제적 번영은 여름날의 하루살이만큼이나 짧고도 허망할 뿐이다.

덧붙이자면, 나는 서울시 다산콜센터에 전화해 어제 잠실의 어느 어린이 놀이터에서 빚어진 불미스러운 상황을 자세히 설명한 다음에 경찰초소 설치를 비롯한 적절한 안전조치와 예방대책을 강구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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