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해킹을 당하는 방법 : 스팀잇 계정 탈취에서 스달 강탈까지
※ 따라하진 마세요.
Step 1.
에버노트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면, 가입부터 합시다.
에버노트는 웹브라우저, 모바일,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환경에서
글을 작성, 관리할 수 있는 강력한 기능의 서비스입니다.
동기화를 통해 어떤 환경에서든 자신이 작성했던 글에 신속하게 접근 할 수 있지요.
본 포스팅에서 에버노트가 자주 언급되지만, 에버노트는 잘못이 없습니다. 다 제 잘못이에요.
회원가입 시, 비밀번호 입력란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안내문구가 뜨게 됩니다.
'안전한 비밀번호는 8자 이상이어야 하고 대문자, 소문자, 숫자, 기호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이 안내문구는 가능한 무시해 보도록 하죠.
저는 숫자로만 이뤄진 6자리 비밀번호로 2012년에 가입을 했었습니다.
지난 6년간 비밀번호 변경은 없었구요. 그리고 상당히 많은 사이트에서 이 비밀번호를 사용해 왔죠.
Step 2.
에버노트 서비스에 성공적으로 로그인 하셨다면,
[설정->보안->보안 요약]화면에서 '2단계 인증' 설정이 가능합니다.
이를 '사용안함'으로 설정을 해둡시다.
해당 설정을 통해 우리는 보다 간편하게 본 서비스에 로그인을 할 수 있게 됩니다.
Step 3.
저의 경우 요즘은 에버노트를 잘 사용하진 않았습니다.
WorkFlowy, Dynalist, Notion 등의 서비스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에버노트에는 소홀해지게 되더군요.
그럼에도, 제가 가입한 사이트들의 비밀번호들은 에버노트에서 꾸준히 관리해 왔습니다.
웹서비스들은 회원 가입 시 비밀번호를 정함에 있어 제각각 다른 형태의 제약을 둡니다.
저는 6자리 숫자의 비밀번호를 사용하고 싶지만, 8자리 이상을 요구하거나, 영문숫자를 혼용하거나,
심지어는 특수기호 사용까지 강제하는 곳도 있지요. 그런 경우 익숙하지 않은 비밀번호를 사용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러한 비밀번호들을 제가 과연 다음에도 기억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저의 두뇌를 신뢰할 수 없습니다. 저의 두뇌는 수도 없이 많은 잘못된 판단들을 해왔고, 그 수많은 잘못들과 반성을 통해 얻은 교훈들까지도 쉽사리 잊어버리곤 했었죠. 두뇌보다는 메모가 신뢰 할 만합니다. 제 머리는 그저 액세서리에 불과해요.
에버노트에서 '새 노트' 버튼을 클릭하여 새로운 노트를 생성해고, 이 곳에 기억할 수 없을 모든 비밀번호들을 정리해두도록 합시다.
Step 4.
여기서 주의할 사항.
(비밀번호 정리 노트 화면이 열려있는) 저의 모니터를 저만 바라 볼 것이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제 등 뒤에서 숨을 죽이고 제 모니터를 응시하는 이가 행여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때문에 저는 비밀번호에서 제가 기억할 수 있는 부분들은 *로 표현을 했었습니다.
가령 !Abc123456이라는 비밀번호에서 123456을 기억할 수 있다면, !Abc****** 와 같이 저장해두는거죠.
하지만, 스팀잇의 비밀번호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임의로 생성된 52자리의 영대소문자, 숫자가 혼용된 비밀번호를 제 뒤에서 잠시 훔쳐보고 암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어요. (물론, 비밀번호에서 제가 기억할 수 있는 부분들도 없구요.)
스팀잇 비밀번호는 호기롭게 에버노트에 전문을 다 저장해봅시다.
저는 에버노트에 다음과 같이 스팀잇 접근정보를 저장해 두었습니다.
스팀잇
- magical-salt
-- [임의로 생성된 52자리의 영대소문자숫자가 혼용된 비밀번호]
서비스명과 함께, 굳이 저장할 필요가 없는 아이디까지 같이 적어두면, 가독성이 훨씬 좋아지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제 기다리면 돼요.
Step 5.
해커가 등장합니다. 저는 그에 대해 잘 몰라요.
그는 사람 좋은 미소와 따뜻한 목소리로 저에게 신뢰를 준 적이 없습니다.
때문에, 저는 그에게 저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속삭여 준 적 또한 없어요.
그는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손쉽게 해결할 방법을 저에게 제시하거나,
저에게 당장 놓쳐서는 안 되는 기회를 잡으라 권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저는 그를 구원으로 여기고 제 많은 부분들을 그에게 위탁할 생각조차 하질 못했어요.
그는 제가 제 컴퓨터에 수상쩍은 실행파일을 내려 받도록 권한 적이 없습니다.
그는 현재 steemit 사이트와 거의 동일한 화면구성을 가진 비슷한 URL의 사이트를 제작한 적도 없는 것으로 보여요.
때문에, 저는 낯선 파일을 실행하거나, 애먼 사이트에 제 스팀잇 접속정보를 입력할 일도 없었습니다.
그는 단지 저의 에버노트에 로그인을 해냈습니다.
그리고, 저의 비밀번호 정리 노트에 번역기를 돌려보았습니다.(한글부분이 모두 중문으로 바뀌어져있더군요.)
그는 감탄했을 거예요. 저는 정말 정리를 잘해놓았었거든요. 서비스명, 아이디, 비밀번호까지.
먼 곳에서 오셨습니다.
Step 6.
예전에는 스달이 모이면 파워업을 하곤 했는데,
작년 말부터는 호시절을 꿈꾸며 미련하게 스달을 쟁여두었습니다.
그는 제 스팀잇 계정에 로그인을 한 김에, 저의 모든 스달을 그의 계좌로 이동시켰습니다.
또한, 파워다운을 시작했습니다.
비밀번호 변경을 통해 저의 접근을 막는 것 또한 잊지 않았습니다.
잘가요 스달
맺는글
해킹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이후, 스팀잇의 '도난 계정 복구' 기능을 통해 다시 로그인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 4일이 걸렸습니다. 잃어버린 스달을 되찾을 길은 없어 보이고, 다만 다시 로그인 할 수 있게 되었음에 감사하네요. 해킹이 어떤 경로로 이뤄졌는지를 알게 된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몰랐다면 앞으로 활동하는데 많이 불안했을 것 같아요.
부주의했던 제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늘어뜨리는 것이 과연 제 이미지 관리에 좋을까 싶지만, 그래도 혹시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글로 남겨봅니다. 저만큼이나 부주의한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 또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아 아닌가요?;
그간 제 그림을 좋게 봐주시고, 보팅까지 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기껏 챙겨 주셨는데 이렇게 날려먹고 오니 민망하네요.
그래도 전 뻔뻔하니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만간 그림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코인에서 익명성이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복잡한 암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인간의 기록 실수 등에 의해서
치명적인 단점이 되기도 하겠지요.
evernote 해킹 통한 스팀 계정 해킹 및 스달 도난 사례, 주의해야겠네요.
네 본의아니게 반면교사 역할을 하게되었습니다 :)
안전한 스팀잇 되시길 바랍니다! :D
암호화폐의 긍정적인 면도 많은 반면에,
부정적인 면도 꽤 있다고 보입니다.
양쪽을 다 보고, 각각의 장점과 혜택을 취하고, 위험을 피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넵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아직도 이런 일이...ㅜㅜ
쉽지 않으시겠지만, 툴툴 털고 그림으로 돌아오세요...
괜히 지갑 메뉴만 들어가보지 않으면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정말로요. 또르르...
gghite 님의 댓글이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
힘내세요.ㅠㅠ
한손님 감사합니다!
좌절감을 포스팅으로 승화시켰습니다 :D
허허... 요즘 안보이신다 했더니 이런 일이... ㅠㅠ 심심한 위로의 보팅을 드립니다... 정든 아이디는 되찾을 수 있으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빔바님 감사합니다 :'0
위로 감사합니다. 빔바님 말씀대로 아이디 되찾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저는 속도 없이 아이디 되찾았다고 헤벌쭉하고 있었지요 :)
아흑. 비번은 항상. 정말 무서운 세상입니다.
사이트 자동로그인이 풀려있고, 로그인이 안될때, 현실부정을 하게되더군요 :'0
@.@;;; 정말 황당 놀람 분노 하셨겠네요. 그걸 또 이렇게 센스있게 쓰시는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ㅎ
246SBD 을 투자한 포스팅이라 좀 더 공들여 쓰고 싶었는데,
막상 쓰고 나니 좀 장황하게 느껴지네요;;
부족한 글을 나쁘지 않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전 해킹을 당해본 적이 없지만 무섭더라구요;;
그래서 비번은 특수문자랑 이거저거 넣어서 만들었어요^^;;
스팀잇은 워낙 복잡해서 암호걸린 메모장에 보관해뒀네요
그래도 잘 해결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철두철미하세요!!!
저도 그랬어야했는데! :'0
넵. 잃어버린 스달은 배아프지만, 계정을 되찾아서 참 다행이에요:)
허걱...솔트님 너무 속상하시겠어요 ..
아무일 없다는 듯 꼭 다시 찾아와주세요. 힘없는 보팅이지만 다시 꾸욱 힘을 실어드릴게요!
저는 최근, 한국에서 아버지가 보이스피싱을 당할 뻔 했어요. 제 보이스톡으로 전화가 가서 당연히 저인줄 알고 받으셨다가 정말 큰일날 뻔 했답니다 .. 주륵. 세상에 별일이 다있구나 싶었지요. 다시 겪지 않기만을 바래봅니다. 솔트님도 전화위복으로 더 좋은 일들이 일어나기를 응원할게요 ㅜ_ㅜ
아버지 많이 놀라셨었겠어요;;; 나쁜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
코코님 위로와 응원 너무 감사드려요.
돈도 돈이지만, 멋진분들이 많아서 스팀잇하는 재미가 크다고 생각하니,
잃어버린 스달이 그렇게까지 크게 느껴지지 않....... 아닙니다 :0
ㅠㅠ힘내세요!!!!:-)
넵! 감사합니다 :D
아이고, 저런.. 어째요. ㅠ.ㅠ
그래도 기운 내셔서 계속 활동하실 거죠?
간만에 포스팅할거리 생겼다고 두다다다 긴 글 두들겨놓고 제가 어딜 가겠어요 :)
계정 막혀있던동안 끄적거렸던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D
어구... 대체 뭔일이래요...
아무튼 저놈의 해커넘들ㅠ
흉측한 일을 소개드렸네요;;
해커넘들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0
같이 속상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cine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