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18.06.28)
[한국 축구의 '신-구' 전설이 함께한 예선 최종 독일전]
많은 이들의 환호와 아쉬움 속에 이번 한국의 월드컵은 막을 내렸습니다. 비록 경기는 끝났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이야기는 이제 시작입니다.
우리는 왜 월드컵에 열광하는가 - 모두가 냄비라서?
4년마다 월드컵이 찾아오면 한국은 거리 응원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 합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한국 축구가 그 바닥이 어디인지를 모를 정도로 하락세인데도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은 여전합니다.
누군가는 자국 리그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월드컵 시즌만 되면 온 국민이 축구 전문가가 되는 것을 비꼬기도 합니다. 소위 말하는 한국인의 '냄비 근성' 이란 거죠.
하지만 이것은 틀린 지적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K 리그에 관심이 없는 건 그냥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축구와 가장 비교가 되는 스포츠는 야구와 농구죠. 야구의 경우 한국 메이저 리그 선수들의 활약과 WBC라는 큰 이벤트를 통해 국민 스포츠로 인기를 높였습니다. 반면 축구나 농구의 경우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와 농구 대잔치 및 아시안 게임 금메달이라는 업적에도 불구하고 인기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죠.
그 차이점은 바로 자국 리그의 경쟁력입니다. 야구의 경우 WBC의 우승 주역들이 자신들의 소속팀으로 돌아가 경쟁을 펼쳤습니다. 여기에 야구장을 소주병이 날아다니는 곳이 아닌 , 온 가족이 즐길 공간으로 만드는 협회의 노력이 더해져 지금은 한국 최고의 스포츠로 자리잡았습니다.
반면 농구의 경우 지나친 용병 의존도와 농구 대잔치 세대 이후의 세대 교체 실패로 경기력 하락이라는 깊은 나락에 빠졌습니다.
축구 역시 마찬가지죠. 저 역시 2002년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K 리그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당시 아직 해외 진출을 한 국가대표 선수는 일부였고 대부분은 소속팀에서 그대로 활약했죠. 올스타전은 흡사 월드컵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인기였습니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뻥' 축구는 여전했죠. 결국 히딩크의 한국 대표팀이 보여 줬던 세계를 압박했던 '한국 축구'는 K 리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대표팀입니다.
단순히 월드컵 조별 예선 성적만 하락한게 아니라 우리 대표팀의 실력이 그냥 퇴보한 겁니다.
오히려 축구협회는 국민들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축구는 그나마 월드컵 때만이라도 응원을 받잖아요. 자국 리그는 물론 아시아/세계 대회도 관심 밖으로 밀려난 농구에 비하면 아직 먹고 살만한 겁니다.
결국 문제는 우리 축구 자체에 있는 겁니다. 우리 축구가 재미 있으면 사람들은 저절로 관심을 가지고 응원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월드컵을 응원하는 이유는 아직 그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언제나 계속 될 것이라 믿는다면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겁니다.
한국 축구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 우리가 분노하는 이유
2002년 한국 대표팀이 지금도 전설로 불리는 것은 단지 그 성적 때문만은 아닙니다.
바로 우리 한국이라는 사회의 상징이기 때문이죠. 70~80년대의 어려운 시기를 이기고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룬 한국 사회는 외형적 성장과 달리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IMF 사태 이후 우리는 과연 우리가 믿어 왔던 가치관들이 무엇인지 크게 흔들리게 되었죠.
한국 축구의 상황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분명 선수들의 경기력은 향상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늘 월드컵 성적은 좋지 않았죠. 특히 한국 축구의 영웅 차범근 감독이 이끌었던 98 대표팀의 성적은 2002년 자국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에 대한 우려를 낳았습니다. 특히 일본과의 라이벌 의식 덕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죠.
결국 한국 축구 협회는 히딩크라는 외국 감독을 데려 옵니다. 준비 과정에서의 온갖 잡음에도 불구하고 히딩크 감독은 자신이 믿는 축구를 우리 대표팀에게 가르쳤고 그 결과가 바로 4강 신화입니다.
흔히 우리는 아시아 , 특히 한국 대표팀의 강점으로 조직력을 꼽습니다. 하지만 이건 우스운 이야기입니다. 과연 남미나 유럽의 강호들은 전부 선수 개인기에 의존하는 제멋대로의 팀일까요?
조직력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팀 전술을 얼마나 이해하고 실제로 옮기느냐의 문제입니다. 기술이 없는 팀이 그냥 열심히 뛴다고 조직력이 좋은게 아닙니다. 히딩크 감독은 우리가 뭘 잘 못 생각하는지 정확하게 봤고 우리에게 필요한 해답을 제시했습니다.
그저 명령하는 대로 충실하게 움직이는게 조직력이 아닙니다. 선수 전원이 하나의 목표 아래 상황 별로 준비된 대응을 하는 것이 바로 조직력이죠.
바로 강력한 압박 축구죠. 하지만 히딩크의 마법이 4강에서 끝나자 우리 언론과 축구계는 그 사실을 부정하기 시작했죠. 우리 축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면서요. 하지만 어제의 경기 결과는 말합니다. 우리 한국 대표팀이 세계적 수준의 강호들과 싸우기 위해서 필요한 무기가 무엇인지 말이죠.
한국 축구 협회와 언론이 객관적 사실인 월드컵 기록을 부정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왜냐하면 그래야 자기들이 모든 걸 좌우하는 권력을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학벌 - 인맥 - 돈' 이 판치는 부정한 곳이 현재의 한국 축구이자 한국 사회입니다.
우리 축구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입니다. 우리가 우리 축구에 실망하고 분노하는 것은 단순히 경기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바로 거기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같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죠.
한국 축구가 바뀌면 우리 사회도 바뀌게 될까?
이번 월드컵 중계를 SBS 방송으로 본 이유는 박지성의 해설 때문입니다. 물론 방송 3사의 해설진이 모두 한국 대표팀의 문제에 대한 솔직한 비판을 했지만 그 중 가장 돋보인 것은 한국 축구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뼈 있는 한 마디를 한 박지성이었습니다.
이미 차범근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선수 커리어로는 한국 축구의 전설이 된 박지성이기에 굳이 협회라는 조직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협회에서 한 자리 차지할 마음도 없고 , 히딩크가 부순 한국 축구의 모순에 대한 가장 큰 보답을 받은 사람이 바로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우리 대표팀의 문제는 단순히 감독이나 선수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2002년 이후 날이 갈수록 그 수준이 퇴보하는 것은 바로 우리 축구계의 현실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증거입니다.
매번 국제 대회가 찾아 오면 언제나 불거지는 것이 선수 선발에 대한 잡음입니다. 단지 내 라인의 사람이라는 이유로 매번 대표팀에 뽑히는 선수들을 볼 때 , 다른 선수들과 국민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요?
이것은 바로 우리가 현실에 겪는 문제들입니다. 공정하지 못한 룰로 소수가 기득권을 독점하고 그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심지어 전체 구성원의 생존이 걸린 문제마저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히딩크의 한국 축구에서 본 것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아주 단순하고도 절대적인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왜곡되는 곳이 있죠. 바로 우리 축구 , 우리 사회입니다.
우리가 대표팀의 경기에 화가 나고 비난을 하는 것은 그라운드와 그 뒤에서 벌어지는 일이 우리 사회의 현실과 무척이나 닮아 있기 때문일 겁니다.
박지성은 한국 축구에 대한 말을 했지만 그 주어만 바꾸면 곧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박지성 호소 "한국 축구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남았다"
끝으로 박지성은 “비록 오늘 좋은 경기를 펼쳐 유종의 미를 거두긴 했지만 한국 축구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한국 축구는 우선 본질적인 시스템부터 개선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는 축구 협회를 비롯하여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고통과 희생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희생이 없다면 한국 축구는 발전할 수 없다. 한국 축구가 10년, 20년, 30년… 더욱 성장해서 세계 축구와 격차를 줄이고 실력 또한 상향 평준화가 돼야 한다. 그동안 한국 축구계에 묵혀있던 잘못된 것에 대한 본질적인 개선과 관계자들의 희생을 발판 삼아 새롭게 다져져야 하고, 나와 같은 선배들 역시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라고 당부했다.
저도 SBS를 보았습니다. 축구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 박지성에 절대 공감합니다 ... .^^.
네 단순히 이번 월드컵 만이 아닌 한국 축구의 미래에 대한 뼈 있는 한마디 였죠.
Sbs 봤는데 저 부분이 참.. 박지성이 말하니 더 와닿더군요.
그렇죠. 히딩크가 축협 적폐를 때려부수지 않았다면 차범근 다음으로 위대한 커리어를 남긴 박지성도 없었을 거니까요.
박지성 본인이 한국 축구 개혁의 상징이라 정말 속 시원하게 말하더군요.
아직도 축협의 관계자는 일년 수백억의 예산을 어떻게 나눠먹을지만 고민하는것 같습니다. 협회를 개혁하기 전에는 한국축구의 퇴보는 멈추지 않을듯 합니다.
네 월드컵 끝나자마자 외국인 감독설을 푸는 걸 보니 뭔가 또 한 바탕 쇼를 할 모양이네요.
그 대단한 위세의 최순실마저도 어쩌지 못한 곳이 축협이라니 그 내부가 어떨지 짐작이 갑니다.
리스팀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가보면 재미있는 데. 집에서 보면 역동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죠. 박지성 선수덕에 13년 전에 60인치 PDP TV를 살 정도로 EPL은 역동감으로 가득합니다.
비기기를 위한 경기를 보다보니 흥미도 잃었구요. 바라기만 하기보다 조만간 K리그 경기보러 가야겠어요. 우리도 작금의 상황에서 자유롭지늣 못하겠어요..
박지성이 현역일 땐 맨유가 국내팀들보다 더 인기있었죠.
좋은 경기를 하면 결과에 상관없이 팬들은 사랑하게 되는데 축협만 그걸 모르는거 같습니다.
그러게요. 팬들은 단순한데...축협의 변화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축구에 대해 아주 해박하시네요.
저는 직접 뛰는 걸 좋아하는데^^
아 저는 몸을 쓰는 것도 못 하고 축알못입니다 ㅎㅎㅎ
아마 축구팬들이라면 다 같은 생각이지 싶습니다.
ㅎㅎ 독일전을 이길지 몰랐는데 이겨서 기분이 좋았습니다.ㅋ
내리 졌다면 두고 두고 씹었을지도 모르죠.ㅋㅋㅋㅋ
그러게요. 그냥 체면 치례 정도만 하고 왔어도 언론에서 알아서 잘 포장해줬을텐데 아예 대박을 쳤네요 ㅎㅎㅎ
그래서인가 유명 선수들이 꼭 축구행정가를 꿈꾼다고 말하더군요. 홍명보 선수도 박지성 선수도 말이죠.
홍명보 전 감독은 우리의 기대를 배신했지만 박지성은 뭔가 해낼 거라 기대합니다.
공감합니다. 축구가 월드컵 처럼 재미있으면 왜 안보겠어요.
재미가 있으면 불법이라도 몰래 볼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