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찰나의 가을

in #krlast year (edited)


  1. 사명이란 단어를 떠올리며 오랜만에 보내는 글.

  2. 8월 즘이었나, 건반 위에서 손을 풀고 그나마 좀 외운 머리를 굴리며 든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피아노를 이렇게 설렁설렁 치는건 10년이면 족하지 않니… 이제 제대로 연습을 해야하지 않겠니…해서 드디어 다시 시작한지 한 달째. 소나타 초견부터 예전부터 이고지고 살았던 낡은 악보들을 다시 꺼냈다. 음표들이 다시 삶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뜻은 삶의 의지가 새로운 문을 열고 나를 조금씩 비추고 있다는 말과도 같다. 비록 여러 정황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오늘은 내가 어제 그토록 원했던 내일이니까. 길어도 피아노 앞에 앉는 간격을 하루를 넘기지 않으려 하고 있다.

  3. 11월을 코 앞에 두었다. (어느새!) 문득 올해 롱코비드로 한두달간 고생했었는데, 지금은 또 간절기로 훌쩍이고 있네 싶어서 젠장...이 입술 밖으로 밀려나온다. 요새는 일대 초등학교에 아데노 바이러스가 극성이라 다시 마스크를 권고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나 또한 학교에서 하루 이틀 썼다가 세상에. 이 고통스러운걸 2년을 넘게 어떻게 썼지? 싶어 벗었었던 기억이 난다.

  4. 예전처럼 ‘이게 맞는거 같아’ 라고 생각하고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이 성격에서 여러번 크고 작은 실패를 겪었기 때문에 이제는 다리 건너기 전 여러번 두드리고 최대한 많은 결정요인들, 영향들 등을 고려하고 조심성을 띄게 되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나 자신한테 묻고 검사를 한다. 이거 괜찮은거야? 다른 대안은 없어? 내가 잘못하고 있는것은 아닐까?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눈치를 보는거고, 좋게 얘기하면 무모함을 줄이고 현명함을 가까이 두려 노력하는 것.

  5. 매일같이 한 줄의 문장이건 200자 원고자 편 장의 에세이건 개인 노션 속에 꾸준히 써두었다. 하지만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기록들은 블로그, 스팀잇, SNS 그 어디에도 공유하지 않았다. 그나마 조그맣게 소통의 창을 열어둔건 인스타그램이었다. 책의 세상에 빠져있지도 않았다. 올해 초 계약한 책 한 권은 편집자님과 메일을 통해 1교 중이다. 마지막으로 원고를 들여다 본게 2,3달 즘 되었나.

  6. 나를 버리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는 듯 하다. 내 사명은 나를 버리는 것에서부터 알고, 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응원해주는 사람들과 아주 느리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중. 통귤 탕후루 꼬치 한 손에 들고, 가을 바람이 감미롭다고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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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와 레일라님이시다 반가워요 :)
잘 지내고 계셨군요

아직 살아있는 계정에 오랜만에 생존신고 해봅니다. ㅎㅎ 스텔라님 잘 지내셨어요?

네에 저도 울고 웃으며 잘 지내고 있습니당 종종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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