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u essay] 안시성은 누가 지키나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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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Daum 영화>

 "선생님, 안시성 지킨 사람 누구예요? 조인성인가요?"

 반 아이가 기말고사 대비해 사회 복습할 때 이렇게 물었다. 난, 그래 당태종 박성웅을 상대로 동생 설현과 함께 싸웠지, 라고 대답할 뻔했다.

 내일이 기말고사다. 내년부터 우리 지역에서도 지필고사는 전면 폐지된다.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더 일찍 폐지된 곳도 있다.) 모레 치는 것이 마지막 기말고사다. 기말고사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은 2,3주 전부터 학원에서 주말도 없이 시험 대비 공부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부를 안 하고 마이웨이를 가는 아이들에게도 압박을 주는 건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기말고사를 대비해서 복습도 하고 단원 평가도 다시 치니까 학급은 시험 일주일 전부터는 크리스마스 시즌 분위기 대신 시험의 긴장감으로 가득 찬다.

 지필고사 폐지가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 기대하고 있다. 지필고사가 폐지되는 대신, 수업 과정에서 아이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하는 ‘과정중심 평가’가 강화된다.

 이런 변화는 수업 방식의 다양화를 기대할 수 있다. 좋은 줄 알고도 자주 못한 다양한 수업 모형을 적용해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역사에 관련된 수업을 할 때 조사 학습, 역할극, 프로젝트 학습, 토의토론 수업 등의 학습자 중심의 수업 모형을 적용할 수 있다.

 안시성 전투에 관해서 누구는 양만춘이 되고, 누구는 당태종이 되어 역할극을 하면 아이들은 역사적 사실을 조금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수업이 아닌, 역할극 같은 수업을 하려면 수업 시간이 더 많이 든다.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을 배우고, 친구들과 대본을 작성하고 역할을 나누어 역할극을 연습하고, 발표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수업에서 1시간 걸릴 것이, 2~3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조사 학습이나 다른 수업 모형도 마찬가지다. 그런 수업을 하고 나면 일단 아이들이 재미있게 수업할 수 있고, 수업 과정에서 사고력, 창의력 등을 기를 수 있지만, 수업 진도가 밀리게 된다. 진도야 교육과정을 적절히 재구성하여 맞춘다 해도, 더 큰 난관은 기말 고사다.

 학습자 중심의 수업 모형들을 적용해 수업하면 아이들은 즐겁게 공부할 수 있지만, '암기해야 하는 지식'을 묻는 시험엔 다소 취약할 수 있다. 그래서 기껏 수업을 하고도 시험 대비용 수업을 다시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사정이 이러니, 선생님들은 교대 4년간, 그리고 수많은 연수를 통해서 각종 좋다는 수업 모형, 수업 방법들은 다 배워서 알고 있어도 이를 적용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시험에서 요구하는 지식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수업 과정에서 사고력과 창의력을 아무리 길러준다고 해도, 그건 티가 나지 않는다. 지필 고사 결과 한 번에 다 덮이고 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이니, 가끔씩 새로운 수업 방법들을 적용하여 수업할 수는 있어도, 지필 고사가 살아 있는 상황 속에서 그걸 무시하고 매번 적용하여 수업하기란 어려웠다.


배우는 내용에 따라 평가가 달라져야 하는데, 시험에 따라 배우는 방법이 달라지는 현실

 지필고사 폐지에 대해 학력저하의 우려도 없진 않으나, 어차피 입시 제도가 달라지지 않는 한 중고등학교 가면 기를 쓰고 외우며 입시를 향해 달려가야 하니, 초등학교에서만큼은 과정을 중시하는 수업 위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명박 정권 때 전국 일제고사가 부활했을 때 거부한 선생님들 징계 받던 시절도 있었는데, 학교 자체 기말고사가 사라진다니, 시대가 바뀌긴 바뀐 모양이다.

 어쨌든 내일 기말고사를 쳐야 하니, 과목별로 복습 학습지도 함께 풀고 문제도 다시 풀어본다. 아이들은 시험 끝나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내년도 학기말의 교실 풍경은 꽤나 달라져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학습지를 풀며 안시성은 누가 지켰는지 기억해내려고 하는 대신, 직접 양만춘과 당태종이 되어 진격을 외칠 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안시성을 지킨 사람이 조인성이냐고 묻는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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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건설업에 종사하다 보니 건물의 모양과 배치에 따라 얼마나 창의적으로 학습에 임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되요.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학교 건물은 0점 수준입니다.
학교는 전부 직사각형 모양에 사방이 산이나 절벽(?), 도로 등으로 단절되어 있습니다. 보통 1층에 교무실이 위치해서 아이들의 야외활동을 감시 아닌 감시를 하고 있죠. 2~4층에 갖힌 아이들은 항상 똑같은 구조에서 똑같은 환경을 보고 똑같은 급식을 먹으며 똑같은 주입식 교육으로 똑같은 행동을 강요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면서 창의를 논하다니요 ㅠㅠ
체계적인 교육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라는 공간도 변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 썩어빠진 LH와 교육청은 변화를 거부하네요...씁쓸합니다...

넋두리가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쏠매님^^;;

적절한 지적이신 거 같아요ㅎ 어느 건축 전문가는 우리나라 학교 건물이 감옥과 비슷한 모양과 구조라고 지적하기도 하더라구요.

직사각형은 철저히 공간 효율만을 고려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학교의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개선되어야 할 점이 한 둘이 아니네요. 이런 문제의식이 많아지는 실정이니 하나씩 개선되어 나갈거라 희망을 품어봅니다. ^^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늘 감사합니다ㅎ

저는 학생들의 성향에 따라 조금 다른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엔 지식을 쌓는 데 집착하는 성향이 있어 역할극에 대해선 그다지 재미를 못 느꼈을 것 같아요. 아마도 상상력이 부족한 걸 그런 식으로 대체하려는 건 아닌지 싶기도 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가즈앗!!! ㅋ

역사적 사실을 아는 것 자체에 흥미를 보이는 친구들이 있지요. 조선생님도 암기과목 잘 하셨겠네요ㅎㅎ 그런 애들만 있다면 수업하는 게 참 수월할 거 같은데, 의욕 없이 앉아있는 애들 보면 활동적인 게 필요하구나, 생각이 들곤 해요. ^^

우와 정말로 지필고사가 사라지나요? 너무 바람직한 변화네요-!! 선생님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 같지만요^_^
수업시간도 그때그때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거기까지는 무리겠죠.
모둠 수업(?)이나 프로젝트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던 저로서도 어쨌든 반가운 변화입니다. 결국 살면서 더 필요한 건 지필고사보다는 그런 다양한 활동에 있으니깐요.

이미 몇년 전부터 사라진 지역도 있는 걸로 알아요. 수업하는 입장에서는 시험에 구애 받지 않고 할 수 있어 좋긴 한데, 공부에 전혀 긴장감이 없어지는 우려도 있어요.ㅎ
고물님도 일제식, 강의식 수업을 좋아하셨군요ㅋ 성향에 따라서 선호는 다양할 거 같아요. 미래 사회엔 '협업능력'이 필수 역량중 하나라고 해서 요즘 학교에선 많이 강조하는 추세예요^^

맞아요. 경쟁은 가르치지 않아도 도처에 널려있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으니 협동/협업능력이 조금이나마 강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승부욕이 없어서일지도 모르지만요 ^^;ㅎㅎ

ㅎ 승부욕 없고 혼자 깨작깨작 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시군요~ 저도 좀 비슷하긴 합니다ㅋ

아이들이 영화로 역사을 배우네요.

왜곡된 역사적 사실만 무분별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좋을 거 같아요.

그래도 영화를 봐서 아는 아이들이네요. 요즘애들은 안시성이 어디있는지도 모른다는....

네 역사를 영화 말고는 잘 접하지 않는 게 문제라면 문제인ㅎ

그런 교육풍토가 빨리 정착하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불쌍해요. 덩달아 오래전의 제 모습도 불쌍하구요..

점차 나아지겠죠. 입시 제도가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변화에도 한계가 있을 거 같아요.

시험 없는 세상이라.. 듣기만 해도 좋은데..ㅎ
뭔가 성적을 메겨야하는 건 어쩔 수 없겠죠.
아이들의 부담이 주는 대신 선생님의 부담이 느는 거 같기도 하네요.ㅎ
쏘울메이트님은 하시고 싶은게 많으신 거 같지만 ^^
정말 아직은.. 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지만 초등학교 만이라도 아이들이 즐기면서 맘편히 학교를 다녔으면 좋겠네요^^
생각해보면 저 때만 해도 초등학교는 아무 생각없이 다녔던 거 같은데.ㅋㅋ

네 초등학교때는 맘껏 뛰어놀고 즐겁게 다니면 좋을 것 같은데, 요즘 사교육을 워낙 많이들 시키니 안 시키면 뒤쳐지는 기분 때문에 시키는 집도 많지요. ㅎ
저도 어릴 적에 해질 때까지 동네를 뛰어다니며 놀기만 했는데, 참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네요:)

시험의 압박 없이 즐겁게 공부했으면 좋겠어요.
근데 그러면 선생님들이 여러모로 좀 힘드시겠네요. ^^;

초등학생이라도 시험의 압박이 없으면 좀 나아질 거 같기도 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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