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100]동경 이야기
추억을 나누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추억을 이야기 할 때는 행위와 사건이 주가 되고, 생각은 배제되곤 한다. 그 대화를 통해서는 의미 있는 결론이 나오지 않고, 단순히 기억을 나눌 뿐이다. 물론 대화가 항상 의미 있는 결론을 내기 위한 행위는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의미 있는'이라는 표현부터 모호하다. 그 대화를 통해 양측이 즐겁다면 그것도 의미 있는 무언가를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이란 왜곡되기 쉽다. 단순히 왜곡만 심한 게 아니라, 아예 없는 기억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것조차도 증명되었다. 실제로 일어난 적 없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 나중에는 거기에 직접 살을 붙이고 기억하고 있다고 대답한다.
오래 만나지 않은 사람과의 대화는 주로 그럴 때가 많다. "기억나?"하는 문구로 끝나곤 하는 그 대화는 그 이유로 공허하게 느껴진다. 동경 이야기에서 자식들과 부모의 대화가 그렇다.
대가족의 파괴와 핵가족은 단순히 사는 환경의 차이가 아니다. 함께 살지 않으니, 서로를 더 모르게 된다. 서로를 알지 못 하니,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도 않다. 어설프게 무거운 주제를 꺼내보아야 잔소리에 가까운 말들만 하게 될 뿐이다. 그래서 불편하다. 불편하지만, 가족이라서 아주 피할 수도 없다. 때로는 가족의 연을 끊기도 하지만 그건 어느 한 측 혹은 서로 큰 실수를 저질러 관계를 망칠 때나 일어나고, 보통의 가족들은 그냥 그렇게 흘러간다. 가족이니까 가까이 해야 하지만, 흐르는 피가 아니라 쌓아온 관계를 따지면 남과 다르지 않게 되어 버린 그들.
얼핏 보면, 매정한 자식들이 보인다. 부모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지 않고, 자신의 일이 우선인 자식들. 반면에 이미 한참 전에 전사한 아들의 아내가 시부모를 훨씬 잘 모시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며느리가 시부모를 잘 모시는 것과 별개로 그들 사이의 대화도 떠난 아들을 잊고 새 삶을 살라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들 사이의 대화는, 조금도 며느리의 마음을 비춰주지 않는다. 그들도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시부모를 모시는 며느리의 모습 뒤로 이질감을 느꼈다. 기반에 깔린 마음을 조금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이른 나이에 사별한 여인이 정절을 지키길 요구 받는 사회라 억압 되었다면, 그 억압에 의해 시부모에게 공손하게 대할 수 밖에 없던 것이다. 분명 효 또한 당시에도, 지금도 이어지는 가치인 만큼 자식들에게도 같은 요구가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또 다른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 모든 걸 이제는 익숙한 일본 영화의 방식으로 보여준다. 카메라 무빙이 거의 없어서 정적인 화면에서, 장면 전환도 최소화 하며 삶을 담백하게 담아낸다. 극적인 장면도 무표정으로 지켜보는 관찰자처럼 그 자리에 우두커니 있을 뿐이니, 관객은 자유롭게 원하는 방식으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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