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의 삶

in #flowerday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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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이 연초록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 만해도 영영 봄이 올 것 같지 않더니 잎들부터 변화가 시작했고 벚꽃은 몽우리가 올라왔다. 아마도 며칠 내로 꽃이 필 것 같다.
이곳은 계절도 오는 것이 한 두 템포가 늦다. 봄이 오는게 늦고 여름 오는게 늦다. 하지만 가을을 빨리오고 겨울은 더 빨리오고 오랫동안 지속된다. 이제 삼년이 넘으니 그러려니 하게 된다.

어느 숲 속에 홀로 칩거하여 살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흡사 자신이 나무 한 그루인 양 묵묵히 숲 속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그녀를 흠모하는 여러 남자들이 수시로 그녀를 찾아와 유혹하곤 했던 것이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보석? 멋진 옷? 아니면 수많은 시종을 거느린 커다란 궁궐 같은 집? 내게는 그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금이 있으니 나와 결혼해 주시오.”
수 많은 사내들이 많은 재산을 제시해 가면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때마다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요, 속세에는 그런 비단옷과 다이아몬드가 아무리 좋더라도 숲 속의 이 진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왜 당신들은 제가 저 바깥 세상으로 나가기만을 원하죠? 그대들이 이 숲 속으로 들어와서 나와 함께 살수는 없는 건가요?”

시골에서 살면서 불편한 점도 많다. 하지만 불편한 만큼 편한 것도 있다.
일단 조용하다. 밤에 아주 편하게 잘 수가 있다. 밤에 들리는 것은 가끔 고라니 소리나 소쩍새 그리고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데 수면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점을 찾자면 공기가 깨끗하다. 도시에서는 공기청정기나 정화기를 실내에 들여 놓고 켜놓지만 시골에서의 공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산 속의 모든 나무들이 천연 공기청정기의 역할을 한다. 내가 사는 주변에 공기청정기가 수도 없이 많이 있는 셈이다. 가끔씩 찾아와서 하룻밤을 묵고 가시는 분들의 공통된 이야기가 아주 편하게 잘 자고 간다라는 것이다.

도시의 삶이 여러모로 편할 수는 있지만 불가피하게 다가오는 불편함도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인생사라는 것이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고, 하나를 잃어버리면 하나를 얻게 마련인 것을 절실하게 느끼는 곳이 산골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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