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눈알] Isn't she lovely - 스티비 원더가 15분간 눈을 떴다고? 미숙아 망막병증 (1부)

in #steviewonder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유명인사들을 통해서 눈에 대해 알아보는,
들의 고싶다. <그눈알>입니다.

오늘의 <그눈알> 주인공은 R&B의 살아있는 전설, 스티비 원더 (STEVIE WONDER) 입니다.


그녀가 아름답지 않나요?

Isn't she lovely
Isn't she wonderful
Isn't she precious
Less than one minute old
I never thought through love we'd be
Making one as lovely as she
But isn't she lovely made from love

R&B와 Soul의 신, 스티비 원더의 명곡 Isn't she lovely의 첫 소절입니다. 그의 첫 딸 아이샤 모리스가 태어났을 때의 기쁨이 가득담긴 사랑스러운 노래죠. 갓 태어난 이 아기가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가사를 보고있노라면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노래에 담긴 가슴아픈 사연도 매우 유명합니다. 바로 선천적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난 스티비 원더의 개안 수술 이야기입니다.

아이샤의 얼굴을 간절히 보고 싶었던 스티비 원더는 미뤄왔던 개안수술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의사는 시신경이 너무 파괴되어 개안수술이 성공하더라도 15분밖에 볼 수 없다며 말렸지만, 그래도 딸아이의 얼굴을 15분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그걸로 좋다며 어려운 수술을 결심한 것이죠. 그러나 수술은 실패하여 시력은 회복되지 않았고, 스티비는 끝내 딸아이의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만든 노래는 온 세상에 아이의 얼굴을 수놓았다는 아름다운 이야기..

그런데 사실 이 이야기는 가슴 아픈 아름다운 사연이지만, 실제 있었던 일은 아니랍니다.

미숙아 망막병증 (Reinopathy of Prematurity)

사실 스티비 원더는 개안 수술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스티비 원더가 실명하게 된 원인은 '미숙아 망막병증' 이라는 질병 때문인데, 현재까지 미숙아 망막병증으로 실명한 사람을 회복시키는 의술은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연구중인 '빛을 감지하는 센서'를 삽입할 수 있는지 검사받았던 적은 있었다고 하네요. 물론 삽입 가능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하구요.

그렇다면 미숙아 망막병증이란 어떤 병일까요?

인간의 눈 속 사진입니다. 우리의 눈 속을 들여다보면 위와 같이 '망막(Retina)'이라는 신경조직이 있습니다. 망막은 카메라로 치면 필름 같은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빛이 눈 속으로 들어오면 망막에 있는 시세포들이 빛을 감지하고, 이것이 바로 '본다'라는 행위인 거죠.

그런데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자랄 때, 이 망막은 여러 인체기관 중에서도 거의 마지막에 완성됩니다. 망막이 완전히 끝까지(ora serrata까지) 성장하는 것은 만삭 출생 직후 비로소 완료됩니다. 따라서 일찍 태어난 미숙아들은 기본적으로 망막이 완전히 자라지 않은 상태입니다. 나머지 자라지 않은 부분은 엄마 뱃속이 아닌 바깥 세상에서 자라나야 하는데, 이 자라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바로 '미숙아 망막병증'입니다.

완성되지 않은 기관이 엄마 배 바깥에서 자라나야 하는 환경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미숙아의 망막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나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요?

stage 1.png

아직 혈관이 자라지 않은 부분과, 현재 자라나고 있는 부분사이에 흰색의 뚜렷한 경계(demarcation line)가 관찰되기 시작합니다. 혈관이 없는 부분은 자신도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혈관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이런 신생혈관들은 연약하고 불완전해서 내용물이 새어나오기도 하는 등 여러 문제들을 일으키기 때문에 마치 흉터처럼 경계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죠.

stage 2.png

뚜렷한 흰색의 경계선은 상황이 악화되면 두꺼워지면서 융기된 능선(ridge)이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stage 3.png

상황이 점차 악화되면서 능선에 신생혈관이 마구 생기면서 흉터같은 섬유조직들(Extraretinal Fibrovascular Proliferation)이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이 섬유조직은 탄력이 없고 수축하려는 힘이 있어 망막을 점점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stage 4.png

저 섬유조직이 당기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망막층이 분리되기 시작하는 견인성 망막박리(Partial Retinal Detachment)가 부분적으로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후 stage 5는 망막이 완전히 떨어져 나가 전망막박리가 되는 것이고 이 경우 예후는 매우 좋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에 잘 생기고, 어떻게 치료할까?

미숙아 망막병증은 발생하는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아기가 일찍 태어날 수록 잘 생깁니다. 정확하게는 31주 이전 출생하거나 체중이 1500g 미만으로 태어난 경우 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체중이 1500g 이상이거나 31주 이후에 태어난 아이라도 건강상태가 불안정할 경우 더 쉽게 발병할 수 있습니다.

  1. 31주 이전 출생
  2. 체중 1500g 미만

1940~1950년대에는 미숙아들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 인큐베이터에 고농도에 산소를 주입했었는데, 과도하게 높은 산소농도가 미숙아 망막병증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대에 이르러서는 산소농도를 정밀하게 조절하여 아기에게 필요한 용량은 만족시키면서 망막은 악화시키지 않는 농도로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미숙아 망막병증에서 산소농도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미숙아는 언제라도 상태가 불안정해져서 고농도의 산소공급을 해야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방심해서는 안됩니다.

미숙아 망막병증으로 인해 망막박리가 발생하면 예후는 대개 좋지 않습니다. 신경층이 떨어져나갔기 때문에 시력을 유지하기 매우 힘들죠. 따라서 31주 이전 태어났거나 1500g 미만으로 출생한 아기들, 또는 미숙아로 태어나 4주가 지난 아기들은 정기적으로 눈 속을 검진해서 망막이 별 탈 없이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러다가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악화되는 소견이 있을 때 재빨리 처치해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미 망가져버린 눈을 되살리는 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치료는 미숙아 망막병증이 악화되려는 기미가 보일 때, 신생혈관 유도물질을 분비하는 무혈관지역을 레이저로 파괴하는 것입니다. 무혈관지역은 대개 망막 바깥쪽 부분인데, 이 동네는 주변부라 시력에 기여하는 바는 별로 없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고 문제만 일으킬 바에는 레이저로 처치해버리는 것이 정상조직을 살리는 길입니다. 이렇게 치료하면 아기의 시력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상태가 많이 악화되어 망막박리가 발생한 경우 공막두르기술이나 유리체절제술 등의 수술을 통해 망막을 다시 제자리에 붙여주어야 하는데, 이미 떨어진 미숙아의 망막은 잘 붙지도 않고, 또 붙더라도 시력이 잘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상태가 이렇게 악화되기 전에 미리미리 망막이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망막이 아직 너무 작아 중앙 부분 근처까지 밖에 안자란 경우, 레이저로 중앙부분을 파괴하는 것은 곤란하기 때문에 신생혈관을 억제하는 약(항 VEGF 항체)을 주입해서 효과를 봤다는 연구도 있지만, 아직 교과적으로 확립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스티비 원더가 어쨌다는 거야?

지루한(?) 의학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다시 스티비 원더로 돌아가보죠.

스티비 원더가 태어난 1950년은 앞서 말씀드린대로 미숙아의 생존을 위해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던 시대입니다. 위키백과에는 '관리자의 실수로 산소가 너무 공급되어 망막이 파손됐다'라고 했지만, 당시에는 실수라기 보다는 그럴 수밖에 없던 시절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네요. 현대에는 의학이 고도로 발달하여 저농도의 산소로도 미숙아를 안전하게 키워낼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게 힘들었으니까요.

어쨌든 그는 진행된 미숙아 망막병증으로 실명하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 파괴된 망막을 되살릴 방법은 없습니다. 카메라에서 필터를 교환하고, 렌즈도 교환하고, 경통도 교환해봤자 망가진 필름을 사진을 찍으려 하면 촬영이 안되겠죠? 마찬가지로 안경을 쓰고, 라식수술을 하고, 백내장수술 각막이식 무슨 짓을 하더라도 망막이 망가지면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 '15분만 볼 수 있는 개안수술(?)'을 받았다는 마법같은 스토리는 의학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네요.

다만 스티비 원더는 '빛을 감지하는 센서'를 삽입할 수 있는지 검사를 받은 적은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미 망막이 광범위하게 파괴되어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는 하지만요.

흐음.. 빛을 감지하는 센서라.. 이쪽은 뭔가 SF 적인 느낌이군요.

그러면 다음 포스팅에서는 빛을 감지하는 센서, '인공망막'에 대해서 포스팅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투명배경.png

전문가들이 직접 쓰는 최초의 STEEM 의학 매거진

https://meditea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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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뇌에 칩을 넣어서 연결하면 흑백정도의 영상을 인식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스티비 원더는 아쉽지만 더 좋아져서 치료에 도움이 되면 좋을 거 같아요~!

요즘 개발되는 인공망막이 그런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다뤄보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물들과 대비하여 설명을 해주시니, 잘 와닿는 것 같습니다. 개안을 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이 어서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실명까지 안가도록 예방하는 식의 치료가 대다수라 이미 실명한 사람을 위한 치료가 아쉬운게 현재의 한계인 것 같아요.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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