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마니토(또) 비밀선물-순간을 영원으로(#155)

여럿이서 선물을 나누는 데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겠다. 이 때 고민을 많이 할 수도 있지만 고민은 적으면서 뜻있는 방식도 몇 가지 있다. 우선 흥미만을 위한다면 경매 방식이 있다. 각자가 가져온 선물을 꺼내면서 그 사연을 설명하고 경매에 붙인다. 조금은 자본주의 방식이지만 사연과 사연을 이어가는 재미가 있다.

내가 해본 방식 가운데 여기 소개하고픈 건 마니토(manito 정확한 표기가 마니토인데 마니또로 많이들 알고 있다) 방식. 마니토는 상대방에게 자신을 숨기고 이런저런 선물이나 선행을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마을 도서관에서 내가 진행하는 글쓰기 교실을 한 달에 한번 연다. 한번은 사서가 제안을 했다.
“다음 수업에 올 때 각자 자신이 나누고픈 선물을 한 가지씩 가져오세요. 부담은 갖지 말고 형편껏 하면 됩니다.”

그리고는 가져온 선물을 거둔 다음, 일련번호를 매긴다. 참가자들 역시 마구 섞은 일련번호를 받는다. 번호가 일치하는 걸 자신이 받게 된다. 이렇게 주고받으면서 그 선물을 내게 된 동기와 받고난 두어 달 뒤, 반응들을 들어보았다.

알기 쉽도록 이름보다 편의상 번호를 매기겠다.
1
-준비한 선물은 눈사람처럼 생긴 스노우 볼. 겨울 분위기 동심에 어울릴 거라고 보고 준비
-받은 선물은 자연재배한 쌀과 냄비 받침대. 너무 잘 먹고 잘 쓰고 있다.

2
-준비한 선물은 목도리와 수면 양말
-받은 선물은 단감. 감을 참 좋아하는데 너무 맛나게 먹고 있다. 우리 아들도 좋아한다.

3
-준비한 선물 : 단감. 우리 엄마가 감을 좋아해서 누구나 감은 좋아하지 않을까. 선물로 내어놓았지만 그 자리에서 나누어먹을 줄 알았는데 가져갔다(웃음)
-받은 선물 : 스노우 볼. 여기 도서관에 두니까 분위기가 참 좋았다. 근데 도서관에 온 아이 하나가 그걸 너무 마음에 든다고 해서 다시 아이에게 선물했다.

4
-준비 선물 : 가족 공예로 된 책 갈피
-받은 선물 : 목도리와 양말. 빨간색을 좋아하는 데 색깔부터 마음에 들었다.

5
-준비 선물 . 야콘. 지난해 야콘 농사를 했는데 잘 안 되어 팔 만한 게 없었다. 나누어 먹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받은 선물 : 가죽 공예 책 갈피. 집에 가져갔는데 우리 딸이 너무 좋아한다. 머리에도 두르고. 그래서 딸한테 주었다.

6
-내가 준비한 선물 : 쌀과 냄비 받침대. 넉넉하니까.
-받은 선물 : 야콘. 우리 집이야말로 야콘 농사가 제대로 안 되었다. 보통은 다섯 상자 정도 거두는 데 지난해는 한 상자 남짓. 그렇다고 돈 주고 사 먹지는 않는다. 덕분에 야콘을 제대로 먹었다.

보통 선물을 할 때 상대방이 좋아할지 말지를 고민하게 된다. 고민 결과가 좋다면야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로 상대방의 부족한 부분을 제대로 안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심지어 연인 사이도 그렇다.

그런데 마니토 방식은 상대방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나누고 싶은 데 초점을 둔다. 쉽고 편하게 즐겁게 준비하면 된다.

근데 받는 사람 처지에서는 묘한 인연이 작용한다. 글로 적어서 생동감이 떨어지지, 실제 분위기는 무척 유쾌했다. 다른 사람이 받은 선물을 부러워하지도 않고, 각자 받은 선물에 만족했다.

그래서 나는 마니토 방식을 ‘영적인 나눔’이라고 하고 싶다. 무의식적인 끌림이라고 할까. 우리 몸은 어느 정도 건강하다면 무의식으로 자신이 끌어당기는 게 있다고 한다. 오링 테스트도 비슷한 이치라 하겠다. 더 전문적으로는 ‘운동역학’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이런저런 모임에서 가끔 해보고 싶은, 쉽게 잊을 수 없는 나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