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한테 배우는 삶의 지혜-순간을 영원으로(#142)

in #busy5 years ago (edited)

지금부터 넉 달 전쯤에 까치 글을 하나 쓴 적이 있다.
웬일이니? 까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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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요점은 까치들이 아주 이르게 집을 짓기 시작했다는 거다. 보통은 설 지나 봄이 올 무렵 짓기 시작하는 데 지난 늦가을부터 짓는 게 이상하다고. 아마도 까치들이 올 겨울은 날씨가 따스하리라는 예보를 하는 게 아닌가.

근데 정말 겨울을 나면서 보니 까치들 예상이 맞다. 우리 사는 곳은 한겨울에는 보통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데 올 겨울은 그리 춥지 않았다. 최저 기온이 영하 15도까지만 내려갔다. 한낮에도 영하로 내려간 날이 많지 않아, 땅도 살짝 얼다 말았다. 겨울인데 눈보다 비가 더 자주 왔다.

까치들은 어디서 그런 지혜를 얻었을까. 아마도 온몸으로 살아서가 아닐까 싶다. 그런 만큼 자연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리라.

그리고 또 하나 까치들이 보여주는 지혜는 집을 짓는 과정이다. 날마다 지켜보는데 하 세월이다.

까치는 대부분 생활을 짝과 같이 한다. 가끔 무리를 짓더라고 크게 짓기보다 적당히 짓는다. 봄이면 새로 집을 짓기도 하고, 지난해 썼던 집을 수리하여 알을 낳기도 한다.

근데 집을 짓는 과정이 참으로 여유롭다. 지난 늦가을에 아랫단을 쌓고는 시나브로 짓는다. 집을 다 짓는 과정에서 나뭇가지로는 1300여 가지를 쌓으면 된다니 부지런히 짓는다면 일주일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은 집짓기를 제쳐두고 아예 집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는다.

어차피 집을 완성하자면 봄이 무르익어야 한다. 겉보기는 나뭇가지로 쌓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알 낳을 자리는 진흙으로 틈새를 메운다. 이 때 날씨가 추우면 밤사이 진흙이 얼었다 녹으면서 제 구실을 못하게 되니까. 날이 따사로워 진흙이 잘 마른 다음, 다시 그 위를 새털과 같은 부드러운 것들로 깐다. 그 위에 알을 낳는다. 알을 깠을 때 먹이가 풍부해야하는 것도 중요한 조건이다.

까치는 잡식성. 새끼를 키울 때는 애벌레를 즐겨 먹인다. 그러니 봄이 좋다. 벌레들도 봄이 되어야 대부분 깨어나 활동을 하니까.

때문에 집짓기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 대신이 집을 지을 동안 부부가 합심해서 함께 짓는다.

까치들 지혜를 사람한테 적용하자면 이렇다. 집이 작더라도 내 집 마련을 한 다음, 자녀를 갖는다. 집을 부부가 합심하여 마련한다. 그런 점에서 요즘 집값은 젊은 부부들에게 지나치게 폭력적이다. 차라리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젊은이들을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

정작 까치들한테 지혜를 배워야하는 건 권력자들이 아닐까. 젊은이들이 까치들처럼 여유롭게 집도 짓고, 자식도 키울 수 있게끔 제대로 된 정치를 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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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를 돌아볼 여유도 있어야 할 텐데요. 그래도 이렇게 잠시나마 여유를 주셔서 고마워요. ^^

고맙습니다.

만물의 영장이란 사람이 동물에게 배워야할점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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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까치가 참 영리하네요
저도 작은 평수의 제집에서 살고 싶습니다 ㅎㅎ

팥쥐님은 재주가 많잖아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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